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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따라 하는 ‘중티’ | PartⅠ] 밈으로 소비되다 긍정 비율 높아져 경험 콘텐츠에서 소비문화 현상으로
입력 : 2026.07.22 15: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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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을 찾아서(逐玉)’. 제목부터 낯선 이 중국 드라마는 최근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상위권에 올라 있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온 이른바 ‘선협(仙俠) 웹드라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개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와 지나친 CG에 이게 뭐지” 하다가도 “묘한 흡인력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다. 이 드라마는 비판과 유행이 뒤섞이면서 시청자 층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프리미엄 밀크티 브랜드 ‘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해당 브랜드 음료를 마시고 감탄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일명 ‘장원영 밀크티’로 입소문을 탔다. 한국에 상륙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인기가 여전하다. 직장인 김모 씨는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찌감치 알고 있던 브랜드”라며 “패키지와 맛에서 중국 특유의 느낌이 강해서 SNS에서 인증샷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젊은 층 사이에서 식사로 훠궈와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론 밀크티를 즐기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 내수 침체로 국내 식음료(F&B) 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 프랜차이즈가 국내 시장을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조롱에 가까웠던 ‘중티난다’는 표현은 2030 사이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소비되고 있다. 소셜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중티’에 대한 긍정 언급량은 70.2%로 집계됐다. 부정은 23.1%에 그쳤다. 긍정 키워드는 주로 ‘좋다’, ‘맛있다’, ‘귀엽다’, ‘예쁘다’, ‘화려하다’가 나타났다. 언급량 자체도 늘었다. 같은 기간 ‘중티’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6.84% 증가했다.
그 배경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장악한 숏폼 콘텐츠다. 중국 특유의 자극적인 연출과 속도감을 앞세운 숏폼 드라마들이 국내 플랫폼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K-드라마의 텃밭이었던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시청층이 ‘C-드라마’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스타일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박명수, 한가인, 곽범, 이미주 등 유명 연예인들이 ‘왕홍 메이크업’에 도전하며 화제를 모았고,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 중국식 화장법 튜토리얼은 필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중국 충칭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촬영하는 ‘오토바이 촬영 체험’과 고층 빌딩 외벽에 매달린 듯한 사진을 찍는 ‘충칭 빌딩 스냅’도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짧고 강렬한 비주얼을 앞세운 ‘중티’ 감성이 숏폼과 맞물리며 경험형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성비에서 시작된 중국산 소비실제 중국 트렌드 영향력은 국내 소비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4월 15일부터 5월 20일까지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 트렌드(C-트렌드) 관련 소비자 인식 및 경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9.8%는 최근 중국 트렌드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내 중국 서비스·제품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1.1%에 달했다.
특히 틱톡, 샤오홍슈 등 중국 SNS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조사에서 중국 쇼핑몰, 제품, 서비스 이용 경험이 많은 고관여자의 53.7%가 중국 플랫폼이 트렌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중국 플랫폼이 한국 MZ세대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 또한 고관여자 사이에서 56.5%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의 이용률이 높았다. 10대 응답자의 경우 중국 SNS·콘텐츠 플랫폼 이용률은 30%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은 중국 트렌드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4.8%는 ‘한국 소비 시장 내 중국 트렌드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47.2%는 ‘향후 한국에서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브랜드가 K-브랜드와 경쟁하는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26%였다.
중국 충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오토바이 촬영 체험’과 ‘충칭 빌딩 스냅’을 찍은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 브랜드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과거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은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브랜드는 더 이상 ‘싼맛’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저가 공세를 넘어 기술과 디자인, 플랫폼 생태계까지 결합해 한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국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명동에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상륙한 하이디라오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억원에서 20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이디라오 메뉴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다. 훠궈에 넣을 재료를 추가하다 보면 1인당 4만~5만원을 훌쩍 넘긴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매장은 주말 대기 1~2시간이 기본이다. 또 다른 훠궈 브랜드 용가회전훠궈도 2024년 말 강남점을 시작으로 전국 9개 매장을 열며 세를 불리고 있다. 마라탕 인기도 여전하다. 하이디라오보다 1년 먼저 한국에 진출한 중국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는 올해 3월까지 전국에 560개 매장을 열었다. 마라탕 인기가 한물 간 것 아니냐는 의문에도 지난해 매출 255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마라 향’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 브랜드도 마라 향 제품을 흔히 선보일 만큼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중국식 생선찜 브랜드 ‘반티엔야오 카오위’, 후난 요리 전문 브랜드 ‘농경기’ 등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가 국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외식,뷰티, 패션으로 확산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최근 해외 일정 중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차지(CHAGEE)’의 밀크티를 마시다 “너무 맛있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앞서에서 보듯 음료와 디저트까지 중국 브랜드가 파고드는 분위기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헤이티·차지·미쉐 등이 줄줄이 한국에 상륙했다. 기존 국내 카페 브랜드와 달리 화려한 비주얼과 앱 기반 주문 시스템, 소셜미디어(SNS) 인증 요소를 결합해 한국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 이뿐 아니라 SNS를 중심으로 상하이버터떡과 고체양즈간루 등 중국 디저트가 화제가 되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난다.
새로운 F&B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세대가 SNS를 통해 중국 식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C브랜드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의 무비자 관광 정책 시행 이후 상하이, 칭다오, 선전 등 주요 도시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1020세대가 늘면서 C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이들이 SNS를 통해 이를 전파하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민일보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1월 방중 한국 관광객은 약 30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중국 브랜드를 더 이상 국가 이미지와 연결짓지 않는 인식 변화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18~29세 성인의 중국 비호감도는 86%에 이른다. 이들은 중국에서 온 프랜차이즈와 국가를 일체화시키지 않는다.
유통 분야에서도 중국 영향력이 상당하다. 대표 사례가 중국 완구 브랜드 팝마트다. 대표 캐릭터 ‘라부부’ 열풍은 단순 완구 인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번졌다. 한국에서도 라부부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국내 유통가가 들썩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CJ올리브영 등 주요 유통사가 팝마트 협업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캐릭터 세계관과 희소성, 랜덤박스 시스템 등을 결합해 수집 문화가 형성된 점이 라부부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증 문화를 결합해 소비 경험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점이 강점”이라며 “한국 젊은 층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1~2시간 웨이팅을 감수하고 중국 외식 프랜차이즈를 적극 찾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중국 브랜드 영향력은 가전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50억4319만 달러(약 7조48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사실상 독주한다. 로보락이 국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 드리미 역시 지난해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점유율은 30% 안팎으로 추산된다. 과거 중국산 가전은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과 사후서비스(A/S)가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 반응이다. 중소형 가전은 물론 대형 TV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8월 3.5%에서 올해 4월 6%로 확대됐다.
“단순 중국 호감은 아냐”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에 마련된 CJ올리브영ㆍ팝마트 코리아 협업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키링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는 ‘중티’ 소비가 단순히 중국에 대한 호감이 커졌다기보다 취향·실용 중심으로 변화한 소비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은 디자인·가격·성능 중심으로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메이드인 프랑스’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유럽 브랜드와 달리 중국 브랜드는 중국산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승진 숏만연구소 대표는 “최근에는 중티 감성이 힙하다는 느낌으로 한국인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며 “숏폼을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이미지가 쇄신된 점이 중국 유통 브랜드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는 문화를 정치·국가 이미지보다 콘텐츠와 밈 자체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며 “’중국스럽다’는 부정적 상징조차도 MZ세대의 놀이 문화 안에서 새로운 미학 코드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브랜드는 우리뿐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NN은 “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중국풍 옷을 입고 생활 방식을 따라 하는 ‘차이나 맥싱(China Maxxing)’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베이징 완구 기업 팝마트가 만든 뾰족한 이빨과 복슬복슬한 털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는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의 명품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중국의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은 꾸준한 수요 속에 지난달 프랑스 지방 도시 다섯 곳에 추가 매장을 열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