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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혁신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입력 : 2026.08.13 09: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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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지리학
메흐란 굴 지음/ 홍석윤 옮김/ 비즈니스북스
실리콘밸리는 세계적인 혁신의 보고다. ‘빅테크 6’의 시가총액은 중국 상장사 전체를 압도한다. 다만, 혁신의 요람은 실리콘밸리 외에도 많다. 세계경제포럼(WEF) 디지털 산업 혁신팀을 이끌고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활동한 저자는 3대륙 8개국을 직접 누비며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AI 투자 거물 리 카이푸, 구글 모회사 알파벳 회장 존 헤네시 등 200여 명을 인터뷰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혁신은 천재 한 명의 산물이 아니라, 제도·문화·자본이 만나는 특정한 토양에서 터진다.
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이 태동하면, 이를 중국이 베껴 살찌운다는 오랜 통념을 거부한다. 독보적인 혁신 생태계를 갖춘 미국과 모방을 넘어 창조 영역에 들어선 중국뿐 아니라 ‘인재 포용’을 내세운 캐나다, ‘신뢰’를 파는 스위스, ‘강소기업 네트워크’가 강한 독일, ‘개방성’을 내재화한 싱가포르 등 눈여겨봐야 할 혁신의 발원지 8곳을 짚어낸다.
책의 1장은 중국에 할애된다. 3400만 달러의 투자가 2000억 달러의 신화로 불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20년이었다. 미국 기술을 흡수하던 ‘조숙한 학생’은 이제 세계 최대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AI 논문 인용 수 1위를 기록한다.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 전체와 에픽게임즈 지분 절반을 보유한 세계 최대 게임 공급자로 올라섰고, 테슬라·스포티파이·레딧 등 1000개 넘는 기업의 지분을 쥔 거대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영국의 ARM은 전 세계 모바일 기기의 90% 이상에 사용되는 칩을 설계한다. 화려한 무대 없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스위스식 ‘은밀한 혁신’, 빅테크 없이도 세계 1위 틈새 기술을 보유한 독일 미텔슈탄트(Mittelstand, 매출 5억 유로 이하 중견·강소기업) 300만 개, 40년의 냉대를 견뎌 딥러닝의 씨앗을 뿌린 캐나다 토론토 연구실, 인구 600만의 한계를 개방성으로 돌파한 싱가포르까지 세계 곳곳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다.
▶ 한국, ‘추격자’에서 ‘초격차’로
인구 대비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두 거대 기술 양국보다 신기술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들도 있다며 한국의 삼성, LG, SK하이닉스도 사례로 제시한다. 한국은 ‘압도적 차이(Hyper Gap)’를 추구하는 기술 선도국으로 묘사된다. 식품회사에서 반도체 거인으로, 피처폰 강자에서 스마트폰 세계 1위로 끊임없이 자기를 재발명해온 생존 본능을 강점으로 꼽는다.
한국 기술 산업의 역사는 이제 3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책은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전체 그림을 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해 쓰였다. 기술 산업 종사자라면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바깥에서 조망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라면 다음 기회가 어느 지역에서 올지 그 구조적 이유를 읽을 수 있다.
머니 쇼크
제이미 러시 외 엮음/ 임경은 옮김/ 교보문고
값싼 돈에 기대 성장해온 세계 경제가 더 비싼 이자율의 시대를 맞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이 쓴 <머니쇼크>는 지난 40년간 개인과 기업, 국가가 누려온 저금리 특수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단기 기준금리가 아니다.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는 균형 상태의 금리, 즉 자연이자율이다. 저자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자연이자율 하락세가 구조적 전환점에 섰다고 말한다.
책은 금리를 밀어 올리는 8가지 변수를 짚는다. 저자들은 금리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AI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도, 일자리를 흔들어 수요를 꺾을 수도 있다고 본다. 기후 대응 투자는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지만, 기상 이변은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 책의 강점은 예언보다 시나리오에 있다. 여러 힘이 충돌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과거의 저금리 질서로 쉽게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한다.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
정은우 지음/ 수오서재
야구에 관한 책이지만 야구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신간 <당신의 고객은 왜 야구장에 있을까?>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달성한 한국프로야구(KBO)의 숫자를 돌아보면서 “당신의 고객은 사라진 게 아니라 야구장에 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세대는 2024년 KBO 기준 10개 중 6개 구단,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대’다. 그들은 관계에 갈증을 느끼는 ‘관계갈증’, 야구장에서만 회수 가능한 특별한 ‘경험자산’, 관중을 담는 하나의 그릇과 같은 야구장만의 ‘공간경험’, 팀과 내가 하나가 되는 ‘서사’ 등의 이유로 야구장에 간다. 즉 프로야구의 성공을 들여다봐야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어느 상품은 파격가로 할인해도 안 팔리고, 어느 곳은 줄을 서서 입장하는 시대다. 그 차이는 ‘이야기’에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
핫플레이스의 법칙
임상백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성수동의 성공은 예외적인 사례일까. 신간 <핫플레이스의 법칙>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야기와 콘텐츠는 핫플레이스의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이커머스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남다른 경험과 극대화된 주관적 만족감은 더 중요해졌다. 20년 넘게 공간기획자로 일해온 저자 임상백은 이야기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플랫폼’이라는 개념으로 핫플레이스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수동을 포함해 경리단길, 망리단길, 익선동, 을지로 등 유명한 핫플레이스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구조를 갖췄다. 하나의 거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책은 핫플레이스를 구성하는 7가지 기술적 조건도 제시한다. 우선 기존 배후 상권이 존재해야 하며, 전통시장이 인접해 있고, 대중교통이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