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배분 대안으로 떠오른 광통신 ETF, 엔비디아의 독점적 공급망 구축에 쏠린 눈

    입력 : 2026.08.05 14: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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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가 반도체 칩 자체의 연산 속도를 넘어 ‘데이터 전송’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수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구리선 병목 현상(Copper Bottleneck)’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3개월간 글로벌 광학 및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밸류체인에 투입한 자금은 최소 65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가 아닌 ‘빛(광자)’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학 인터커넥트(Optical Interconnect) 기술을 선점해 AI 데이터센터의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구리선으로는 감당 불가“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AI 데이터센터

    빅테크 기업들이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초대형 시스템 내부의 초고속 대역폭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인 전기신호 기반 구리선은 전송 속도의 한계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데이터 전송 시 막대한 발열과 전력 소모를 유발하며 AI 팩토리 확장의 최대 암초가 됐다. 데이터 전송량이 치솟을수록 구리선이 신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거리가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구리 케이블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초고속·초저전력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광통신은 이제 AI 데이터센터의 선택이 아닌 필수재가 됐다. 특히 수만 개의 GPU가 쉴 새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1.6T 이상의 초고속 전송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6 AI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베라 루빈과 베라 CPU를 선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6 AI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베라 루빈과 베라 CPU를 선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광섬유를 통해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학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저전력으로 보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구리선과 비교할 때 광섬유는 전송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를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도 5배 이상 적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 랙에 탑재되는 구리선 약 5000개를 코닝의 광섬유로 교체하고, 칩과 광학 엔진을 하나의 기판에 얹는 ‘CPO(공동 패키징 광학)’ 기술 도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루멘텀·코닝에 9조원 물량 공세

    엔비디아의 투자는 광학 기술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들에 집중됐다. 먼저 레이저 및 광학 부품 제조사인 루멘텀(Lumentum)에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하며 장기구매약정계약을 체결했다. 루멘텀은 GPU와 네트워크 스위치 간의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는 광모듈 및 광서브시스템의 핵심 공급사다. 이번 계약으로 엔비디아는 AI 생태계의 필수 인프라가 된 고출력 레이저 기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GPU와 스위치가 주고받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려면 강력하고 안정적인 광원이 필수적인데, 루멘텀이 바로 이 ‘빛’을 만드는 핵심 소자와 광서브시스템을 공급한다. 향후 CPO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글로벌 유리·광섬유 강자인 코닝(Corning)과도 최대 32억 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및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코닝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내 광학 연결장치 생산 능력을 10배로 늘리고, 광섬유 생산 능력을 50% 확대하기로 했다. 1970년 장거리 통신용 광섬유를 최초로 발명한 코닝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랙 전량에 광케이블을 공급하며 핵심 파트너로 입지를 굳혔다.

    나스닥 핵심 광통신 플레이어 주목
    젠슨 황 “마벨은 시총 1조 달러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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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의 전폭적인 지지와 AI 인프라 수요 폭발로 나스닥 시장의 광통신 기업들도 주가 모멘텀을 강하게 받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칩과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연결을 돕는 ‘광자 연결망(Photonic Fabric)’ 기술을 보유한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 컴퓨텍스 기조연설에 서 마벨을 두고 “향후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될 기업”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기술력을 보증한 바 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데이터센터용 고속 데이터 전송 반도체 및 주문형 반도체(ASIC)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다. 특히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칩과 메모리, 혹은 반도체 간의 초고속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광자 연결망(Photonic Fabric)’ 및 고성능 PAM4 DSP(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AI 네트워킹 가속화의 가장 강력한 키를 쥔 기업으로 꼽힌다. 종합 광네트워크 시스템 기업인 시에나(Ciena)와 레이저·광반도체 전문 기업 코히런트(Coherent)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시에나는 데이터센터 간을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광전송 백본망 장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백본망(기반망) 광전송 장비와 광회선 시스템(WSS),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장비 시장을 지배하는 종합 광네트워크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루멘텀이나 코히런트가 광학 부품과 소자를 만든다면, 시에나는 이들을 총망라해 데이터가 손실 없이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광학 고속도로’ 시스템 자체를 건설하고 통제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분산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들을 초저지연으로 묶는 네트워크 고도화에 나서면서 시에나의 대형 인프라 장비 수주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히런트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한계를 극복할 800G·1.6T 고속 광모듈 공급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용 고정밀 레이저와 고성능 광학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인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분야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레이저 기술부터 CPO에 쓰이는 첨단 광학 소자 설계 능력까지 모두 갖추어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중이다.

    국내 시장도 온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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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빅테크발 광풍은 국내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내 유일의 광섬유 모재 자체 생산 기업인 대한광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 속에 통신장비 테마의 대장주로 흐름을 주도했다. 광가입자망(FTTH) 장비 공급사인 에치에프알(HFR) 역시 유선 네트워크 고도화 수혜주로 부각되며 강세를 보였다. 국내 부품사인 오이솔루션과 성호전자도 각각 ‘광신호 변환’과 ‘전원 공급’의 핵심 길목을 지키는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광트랜시버 전문 기업 오이솔루션은 광통신 네트워킹의 필수 요소를 직접 제조한다. 광트랜시버는 대용량 전기 신호를 빛(광신호)으로 변환해 광케이블로 송수신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데이터센터 내부의 구리선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속 광모듈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광소자(LD) 원천 기술과 고성능 트랜시버 라인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추세다.

    전원공급장치(SMPS) 및 필름 콘덴서 전문 기업 성호전자는 광통신 장비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부품을 공급한다. 광케이블망과 대형 광전송 시스템이 24시간 중단 없이 구동되려면 고품질의 전력 제어가 필수적이다. 성호전자의 필름 콘덴서는 전류 공급을 안정화하고 노이즈를 제거해 광통신 장비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쓰이며 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국내 광통신 종목들은 ETF(상장지수펀드)를 구성할 만한 종목 수와 거래량이 부족해 국내 주식형 상품은 출시되지 못했다. 대신 미국 광통신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ETF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ETF는 출시 두 달 만에 4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시장 흐름을 반영해 연산 및 스위칭, 광전환, 네트워크, 백본망까지 데이터가 지나가는 핵심 길목을 폭넓게 담아낸 구조를 갖췄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 광통신인 만큼, 관련 산업은 반도체 이후 AI 투자의 다음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광통신 기반의 네트워크 수요 흐름은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나(20.8%), 코히런트(19.6%), 루멘텀(18.9%) 등 상위 3개 종목이 약 60%를 차지하며 마벨, 코닝, 노키아 등이 뒤를 잇는다.

    AI 연산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인프라의 종착지는 결국 빛을 이용한 광학 기술이 될 수밖에 없는데 개별 종목의 기술 방식이나 수주 변동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광통신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상장지수펀드 등 포트폴리오 차원의 접근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광통신과 관련해 CPO 도입 일정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광통신주들이 조정을 받을 때도 있지만 CPO 수율 문제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에서 광통신 수요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PO(Co-Packaged Optics)는 광모듈을 스위치 칩이나 반도체 칩 가까이 배치해서 전기 신호 이동거리를 줄이는 기술이다.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같은 테크전문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광통신 핵심 기술인 CPO의 본격적인 양산 및 대규모 도입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늦어진 2029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연의 주된 원인은 기술적 난이도다. CPO는 패키징, 정밀 광정렬, 테스트, 방열 등 여러 공정의 높은 완성도가 동시에 요구되는데, 현재 낮은 공정 수율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표준화된 생태계가 아직 미비한 점도 원인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기존 플러그형 광모듈과 구리 기반 인터커넥트(구리선 연결) 기술이 시장 우위를 유지할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CPO 기술 자체의 부정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적용 시점의 기대치 조정으로 분석하며, 2020년대 후반까지는 플러그형 모듈과 CPO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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