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렉터블 럭셔리 | Part 2] 술이 아니라 자산 ― 마시는 金, 빈티지 위스키

    입력 : 2026.07.29 10: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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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는 고즈넉한 마을, 어두운 창고에서 조용히 가치를 불려간다. 늙어갈수록 비싸지는 술, 보관료는 와인보다 싸고 부패할 일도 없다. 그런 이유로 한때 글로벌 자산 시장은 위스키를 마시는 금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위스키 시장은 화려한 수식어와 냉정한 숫자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외형은 여전히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GMI(Global Market Insights)는 세계 위스키 시장 규모를 2025년 772억 달러에서 올해 828억 달러로 전망하며 2035년에 145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 역시 2025년 895억6000만 달러였던 시장이 2034년 1398억 달러로 껑충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GMI 자료를 보면 아·태 지역 위스키 시장은 2025년 332억 달러에서 2035년 651억 달러로 약 두 배의 성장이 예상되며, 이 흐름을 일본과 인도, 중국의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다. 업계 구도는 여전히 소수 글로벌 기업의 과점체제다.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산토리홀딩스, 브라운포맨,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등 5개사가 전체 시장의 49.7%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조니워커, 탈리스커, 싱글톤 등을 보유한 디아지오의 단독 점유율이 24.1%나 된다. 압도적인 1위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이 같은 산업 전체의 양적 성장에 비해 투자 자산인 희귀, 고가 위스키의 가치 흐름이 전혀 다른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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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 위스키 수요와 경매, 전혀 다른 두 얼굴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그룹 나이트프랭크가 매년 발표하는 웰스 리포트에는 럭셔리 투자 지수(KFLII·Knight Frank Luxury Investment Index)가 포함돼 있다. 이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비싼 병 100개를 추적하는 ‘레어 위스키 지수’를 포함해 미술품, 클래식카, 와인, 시계, 핸드백 등 11개 자산군의 성과를 종합한다. 나이트프랭크가 지난 4월 공개한 웰스 리포트를 살펴보면 2025년 한해 동안 KFLII는 0.4% 하락했다. 개별 자산군으로 들어가면 명암이 뚜렷하다. 인상주의 미술품 경매 매출은 전년 대비 80.4% 급증했고 시계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반면, 와인과 위스키는 가장 약한 부문으로 꼽혔다. 희귀 위스키는 2024년에도 9% 하락하며 2년 연속 부진했고, 2022년 여름 정점 대비 19.3%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럭셔리 컬렉터블은 투자자에게 좋은 성과를 안겨줬다”고 소개한 리암 베일리 나이트프랭크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2018년 처음 KFLII에 편입된 이후 한때 금·미술품·주얼리를 모두 앞질렀던 희귀 위스키가 최근 2차 시장으로 재고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치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 글로벌 시장에서 위스키 투자는 하락세인 걸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나이트프랭크의 레어 위스키 지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완제품 병 100개만을 추적하는 초고가, 초희소 시장의 지수다. 오크통 단위로 거래되는 캐스크 투자와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실제로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2024년 가이드라인에서 위스키 캐스크 투자 광고 시 나이트프랭크 지수를 인용한 수익률 암시를 금지했다. 업계에선 “병과 캐스크를 같은 지수로 설명하는 것은 벽돌 값과 런던 펜트하우스 가격을 동일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레어 위스키 지수는 하락한 반면 최상위 경매 시장은 활발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경매사 소더비(Sotheby’s)에 따르면,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디스틸러스 원오브원’ 경매와 파트너십을 맺어 35개 증류소의 초희귀, 고숙성 위스키 39병을 선보인 단일 경매에서 사전 추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39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소더비의 행보는 공격적이다. 지난 1월 24일 뉴욕 브로이어 빌딩에서 미국 위스키 라이브 경매를 진행했고, 3월에도 ‘위스키&위스키’ 경매를 진행했다.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 현장에는 약 900개의 위스키가 출품됐고, 로스앤젤레스의 한 개인 컬렉터가 내놓은 ‘맥캘란 파인&레어 시리즈’,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중 가장 오래된 빈티지로 꼽히는 ‘글렌피딕 1937’, 보모어의 1960년대 빈티지 등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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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희귀 위스키 투자가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시간이 일하는 자산이란 구조적 매력에 있다”고. 오크통 속 원액은 숙성이 진행될수록 풍미와 희소성이 올라가고, 미술품이나 와인처럼 온도나 습도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위스키는 부패하지 않고 또 알코올 도수가 높아 보존성도 뛰어나다. 창고 보관 시 병당 혹은 캐스크당 연간 보관료가 수십에서 수백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작품 단위로 수만 달러가 소요되는 미술품 보관료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위스키는 2018년 나이트프랭크 지수에 편입된 첫 해에 금, 미술품, 주얼리의 수익률을 앞지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시간이 가치를 만든다는 서사는 동시에 공급이 가치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했다. “한정판이 너무 많이 풀리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2차 시장에 매물이 몰려 하락했다”는 게 나이트프랭크 측의 분석이다.

    캐스크 투자, 비교해야 보이는 리스크

    캐스크 투자는 증류소에서 새 원액이 든 오크통을 1개 단위로 구매해 수 년 혹은 수십 년 숙성 후 병입해 판매하거나 제3자에게 재매각해 차익을 노리는 구조다. 진입 단가가 완제품 병보다 낮고 캐스크 소유의 만족감이 있어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도 투자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캐스크 시장은 나이트프랭크 지수처럼 공신력 있는 가격 지수가 거의 없는 비표준화 시장이다. 위스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위험 요인 역시 출구 문제다. 표준화된 거래소가 없어 매도 시 매수자를 직접 찾아야 하고, 가격은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증발로 인한 자연 손실분(엔젤스 셰어), 병입 시 발생하는 영국 주세·관세, 창고 보관·보험료 등 숨은 비용이 수익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위스키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구매하려는 상품에 대한 정보다. 완제품 희귀 병을 구매해 보관·재판매하는 방식, 해외 캐스크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 국내외 플랫폼을 통한 조각 투자 방식 등 구조가 제각각이고 그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세금도 달라진다.

    주세법상 위스키는 증류주로 분류돼 출고가와 수입가 기준 72%의 종가세가 적용된다. 개인이 해외에서 병 단위로 위스키를 직접 구매해 들여올 경우 관세,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순차적으로 부과되며 면세 한도를 넘는 구매분에 대해선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캐스크를 해외 창고에 보관한 채 소유권만 거래하는 방식이라면 국내로 반입하지 않는 한 국내 주세가 즉시 부과되지는 않지만, 병입해 국내로 들여오는 순간 동일한 세금 구조가 적용된다. 또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법적 성격이다. 캐스크나 조각 투자 형태의 위스키 투자 계약은 자본시장법상 정식으로 등록된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금리, 고배당을 약속하거나 기존 투자자의 소개로만 가입이 가능하고 사업 내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구조를 유사수신행위의 전형적 패턴으로 안내하고 있다. 위스키 캐스크 투자를 권유받을 때도 이런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의심되는 사안은 금융감독원 1332로 사전에 확인하는 게 먼저다.

    [안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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