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광섭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글로벌 AI 붐에 더 거세지는 中 ‘반도체 굴기’ 화웨이 ‘타우법칙’ 발표… 돌파구 마련 안간힘

    입력 : 2026.07.16 17:05:40

  • CXMT의 파상적인 D램 저가 공세로 삼성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XMT의 파상적인 D램 저가 공세로 삼성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풍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은 범용 위주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최근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중국 수출의 주역도 반도체다.

    아울러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고, 중국 AI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화웨이는 새로운 반도체 설계 방식을 공개하며 ‘게임 체인저’를 자신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도 반도체 기술 자립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CXMT·YMTC 상장 추진… 설비 확대·인력 유치 총력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증시에 상장한다. 앞서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5월 27일 CXMT의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 상장심사위원회 심의가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커촹반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CXMT의 지난해 매출액은 618억 위안(약 13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5.6%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719.1% 급증한 508억 위안(약 11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작년 1년치와 맞먹는 셈이다.

    CXMT가 이번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100억~1200억 위안(약 24조3000억~2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0% 이상 성장한 규모다. 올해 들어 D램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CXMT는 이번 상장으로 295억 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업계 4위이며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인 YMTC도 CXMT와 동일하게 커촹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YMTC의 상장전 지도 절차 신청을 접수했다. CXMT와 YMTC의 잇따른 상장 추진에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대규모 자금을 연구·개발 및 설비 확대, 인력 유치 등에 대거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기업인 SMIC 주가는 이미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커촹반에 상장돼 있는 SMIC는 지난 6월 17일 기준 1주당 134.70위안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63.4% 상승한 수치다. 중국 파운드리 2위 업체인 화훙반도체는 같은 기간 435.5% 폭등했다.

    레거시 반도체(성숙 노드 칩)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고객들이 중국 본토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주문량을 늘린 영향이다. 실제 SMIC의 웨이퍼 가동률은 93.1%까지 치솟았다.

    자오하이쥔 SMIC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핵심 레거시 반도체(성숙 노드 칩)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해외 고객 주문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기술력에서는 한국과 미국 등 해외 반도체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워낙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다 보니 생산 여력이 남아 있는 중국 기업에 해외 고객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SMIC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에 비해 11.5% 증가한 25억1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AI 전환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과 중국 내 고객사들의 공급망 안정화 수요, 신규 생산 능력 확보 등에 따른 결과다. 올해 예상 실적 역시 상당하다. 글로벌투자은행(IB)들은 SMIC의 올해 예상 매출액이 100억달러(약 15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운드리 주가도 ‘쑥’… “SMIC 올해 매출 100억 달러”

    중국 AI 반도체 기업인 화웨이는 새로운 반도체 설계 방식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와 TSMC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총재는 지난 5월 25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6 국제 회로 및 시스템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타우(τ)의 법칙’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분야에서 발전해온 원칙을 처음 제시한 것이다. 기존의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기하·공간적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타우의 법칙은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을 줄이는 시간 축소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화웨이는 지난 6년간 타우 법칙에 근거해 반도체 381종을 설계·양산했다며 올해 가을 처음으로 로직폴딩 기술을 완전히 채택한 ‘치린(기린) 칩’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 총재는 “지속 가능한 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았다”며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칩 제조 역량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이번 공개는 초미세 공정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는 등 서방의 제재 속에 새로운 반도체 설계 방식을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지에서는 화웨이가 향후 타우의 법칙을 통해 엔비디아·TSMC 등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의 ‘반도체 여왕’(허팅보 총재)이 중국의 반도체 계획을 새로 쓰려 한다”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 마켓워치는 번스타인 보고서를 인용해 “타우 법칙이 또 다른 딥시크 모멘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AI 붐과 맞물려 반도체는 중국 수출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5월 중국의 수출액은 3767억8000만 달러(약 572조원)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9.4% 급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국 수출은 중동 전쟁 위기로 지난 3월(2.5%)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지난 4월(14.1%)부터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증가 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수출 호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싱자오펑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선임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메모리 가격이 전월 대비 20% 오르는 등 반도체 가격 상승이 계속해서 수출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 달 집적회로 수출 증가율도 111%까지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이어”반도체가 중국의 무역 지형을 다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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