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적 M&A 후폭풍, 카카오 AI로 체질 개선 가능할까?

    입력 : 2026.07.23 16: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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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국민기업으로 불리던 카카오.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신성장 동력을 무한대로 확보해나갔다.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시작했지만 커머스, 포털사이트, 금융, 엔터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기업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주가도 한때 17만원까지 치솟으며 ‘카카오는 국민주’라는 별칭까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 주가는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이 나 4만원 선까지 떨어졌고, 다른 상장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오른 것과 비교된다. 아울러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포함해 이전에 사들였던 알짜 계열사들을 하나둘씩 매각하고 있다. 카카오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17만원→3만원 카카오의 끝없는 추락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곳이다. 카카오톡에 쇼핑, 게임, 엔터 등 신규서비스를 붙인 덕분에 이용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카카오가 주식 시장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던 2020년대 초반은 초저금리 시대였고, 이 때는 성장성만 보여주면 시장은 환호했다. 3만원 선이었던 주가가 2년도 안 돼 17만원 선까지 올라가면서 투자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걸까. 폭발적으로 오른 카카오가 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일까? 일단 주식시장 부터 살펴보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상장시킨 것이 시장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을 따로 떼어내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IPO(기업공개)로 들어온 돈을 다시 신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본체인 카카오에 돈을 벌어다주는 알짜 회사들이었다. 핵심 수익원들이 빠져나가면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훼손됐고, 카카오엔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적용됐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아주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와 일반주주 보호 강화 흐름 속에 LS, SK 등 대기업 지주사들의 주가는 올랐지만,카카오는 요지부동이었다. 너무 짧은 기간에 자회사들을 쪼개서 상장시킨 탓에 시장의 신뢰를 쉽게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꺾인 실적이다. 카카오의 연간 매출액은 점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공격적인 M&A로 한때 13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리며 매출은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그만큼 비용이 불어났다. 카카오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등 플랫폼 자회사들이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고정비와 마케팅비를 엄청나게 쏟아부은 영향인데, 이제는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과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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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상장 계열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아키에이지 워, 우마무스메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줄었고, 3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카카오게임즈를 바라보는 증권가들의 시선도 어둡다.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투자의 견을 ‘보유(Hold)’, 목표주가를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작 출시가 연기되는 가운데 기존 주요 게임들의 매출이 감소하며 영업적자는 3개 분기 연속으로 확대됐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신규 경영진의 성장 전략 및 모회사와의 시너지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반짝 주목받았던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주가가 11만원대까지 올라갔지만 현재는 4만원대로 고점 대비 6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뱅크도 실적은 상승세지만 주가는 현재 2만원대로, 과거 9만원 선을 뚫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지속적으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카오는 현재 군살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 강도 높은 계열사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하는 IT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0개가 넘던 자회사가 현재 90여 개로 줄었다. AI 투자와 자체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비핵심 사업까지 끌고 가기엔 부담이 커진 것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양대 포털로 불렸던 다음이 있다. 최근 카카오는 다음을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했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지 12년 만의 일이다. 카카오는 이번 매각으로 약 1900억원을 확보하는 대신 동영상 플랫폼인 카카오TV 서비스를 종료하고 다음 게임에서 제공하던 PC 게임 채널링 서비스도 중단했다. 다음의 인수자인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LLM 모델 솔라를 결합해 차세대 AI 포털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단순 키워드 검색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의도를 정교하게 파악해 맞춤형 답변을 제시하는 ‘콘텍스트 AI’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업스테이지는 이를 통해 기존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 대상(B2C)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엔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매각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3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내려왔고, 매각을 통해 확보한 700억원 중 300억원은 차바이오텍 지분 인수, 400억원을 카카오헬스케어 재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2021년 카카오 사내 독립기업으로 출범해 2022년 분사한 곳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며 혈당 관리 서비스인 ‘파스타’를 주력으로 삼았다. 외부 업체가 개발한 혈당 측정기와 카카오가 만든 혈당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연동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리테일 고객에 의존하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이 AI와 연계한 의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카카오헬스케어를 사들인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경영권을 라인야후에 매각했다. 라인야후의 투자목적법인(SPC)인 엘트리플에이(LAAA) 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약 35%를 보유하게 되고, 카카오는 14%로 2대 주주로 밀려나게 된다.

    카카오는 매각 대금을 재투자해 카카오게임즈와 협력 관계를 맺겠다는 입장이나 오랫동안 문어발이라는 지적을 받았기에 계열사 정비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최근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에 각각 매각해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손에 쥐었다. 이번 거래로 카카오의 두나무지분율은 10.58%에서 0.13%로 줄었다. 2013년 두나무 초기 투자에 참여한 카카오는 이번 매각을 통해 원금(35억원)의 500배에 달하는 금액을 회수하게 됐다.

    “AI 수익화 원년 선포”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해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해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으로 카카오는 어떻게 되는 걸까? 카카오는 공격적인 M&A 대신 적재적소 투자와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신성장 동력인 AI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전 국민을 위한 에이전트AI 서비스 ‘카나나’를 카카오톡에 지난 3월 정식 출시했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지만 자체 모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카나나2에 이어 곧 1500억 개 파라미터 크기의 카나나 2.5 모델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하반기부터는 AI가 탐색부터 결제까지 진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정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5월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는 에이전트 AI 확산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하반기부터는 이용자들이 톡 내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완료되는 에이전트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게되는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AI 서비스들의 활동성 지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카카오톡 안에 챗GPT가 연동된 ‘챗GPT 포 카카오’ 서비스도 누적 가입자가 이미 1100만 명이 넘어섰다. 검색, 추천, 예약 등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편의에 맞춘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카카오 AI 서비스가 광고 단가, 커머스 전환율, 페이 거래액으로 실제 연결되는 지가 향후 실적의 관건이라고 평가한다. 증권가는 AI 커머스 수익화의 실증 데이터가 더 쌓여야 카카오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핵심 자회사들의 지분을 축소하며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카카오톡과 AI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카카오 생태계, 외부 파트너사와의 연결을 통해 고도화될 예정이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다수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현재는 완성도를 높이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수익화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가 올해를 AI 수익화의 원년으로 선포했지만 다만 아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리케이션 개편과 AI 에이전트 기능 도입으로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 상반기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지난 4월 기준 686분으로 전년 동기(697분)보다 줄어들었다.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내부 조직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사의를 표명했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두고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카카오 본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곳이 지난 10일 부분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 법인은 임금 단체협상이 결렬된 이후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조정이 중지돼 쟁의권을 확보,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는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3∼14%에 달하는 약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산입하지 않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사측은 이러한 노조 요구안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IT업계에서도 이번 카카오 파업이 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에 대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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