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분담금이 10억? 용적률·대지 지분 꼭 따져라

    입력 : 2026.07.21 14: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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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재건축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다.

    10평형대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추가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30평형짜리 아파트 입주가 가능했다. 실제로 서울 개포주공4단지(현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경우 전용면적 50㎡ 소유자가 전용 84㎡(34평형)에 입주하려면 1억원가량의 분담금만 내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포 말고 반포, 잠실, 청담, 도곡 등 저층 서울 재건축 단지들 상황도 비슷했다.

    용적률이 70~130% 안팎의 5층 아파트가 250~280%의 고층 아파트로 변신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물론 일부 단지는 일반분양 수입에 따른 환급금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공사비 갈등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가 분담금 문제가 재건축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 15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중층 재건축 시대가 열리면서 예고됐던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 ‘재건축은 골칫덩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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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재건축은 여전히 훌륭한 개발 방식이다. 예전 같은 ‘로또’는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적절한 조건을 갖춘 단지를 고르면 주거 환경 개선은 물론 일정 부분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몇 가지 힌트가 있다. 우선 용적률이 200%보다 낮으면서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아파트가 가구별로 갖고 있는 땅 면적)이 50㎡(약 15평) 이상인 중대형 위주의 단지를 찾아야 한다.

    폭증하는 재건축 분담금

    최근 상황을 보면 서울 강남권에서도 조합원이 동일 면적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올해 초 조합원 분양 신청을 진행한 개포주공6단지의 경우 전용 53㎡ 소유 조합원이 전용 84㎡를 선택하면 최대 7억5573만원을 내야 한다. 국민평형을 분양받으려면 모든 가구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용 60㎡는 5억8460만원을, 전용 73㎡는 3억4653만원을 내야 한다. 현재 개포주공6단지 중 가장 큰 평형인 전용 83㎡도 1억6494만원의 분담금이 책정됐다. 개포주공6단지는 전용 53·60㎡가 각각 220가구, 전용 73·83㎡가 각각 310가구로 구성됐다.

    대형 평형을 새 아파트로 받으려면 분담금이 1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전용 53㎡ 소유주가 전용 119㎡를 신청하면 분담금이 15억1853만원에 달한다. 전용 60㎡와 73㎡도 이 평형을 신청하면 분담금이 각각 13억4740만원, 11억933만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기존 평형과 관계없이 펜트하우스를 받으려면 7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내야 한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전국 재건축 단지마다 ‘분담금 폭탄’ 비명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전국 재건축 단지마다 ‘분담금 폭탄’ 비명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조합원이 앞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추가로 내야 할 금액이 1년도 안돼 2억~3억원가량 늘어났다. 은마아파트 조합은 지난 5월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앞두고 조합원 추정 분담금을 다시 계산해 공개했다. 작년 9월 조사 이후 약 8개월 만에 조사를 다시 했는데, 전용면적 76㎡(31평형) 보유 조합원이 같은 평형대를 신청할 때 추정 분담금이 4억2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사전 조사 당시 분담금을 2억3000만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1억9000만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용 84㎡(34평형) 조합원이 같은 평형대로 신청할 경우 추정 분담금도 3억2000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지난해 조사 때(1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1억4000만원 정도 더 많은 금액이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전용 76㎡와 84㎡ 두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다른 재건축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핵심 지역인 압구정동도 예상보다 높은 분담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술렁이고 있다. 현재 전용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넓이의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5억원에서 7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사업성이 꽤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나 부산 삼익비치 등도 5억원이 넘는 분담금 폭탄에 시끌시끌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도 현재 추정 분담금이 분당 기준으로 최대 7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재건축 공사비 ‘3.3㎡당 1000만원’ 기본

    5~6년 전만 해도 일반분양 가격을 높게 받아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활용해 가구당 재건축 분담금은 많아도 3억~4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금리가 높은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아도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분담금은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공사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2021년 480만원, 2022년 518만원, 2023년 606만원, 2024년 770만원, 2025년 808만원으로 수직 상승 중이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3.3㎡당 공사비가 이미 1000만원을 넘어선 곳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4구역은 1250만원, 성수1지구는 1132만원 수준이다.

    심지어 3.3㎡당 1300만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공사비까지 등장했다. 최근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여의도 ‘목화아파트’ 공사비가 3.3㎡당 1370만원으로 책정됐다. 목화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416가구로 재탄생한다. 종전 최고 공사비는 지난 2024년 체결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로 3.3㎡당 1300만원이다.

    공사비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 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년 전(131.11) 대비 2.5% 상승했다. 오름폭은 둔화됐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용이 계속 오르면서 입주를 코앞에 두고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인상에 대해 갈등을 겪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착공 후에도 공사 계획이 상황에 따라 바뀌기에 공사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에 입주를 시작한 성동구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이 169억원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자 소송전에 들어갔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남아 있는데 미국·이란 전쟁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사 원가가 30~40% 치솟으면 조합원 분담금도 또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200%, 대지 지분 15평’이 사업성 판단 기준

    이 같은 환경 때문에 재건축 시장은 앞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진행 가치를 철저히 따져보고 접근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은 기존 용적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존 용적률이 높고 규모가 작은 단지는 재건축 사업성이 좋지 않다. 재건축 업계에서는 평균 용적률이 200% 이하, 규모는 1000가구 이상은 돼야 재건축을 진행할 만하다고 본다. 단지 규모가 적거나 용적률이 높다면 사업을 진행할 때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는 28개동, 4424가구 규모에서 최고 49층, 5893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는 28개동, 4424가구 규모에서 최고 49층, 5893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두 번째 요건은 면적 구성이다. 대형 가구가 많아 평균 대지 지분이 큰 단지가 재건축에 유리하다. 용적률이 낮아도 소형 가구가 많다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93%지만, 모든 가구가 전용 37㎡로만 구성돼 있어 가구당 평균 대지 지분이 작았다. 기존에 보유한 땅이 적다 보니 전용 84㎡를 받기 위해선 분담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낮은 확률이지만 종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면 사업성은 크게 달라진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재건축 후 오히려 환급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좋은 사례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 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전용 84㎡ 복도식인 A~C동에서 새 아파트 동일 면적을 받을 때 9131만~1억4298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계단식인 D~E동은 전용 110㎡를 받을 때 9997만~1억4242만원을 돌려받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정비계획에 따르면 전용 84㎡ 소유자가 84㎡를 분양받을 때 환급액이 주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의도 금융중심지 조성에 따른 종상향으로 일반분양 가구 수를 늘리게 된 게 사업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면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활성화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이번에 최대 일반상업지역까지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한 대상을 기존 153개 중심지 역세권에서 서울 시내 325개 모든 역세권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근린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이 제한됐던 비중심지 역세권도 앞으로는 일반상업지역 까지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진다. 또 외곽 지역의 역세권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여 부담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증가 용적률의 50%를 일률적으로 공공기여로 부담해야 했으나 외곽 지역에서는 이를 30% 수준으로 낮춰준다.

    대상지는 서울시 표준지 공시지가 평균의 60% 이하인 11개 자치구다. 은평·서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동대문·강서·구로·금천구가 대상이다.

    마지막 요건은 주민의 재건축 추진 의지다. 보통 소유주 연령이 높고 직접 거주하는 경우가 많으면 만만찮은 추가 분담금을 감수하고 4~5년에 달하는 공사 기간에 다른 집으로 옮기기 싫어한다. 물론 1만 가구 안팎의 헬리오시티나 둔촌주공 재건축, 한창 공사 중인 강남 일대 중층 아파트 재건축을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당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재건축 단지의 분위기를 파악한다. 매매를 결정하기 전에 전월세 등으로 직접 살면서 느끼는 방법도 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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