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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블 럭셔리 | Part 3] 확장하는 조각 투자 ― 미술품에 이어 제트기 엔진까지?
입력 : 2026.07.29 17: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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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부터 항공기 엔진·콘텐츠 IP까지 확장되는 조각 투자. 생성형 AI 활용 이미지. 서울의 한 경매장에서 수억원에 거래되던 작품이 며칠 뒤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10만원짜리 투자증권으로 바뀐다. 투자자는 작품을 집에 걸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작품이 다시 팔릴 때 발생하는 손익에는 참여할 수 있다. 명품 시계와 희소 가방, 와인처럼 컬렉터블 럭셔리는 물건을 직접 보유하고 사용하거나 다시 판매하는 투자다. 미술품 조각 투자는 다르다. 실물의 소유와 감상의 만족 대신 고가 작품의 가격 변화에 적은 금액으로 접근하는 금융상품에 가깝다.
2025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낙찰총액은 약 1434억9000만원이었다. 출품작 1만8871점 가운데 9585점이 팔려 낙찰률은 50.8%에 머물렀다. 작품이 시장에 나왔다고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며, 감정가격과 실제 현금화 가격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조각 투자가 넓혀놓은 것은 투자금액의 범위만이 아니다. 미술품과 상업용 건물에서 시작한 시장은 음악과 가축을 거쳐 항공기 엔진, 대출채권, 콘텐츠 지식재산권,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까지 다음 후보를 탐색하고 있다.
컬렉터블 자산의 가격에 접근하는 방법
미술 조각 투자의 핵심은 그림의 물리적 일부를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발행사가 작품을 취득하고 전시·보관· 매각하는 공동사업을 만든 뒤 투자자가 투자계약증권을 통해 사업의 손익을 배분받는 구조다. 직접 미술품을 구입하면 소유자가 작품을 전시하고 매각 시기와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다. 대신 작품 전체의 매입대금과 보험, 보관, 감정, 거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미술 조각 투자는 진입금액을 1만원이나 10만원 단위로 낮춘다. 수억원짜리 작품의 가격 변화에 소액으로 참여하고, 여러 작가와 작품에 자금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은 컬렉터블 투자와 다른 장점이다.
대신 투자자는 작품을 직접 점유하거나 단독으로 매각을 결정할 수 없다. 보유 기간에 임대료나 이자 같은 정기 현금흐름도 거의 없다. 투자 성과는 작품의 최종 매각가격과 그동안 발생한 비용에 집중된다. 소장의 만족보다 금융적 접근성을, 직접 매각권보다 전문 운영사의 가치평가와 매각 능력을 선택하는 상품이다.
작품보다 먼저 확인할 매입가와 출구2026년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시장에서는 신규 발행뿐 아니라 실제 매각과 청산 사례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투게더아트는 김환기의 1967년작 ‘Untitled’와 하종현의 ‘접합 20-65’를 기초로 9회차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모집금액은 김환기 작품 6억8500만원, 하종현 작품 2억2500만원으로 총 9억1000만원이었고 주당 발행가격은 10만원이었다.
아티피오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으로 7억8000만원, 알렉스 카츠 작품으로 8억3000만원을 모집했다. 두 작품은 2026년 3월 경매에서 유찰 없이 매각됐다. 발행사가 실제 출구를 만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낙찰가격이 모집금액과 비슷해 투자자 수익은 제한적이었다. 작품이 팔렸다는 사실과 투자수익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작품 취득비에 감정·보험·보관·운영·경매 수수료를 더하면 매각가격이 공모금액보다 높더라도 최종 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가 봐야 할 숫자도 작가의 과거 최고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발행사가 작품을 얼마에 취득는지, 감정가격과 공모금액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찰될 경우 보유기간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큰증권이 미술품 같은 비정형 자산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가치평가와 공시, 가격발견, 투자자 보호체계를 함께 고도화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초고가 빌딩 조각 투자로 임대료 받는 법
루센트블록 ‘소유’ 부동산 조각 투자는 수십억원짜리 상업용 건물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도 임대수익과 처분가치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투자자는 대출을 일으키거나 건물을 직접 관리하는 대신 신탁된 부동산의 수익증권을 취득한다. 건물이 운영되는 동안에는 임대료에서 비용을 제외한 배당을 받고, 플랫폼에서 수익증권을 매도하거나 건물 자체가 팔리면 처분대금을 정산받는다.
카사는 2025년 서초지웰타워 12층을 45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이 거래까지 포함한 누적 부동산 매각금액은 513억3000만원이다. 임대배당을 지급하다 수익자총회를 거쳐 건물을 처분하는 회수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 사례다.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를 9억9500만원 규모로 공모했다. 대전 창업스페이스는 이후 9억2000만원에 매각됐으며 회사 측은 배당을 포함한 세전 누적수익률을 17.2%로 제시했다.
다만 투자자가 직접 건물주와 같은 통제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 선정과 시설운영, 매각 협상은 발행사와 신탁사, 수익자총회의 절차에 따른다. 한 건물과 특정 임차인에 위험이 집중되고 공실과 금리 상승은 배당과 처분가격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
부동산 조각 투자의 경쟁력은 높은 배당률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감정평가액과 공모가격의 관계를 설명하고,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하며, 적절한 시점에 건물을 매각할 능력까지 증명해야 한다.
다음 시장은 항공기 엔진과 콘텐츠 IP까지조각 투자의 다음 후보는 일상에서 쉽게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금융규제 샌드박스에는 항공기 엔진과 대출채권을 기초로 한 수익증권 사업이 지정돼 있다. 항공기 엔진은 항공사나 리스회사에서 받는 리스료와 사용 후 잔존가치를 투자자의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구조다. 대출채권은 차주가 지급하는 이자와 원금상환을 투자자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사업은 2026년 2월 현재 모두 서비스 개시 전이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항공기 엔진이 실제 상품으로 나오면 부동산과 비슷한 임대수익형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엔진의 정비비와 사용시간, 잔존가치, 항공사와 리스회사의 신용, 달러 환율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대출채권은 이자와 만기가 정해져 있어 현금흐름이 비교적 명확해 보이지만 차주의 연체와 부도, 담보가치, 후순위 여부, 채권추심 비용이 손익을 좌우한다. 콘텐츠 지식재산권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영화·드라마·웹툰의 제작비를 조달하고 해외 판권, 라이선스, 광고와 유통 수입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음악수익증권의 범위가 개별 음원을 넘어 제작 프로젝트 전체로 넓어지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도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 발전소의 전력판매 수입, 물류시설과 데이터센터의 임대료, 충전 인프라의 사용료처럼 장기간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증권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 개발, 콘텐츠 제작,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처럼 특정 사업의 현금흐름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투자자는 자산이 낯설수록 가격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누가 자산을 평가하고 보관하는지, 현금흐름이 중단되면 누가 책임지는지, 사업이 실패하거나 플랫폼이 문을 닫으면 어떤 절차로 청산하는지가 투자 판단의 중심이 된다.
거래할 수 있다는 말과 현금화할 수 있다는 말미술품과 부동산, 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의 출구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보유 도중 다른 투자자에게 자유롭게 매도하는 상시 시장은 없다. 작품이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기본적인 회수 방법이다. 부동산과 음악 수익증권은 플랫폼에서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매도창구가 있다는 사실이 원하는 가격과 시점의 현금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매수자가 부족하면 거래가 지연되거나 가격을 낮춰야 한다. 환금성은 상품의 절대적 우열이라기보다 투자자의 자금계획과 맞는지를 판단하는 조건이다.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한다면 임대배당이 있는 부동산이나 저작권료가 발생하는 음악이 미술품보다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자금으로 특정 작가의 희소성과 매각 가능성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는 미술품이 별도의 선택지가 된다.
항공기 엔진과 콘텐츠 IP가 상용화되더라도 같은 질문은 남는다. 리스료와 판권 수입이 발생한다고 해도 중간에 증권을 살 투자자가 없다면 현금화는 어렵다.
조각 투자 한곳에서 비교 분석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NXT컨소시엄과 KDX에 신탁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본인가와 시장 개설이 완료되면 플랫폼별로 흩어진 음악과 부동산 수익증권을 통합된 시장에서 거래할 가능성이 열린다. 미술품과 가축에 활용되는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하는 법률은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술·인프라, 발행, 유통, 결제 등 네 개 분과에서 세부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작품이나 가축이 최종 매각되기 전에 증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생긴다. 향후 항공기 엔진과 콘텐츠 프로젝트가 발행되면 이들 역시 유통시장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일에 모든 상품이 자동으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사 인가와 공시, 상품심사, 계좌관리, 결제시스템, 거래소 상장절차가 필요하다. 기존 상품이 새로운 거래시장으로 이전될 수 있는지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토큰증권을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구조적 융합을 뒷받침할 축”으로 평가하면서도, “(토큰증권의) 특성에 맞는 투자자 보호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기상천외한 자산을 증권으로 만들 수 있느냐 보다 믿을 수 있는 가격과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 실제 매수자와 투명한 청산 경로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우와 한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한우 조각 투자 플랫폼 ‘뱅카우’. 한돈과 한우 투자계약증권은 가축을 매입해 농가에서 키우고, 출하·경매 후 발생한 손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현재 상시 2차 거래시장이 없어 투자자는 사육사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026년 5월 공모된 한돈 투자계약증권 2호는 한돈 500마리를 기초자산으로 2억1280만원을 모집했고 최종 청약률은 350%였다. 앞선 1호는 청약 후 약 89일 만에 2억5595만원 규모의 가축을 매각하고 정산을 마쳤다.
한돈은 사육 기간이 비교적 짧지만 질병·사료비·도매가격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 매각금액에서 가축 매입비와 사육비, 보험료, 운영비를 차감해야 하므로 매각액이 곧 수익은 아니다.
뱅카우는 약 15개의 한우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 이 가운데 5개 상품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청산 완료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약 17%다. 이는 일부 상품의 과거 실적이며 전체 평균이나 다음 상품의 보장수익률이 아니다.
가축 조각 투자는 낮은 환금성을 감수하고 농장의 생산성과 축산물 가격 사이클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투자다. 농가의 사육 역량과 보험, 질병 발생 시 처리 방식, 출하·유통 경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