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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달라지는 서울 지형 | 호텔이 도시를 바꾼다
입력 : 2026.08.18 14: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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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우드 서울 조감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광화문 사거리에 들어선 건 2015년의 일이다. 그 무렵 서촌은 비교적 호젓한 한옥 동네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서촌 골목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과 한눈에도 세련된 와인바가 들어섰고, 평당(3.3㎡) 2000만~3000만원 선이던 메인 골목(자하문로, 필운대로 인근)의 상가와 한옥 매매가는 최근 8000만~1억원 이상 치솟았다.
2016년 서울 잠실역 사거리에 지상 123층, 지하 6층 규모의 롯데월드 타워가 들어서고 이듬해 76층부터 101층에 5성급 호텔 ‘시그니엘 서울’이 자리하자 인근 상권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단지형 쇼핑 상권에서 서울 동남권 최대의 럭셔리·복합 관광 상권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롯데월드몰의 영향이 컸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석촌 호수 동쪽 골목(송파동 일대)에 송리단길이 정착하는 데 시그니엘 서울이 물꼬를 텄다”고 말한다. 석촌호수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5성급 호텔에 투숙하는 VIP 고객들이 잠실로 유입되며 석촌호수 산책로의 디저트 중심 상권이 파인 다이닝, 와인바, 오마카세, 브런치 카페 등 다양하게 전환됐다”고 전했다.
서울 역삼동에 들어선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이자 호텔 그룹 메리어트의 ‘럭셔리 컬렉션’ 브랜드로 2021년 5월에 개관했다. 그해 말 청담동 명품 거리를 비롯한 일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0%를 기록했다.
호텔이 어떻게?!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5성급 호텔이 들어선 후 주변 상권과 부동산 시세가 달라지는 도심 재구성은 세 단계로 작동한다. 첫째, 브랜드 프리미엄의 가격 전이다. 글로벌 최상위 호텔 브랜드가 입점하면 인근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와 주거용 자산 가격에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상위급 호텔과 결합한 레지던스가 해당 도시 시세의 상단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5성급 호텔의 한 매니저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겐 일종의 공식처럼 통용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둘째는 도시 동선의 재구성이다. 호텔은 대규모 방문객을 특정 지점으로 끌어당기며 그 주변에 다이닝, 리테일, 문화 관련 시설의 군집을 유도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인근에 고급 레스토랑이 연이어 들어서고,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이 개관한 후 청담동 명품 거리의 임대료가 신사동을 역전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의 결과다. 셋째는 복합개발의 촉매 역할이다. 하이엔드 호텔은 레지던스와 리테일(몰), 문화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사업의 핵심 앵커다. 누구나 알만한 혹은 선망하는 호텔 브랜드를 유치하면 금융기관의 투자가 수월해지고, 전체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이 세 메커니즘은 글로벌 여행자 수요와 현지 고소득군의 소비 수요가 겹칠 때 동시에 작동한다. 그럼 서울은 어떨까.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은 1893만 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국내 럭셔리 호텔 시장은 2035년까지 연평균 6.13% 성장해 약 53.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2024년 기준 약 28억 달러). 글로벌 업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 서울 러시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고 했던가. 국내 소비자의 소득수준과 인바운드 관광객 수치는 이미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의 표적이 됐다. ‘메종 델라노’ ‘만다린 오리엔탈’ ‘아만’ ‘리츠칼튼’ ‘로즈우드’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가 서울의 호텔 개관을 예고했거나 논의 중이다. 모두 각 브랜드 카테고리의 최상위에 자리한 이름들이다. 이들이 선택한 입지는 서울 중구와 용산구, 강남구. 도심 재개발 핵심 벨트와 정확히 겹친다.
우선 올해 개관이 예정된 ‘메종 델라노’는 프랑스 호텔 그룹 아코르 산하의 에니스모어가 서울 강남구 옛 라마다서울 호텔 부지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메종 델라노는 현재 전 세계 2개뿐인 아코르의 최상위 브랜드다. 서울은 메종 델라노가 선택한 첫 번째 아시아 도시다.
서울 용산 유엔군사령부(UN사) 부지에는 현재 초고급 복합개발 프로젝트 ‘더파크사이드 서울’이 개발되고 있다. 이곳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즈우드 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로즈우드 서울’이 들어선다. 약 250개 객실을 비롯해 7개의 레스토랑과 바, 복합 웰니스 시설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더파크사이드 서울의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를 로즈우드 서울이 직접 운영한다. 하우스키핑, 발레파킹, 컨시어지, 인룸 다이닝 등 호텔 서비스를 주거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는 홍콩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만다린 오리엔탈’이 호텔 파트너로 선정됐다. 서울역 북부 일대는 오랫동안 서울의 뒤편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글로벌 호텔이 결합된 대형 복합개발에 만리동, 중림동 일대 상권과 부동산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선 서울역–남산–용산을 잇는 도심 북부의 축이 고급 호텔 벨트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담동 프리마 호텔 재개발사업 서울 강남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청담동 프리마 호텔 재개발사업이다. 이미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분양 전문업체 미래인이 설립한 신세계청담PFV가 이 부지에 호텔·레지던스 진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취득했고, 올해 착공이 예고돼 있다. 호텔 업계에선 럭셔리 호텔 브랜드 ‘아만’의 참여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아만이 호텔뿐 아니라 주거시설까지 통합 관리하며 당초 49층에서 38층 규모의 초고급 복합공간으로 전면 재구성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전해진 신세계그룹과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 오코(OKO)그룹의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이러한 내용의 신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코그룹은 ‘아만’과 ‘자누’를 운영하는 아만그룹의 부동산 개발을 주관하는 회사다. 협약식을 위해 방한한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오코그룹 회장은 아만그룹과 오코그룹을 모두 소유하고있다. 신세계그룹과 오코 그룹은 이번에 설립된 JV에 5억 달러(약 750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조성해 아시아와 북미 등지에서 아만과 자누의 호텔·레지던스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 세계 아만 호텔의 평균 숙박료는 1박에 약 200만원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업계가 수요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반면 제니, 브래드 피트,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의 단골 브랜드라는 상징성이 청담동 일대의 럭셔리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아만 도쿄 객실 내 전경. 다시금 서울 찾는 브랜드도 있다. ‘리츠칼튼’이 주인공이다. 남산 힐튼호텔 부지 일대를 개발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복합단지 ‘이오타 서울’ 내 호텔 우선협상대상자로 리츠칼튼을 점찍었다. 2016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리츠칼튼은 15년 만인 오는 2031년 재진출하게 된다.
국내 호텔도 잰걸음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국내 호텔들도 움직임이 분주하다. 오는 8월 14일에는 47년 역사의 ‘롯데호텔 서울’이 하이엔드 브랜드 ‘더 그랜드 롯데’로 새롭게 출발한다. 기존 롯데호텔 서울 메인타워(본관)를 리뉴얼하고 리브랜딩해 선보이는 플래그십 호텔이다. 객실은 그랜드 슈페리어 더블룸, 그랜드 디럭스 더블룸, 그랜드 디럭스 트윈룸 등으로 구성됐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리뉴얼을 통해 ‘프렌치 럭셔리’와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클래식한 우아함과 세련된 감각을 조화롭게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서울 장충동에는 파라다이스그룹의 하이엔드 호텔 공사가 한창이다. 주 타깃은 자가용 비행기로 이동하는 외국인 VVIP.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구성해 하이엔드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파라다이스가 서울에 호텔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 2028년 개관이 목표다.
건축비 급등… 개관 일정도 변수도심을 재구성하는 호텔의 흐름은 이미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증명된 바 있다. 2019년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 개관한 ‘로즈우드 홍콩’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이다. 개관 당시 설계를 맡은 디자이너 토니 치는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관광지구 한복판에 수직적 영지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현대 도시의 밀도를 호사롭게 재구성하는 실험이랄까. 개관 이후 침사추이 서편 지역은 구룡의 신흥 럭셔리 거점으로 재평가됐고, 인근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는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했다. 어쩌면 로즈우드 서울이 용산에서 반복하려는 실험이다. ‘아만 도쿄’는 2014년 오테마치 금융지구 한복판에 들어섰다. 이후 비즈니스 빌딩으로만 채워졌던 거리에 미식과 문화의 거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만 서울이 럭셔리의 중심지 청담동에서 노리는 효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브랜드의 효과만으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급 호텔의 한 매니저는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수요 분산이나 경쟁 심화 등의 문제가 생긴다”며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호텔이 만드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개관 일정도 변수다. 건축비 급등, 자금조달 난항,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는 대형 부동산 개발에 늘 따라붙는 리스크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개관할 메종 델라노를 제외하면 실제 개관까지 최소 1년에서 5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사업 주체가 탄탄한 자금력으로 개발을 이끌 수 있어야 변화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