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현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매파 케빈 워시의 美연준 | 태풍의 눈 vs 찻잔 속 태풍

    입력 : 2026.07.01 11:49:37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후 첫 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사진 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후 첫 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사진 연합뉴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 의장의 데뷔는 ‘워시 쇼크’로 불릴 만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실상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우선 워시 의장이 쏟아낸 발언을 볼 때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거 양적완화에 반대하며 연준 이사직을 중도 사퇴했던 이력이 반영된 ‘매파 본색’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과 달리 강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변신한 모습을 곧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연준의 소통 방식부터 성명서까지 오랜 기간 지속돼온 모든 관습을 개혁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면서 워시 연준이 시장에 변동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18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에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불과 석 달 전 올해 금리인하를 예고했던 연준이 케빈 워시 의장의 데뷔 무대에서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180도 변경한 것이다.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기준금리를 현재 3.5~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부터 4연속 동결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 간 갈등 속에 그동안 금리 결정에 반대표가 속출했지만 이번에는 만장일치 결정이다.

    특히 워시 의장 체제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특정 부문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공급 쇼크를 부분적으로 반영하며 목표치인 2%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차례 금리인상 예고

    게다가 장기간 물가목표치(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확산에 따라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1회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총 19명 중 절반인 9명의 위원들이 올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금보다 높은 3.8%로 전망했다. 사실상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강력하고, 만장일치이며, 결코 모호하지 않다”며 “이것이 바로 지난 5년 동안 연준이 놓쳤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며 우리는 완벽하게 고쳐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논란이 됐던 정책결정문에 담긴 ‘완화 편향’ 문구도 삭제했다.

    FOMC 위원들 역시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총 19명 중 절반인 9명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금보다 높은 3.8%로 전망했다. 연내 0.25%포인트 인상이 3명, 0.50%포인트 인상이 5명, 0.75%포인트 인상이 1명이었다. 금리 동결은 8명, 0.25%포인트 인하는 1명이었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없었고 인하를 전망한 위원이 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사진설명

    이날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성장과 고용은 지난 3월 전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물가는 전쟁발 유가 충격을 반영해 대폭 상향됐다. 올해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종전 2.7%에서 3.6%로 올린 것이다. 성장률은 2.4%에서 2.2%로 낮췄고 실업률은 4.4%에서 4.3%로 하향했다.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로 최근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전쟁 여파에 한때 12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미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4.2% 상승하며 2023년 4월(4.9%)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만큼 물가상승 압력은 위험수위까지 올라섰다.

    워시 의장은 “고용과 물가 사이에 잔인한 양자택일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고 필립스 곡선의 낡은 패러다임을 믿지 않는다”며 “연준 본연의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하면 강력한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 그리고 탄탄한 고용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우리는 정책의 형태와 실질 모두에서 물가 안정을 확실히 달성해 전광판에 선명한 승리의 점수를 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표 개혁 윤곽

    케빈 워시 의장의 데뷔 무대 일성은 포워드가이던스(선제적 통화정책) 폐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 결정 후 내놓은 성명서는 단 132 단어에 불과했다. 기존 분량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짧아졌다.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이 그저 연준이 뱉은 말을 앵무새처럼 받아 시장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라면 연준은 가장 귀중한 정보를 가려버린채 눈먼 장님으로 정책을 펴게 된다”며 “시장의 안대를 벗겨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총 19명의 연준 위원이 참여하는 점도표에선 한 사람이 빠졌는데 바로 워시 의장이다. 9명은 올해 금리인상을, 8명은 동결을, 1명은 인하에 표시했다. 그는 점도표를 “지우개가 달린 연필”에 비유하며 “자신들의 생각이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점도표는 통화 정책을 수행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올해 말까지 대대적인 재검토가 있을 것이고 점도표 존폐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사실상 폐지를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등 통계 수집 방식에 대해서도 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소비하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구식인 전통적 설문조사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며 “솔직히 2026년 현재의 미국 경제 구조와는 거의 닮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식 지표들은 일종의 역사의 메아리여서 구식 지표들이 가진 오차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워시 의장은 이 같은 연준 개혁을 위해 5개 태스크포스(TF) 출범도 발표했다. 5개 TF는 △연준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경제 데이터 △생산성과 고용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이다.특히 생산성과 고용 TF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의 경제적 영향을 연구하게 된다. 워시 의장이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AI 생산성 혁명’과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공식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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