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태그호이어 | 진입장벽 낮추고 테크 더하고 LVMH의 젊은 피, 태그호이어

    입력 : 2026.07.31 1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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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1일 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공간이 모나코 공국의 야경으로 물들었다. ‘태그호이어(TAG Heuer)’가 연출한 ‘모나코: 더 아이콘(Monaco: The Icon)’의 행사 현장이다. 사각의 크로노그래프 시계 ‘모나코’의 헤리티지를 기념하는, 오직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 기획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조지 시즈 태그호이어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방한해 니콜라스 비벡 헤리티지 디렉터, 마리옹 펠렛 프로덕트 디렉터와 함께 1969년에 탄생한 오리지널 모나코부터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신형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모나코 에버그래프까지 컬렉션의 반세기 여정을 직접 설명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1971년 영화 <르망>에서 주연 배우 스티브 맥퀸이 착용했던 모나코의 헤리티지 피스가 전시됐다. 영화 속 맥퀸의 손목 위에서 시작된 ‘아이콘’의 서사가 55년이 지난 서울 평창동에서 다시 펼쳐진 셈이다.

    언론의 카메라는 객석을 채운 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태그호이어 프렌즈로 활동 중인 배우 정해인, 안보현, 이다희, 김영광, 박규영을 비롯해 트와이스 사나, 엔하이픈 제이, 가수 박재범과 티파니 영까지 패션, 음악, 영화계 셀럽들이 총출동했다. 저녁 파티에선 모나코의 모터레이싱 DNA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저 퍼포먼스와 댄서 호안의 무대가 이어지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그호이어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히 아시아의 한 시장이 아니라 셀럽 라인업을 따로 꾸려 단독 이벤트를 기획해야 할 만큼 공들이는 핵심 거점”이라며 “모나코 행사가 그 방증”이라고 전했다. 조지 시즈 CMO는 이날 현장에서 “한국은 태그호이어에게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한국 소비자가 보여주는 헤리티지와 혁신, 차별화된 디자인에 대한 높은 안목은 모나코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166년 동안 이어진 시간 기록자의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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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그호이어의 역사는 1860년 스위스 쥐라산맥의 작은 마을 상티미에(St-Imier)에서 시작됐다. 20세의 에드워드 호이어가 차린 시계 공방이 출발점이었다. 가장 미세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기술력을 갈고닦은 태그호이어는 1887년에 기계식 스톱워치를 위한 ‘오실레이팅 피니언’을 발명해 크로노그래프 업계의 표준이 되는 특허를 남긴다. 1916년에는 세계 최초로 1/100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첫 포켓 스톱워치 ‘마이크로그래프(Mikrograph)’를, 1969년에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를 공개하며 시계 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이후 중앙 핸즈로 1/100초를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까레라 마이크로그래프’, 1/1000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까레라 마이크로미터’, 1/2000초까지 측정 가능한 ‘까레라 마이크로거더’를 개발하며 명성을 공고히 했다. 태그호이어는 무브먼트부터 다이얼, 케이스 등 시계 생산에 필요한 전 공정을 직접 진행한다. 현재 스위스에 자리한 총 4개의 매뉴팩처에서 100% 인하우스 스위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생산되고 있다.

    모터스포츠와의 인연은 1969년에 출시된 ‘모나코’를 배우 스티브 맥퀸이 1971년 영화 <르망>에서 착용하며 시작됐다. 같은 해 태그호이어가 로터스 49B 차량에 로고를 부착한 건 럭셔리 브랜드가 F1 차량에 로고를 새긴 첫 사례로 기록됐다.

    영화 <르망>에서 모나코를 착용한 배우 스티브 맥퀸.
    영화 <르망>에서 모나코를 착용한 배우 스티브 맥퀸.

    이후 페라리(1971~1979년), 맥라렌(1985~2015년)으로 파트너십이 이어지며 아일톤 세나, 알랭 프로스트, 미카 하키넨, 루이스 해밀턴 등 내로라하는 챔피언들이 태그호이어를 착용했다. 2016년부터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과 손잡은 태그호이어는 막스 베르스타펜이 네차례나 거머쥔 월드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현장을 수놓기도 했다. 지난해 태그호이어는 F1의 75주년을 맞아 공식 타임키퍼로 복귀했다. 1992년부터 이어온 타임키핑 파트너십을 2013년 롤렉스에 넘긴 이후 12년 만의 귀환이다. 당시 태그호이어 CEO였던 앙투앙 팡은 “포뮬러 1(F1)에서 가장 성공적인 드라이버, 팀들과 만든 수십년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F1 회장은 “혁신, 정확성, 탁월함에 집중하는 태그호이어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이 파트너십은 2034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F1 복귀와 함께 모나코 컬렉션의 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969년 세계 최초의 방수 사각 크로노그래프로 출발한 모나코는 2004년 벨트 구동 트랜스미션을 적용한 ‘모나코 V4’ 콘셉트 워치로 주목받았고, 2009년에는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5/1만 초의 정밀도를 구현한 마이크로거더가 제네바 워치메이킹 그랑프리에서 최고상인 ‘에귀 도르(Aiguille d’Or)’를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모나코 탄생 50주년에는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춘 인하우스 무브먼트 칼리버 호이어02가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평창동 행사에서 전시된 ‘모나코 에버그래프’ 역시 이런 기술적 진화의 연장선에 있는 모델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럭셔리 손목시계

    태그호이어는 불가리, 티파니앤코, 쇼메, 프레드, 위블로, 제니스와 함께 LVMH 그룹 산하 시계&주얼리 부문을 채우고 있다. LVMH가 지난 1월 27일에 발표한 2025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시계&주얼리 부문은 105억유로(약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 성장했다. 분기별 흐름을 보면 2025년 상반기 시계&주얼리 부문 매출은 51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3분기 누적(1~9월) 매출은 74억900만 유로로 반등했고, 4분기를 포함한 연간 누계는 105억 유로로 마감했다. LVMH는 실적 발표문에서 “시계 부문에서 태그호이어는 2024년 체결된 파트너십에 따라 F1 그랑프리에서 높은 가시성을 누렸다”고 짚었고, 3분기 보고서에선 태그호이어의 카본스프링 오실레이터가 제네바 워치 데이즈에서 공개된 점을 별도로 언급했다. 명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그호이어코리아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LVMH 그룹 내에서의 위상은 대중적인 럭셔리이자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순수 시계 브랜드 중 위블로와 함께 가장 든든한 인지도를 자랑한다”고 전했다.

    스위스 라쇼드퐁의 태그호이어 본사.
    스위스 라쇼드퐁의 태그호이어 본사.

    이러한 평가는 국내 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그호이어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럭셔리 손목시계로 회자되며 ‘까레라’, ‘아쿠아레이서’ 라인이 명품 입문 또는 예물 시계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200만원에서 700만원대에 형성된 주력 라인업의 가격이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 명품 브랜드 매니저는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무시할 수 없는 흥행 포인트”라며 “카메라 앵글이 집중되는 행사에 대한 기획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례로 태그호이어는 2010~2013년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 당시 한국 시장 전용 ‘까레라 영암 에디션’(200피스 한정)을 선보인 바 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4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은 이후에도 연간 18개 대회를 소화하며 국내 모터스포츠의 중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글로벌 스포츠 스타를 앰배서더로 기용해온 전략과 맞물려 ‘레이싱 워치’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한국 시장에도 각인돼 있다. 반면 일각에선 지금까지 장점으로 꼽힌 브랜드 포니셔닝을 문제 삼기도 한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과 경쟁하기엔 브랜드 인지도가 다르고, 비교적 낮은 가격대는 감가상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베아트리스 고아스글라스가 그리는 태그호이어의 미래
    모나코 에버그래프
    모나코 에버그래프

    태그호이어는 올해 새로운 리더십과 진화를 예고했다. 지난 3월 12일 LVMH 그룹은 태그호이어의 새로운 수장으로 베아트리스 고아스글라스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베아트리스 고아스글라스는 2018년 디지털&클라이언트 익스피리언스 부사장으로 합류한 이후, 2021년 싱가포르 기반의 아시아퍼시픽(APAC) 매니징 디렉터를 거쳐 2023년부터 태그호이어 아메리카 대표를 역임했다. 특히 핵심 요직을 거치며 쌓은 실무 경험과 조직 운영 능력이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고아스글라스 대표는 태그호이어가 오랫동안 쌓아온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혁신 중심의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스테판 비앙키 LVMH 워치&주얼리 부문 CEO는 “베아트리스는 태그호이어에서 탁월한 성과를 증명해온 인물로 상징적인 워치메이킹 메종인 태그호이어를 이끌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검증된 리더십과 헌신적인 태도는 태그호이어가 지향하는 아방가르드 정신과 최고 수준의 워치메이킹 품질을 실현하고, 브랜드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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