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AI, 어디까지 왔나 ― 주목할 AI 모델 1개서 8개로 늘었지만…

    입력 : 2026.06.08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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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국가 중 인공지능(AI) 분야에서 3위, AI G3를 노리는 대한민국의 지난해 AI 분야 성적표가 나왔다. 글로벌 AI 산업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분석 보고서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연간 보고서인 ‘AI 인덱스 2026’이 지난 4월 공개된 것이다.

    전년도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연구소가 집계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1개에 그치며 쓴맛을 봤던 2024년 대비 지난해에는 8개의 주목할 만한 모델을 배출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단독 3위다. 또한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가장 많은 AI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 꼽히는 등 보고서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다만 3위권 안착에 만족하기에는 보고서가 보여주는 한국의 한계와 과제도 명확하다. 부족한 AI 인재 규모와 민간투자 등 일부 지표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외형적인 성장 속에서 질적인 격차를 어떻게 따라잡을지, 미국과 중국이라는 선두 그룹과 격차가 현저한 상황에서 어떠한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할지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LG AI연구원, 주목할 만한 모델 다수 배출
    국가 차원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성과

    스탠퍼드대 HAI는 매년 글로벌 AI 동향을 집약한 연례 보고서를 펴낸다. 주목할 만한 AI 모델과 같이 각 국가의 기업들이 개발한 AI 기술부터 연구개발, 제도, 거버넌스 등 다양한 차원에서 국가별 역량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 8개를 배출하며 미국(50개), 중국(30개)에 이어 단독 3위를 기록했다. 해당 보고서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은 비영리 연구기관인 에포크 AI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데, 출시 당시 모델의 성능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8개 모델 중 LG AI연구원이 ‘K-엑사원’, ‘엑사원 4.0 32B’, ‘엑사원 패스 2.0’, ‘엑사원 딥 32B’ 4개 모델을 배출하면서 저력을 보였고,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100B’, NC AI의 ‘배키’, SK텔레콤의 ‘에이닷엑스 K1’,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 X 시드 32B 싱크’ 등 4곳의 기업이 각각 1개씩 모델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LG AI연구원의 ‘K-엑사원’과 4개 기업의 모델 등 총 5개 모델은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탄생한 모델이다.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AI G3’를 내걸고 산업 지원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마중물 정책이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보고서가 최초에 한국의 주목할 만한 모델을 5개로 집계하자, 연구소에 추가 확인을 요청하면서 인정받은 모델 수를 8개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번 선정에 대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2024년 발표 시 대한민국은 ‘주목할 만한 AI’가 1개도 없었고, 이로 인해 자체 AI 개발 무용론까지 돌기도 했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1, 2위와 동등한 수준의 AI 3강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1개의 모델 성과라도 더 올려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번 성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중국과는 여전히 현저한 격차가 드러나지만, 4위 이후로는 캐나다, 프랑스, 홍콩, 영국 등 주요 국가가 1개 모델 배출에 그쳤다는 점에서 한국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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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보고서에서 한국이 주목받은 영역은 거버넌스 측면이다. 한국은 올해 1월 전면 시행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포함해 AI 관련 규제와 제도 마련에 빠르게 움직인 국가로 꼽힌다. 보고서가 지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G20 국가의 AI 관련 법안 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25건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이 1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위는 10건을 기록한 프랑스와 일본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보조금 지원이나 딥페이크 규제와 같은 안전 분야 등 분야별 법안이 주를 이뤘으며, 한국은 AI 산업 전반을 묶는 프레임워크 차원의 기본법 성격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관심만큼 한국 국민의 생성형 AI 이용률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AI 이용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상반기 25.9%에서 하반기 30.7%로 4.8%포인트 급증해 조사 대상 30개국 중 가장 크게 증가했다. 또한 대학가의 생성형 AI 활용도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활발했다. 대학생들의 생성형 AI 이용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 대학생의 이용률은 2023년 23%에서 2025년 84%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기준 조사 대상 국가 중 6위를 기록했다.

    시장 주요 플레이어는 누구

    네오클라우드 산업을 이끄는 기업은 코어위브를 포함해 람다, 네비우스, 크루소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기업으로 출발한 코어위브는 ‘크립토 윈터’ 이후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사명을 바꾸고 AI 전문 클라우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규모 GPU를 직접 확보해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투자 또한 유치하면서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 자원이 출시되면 이를 빠르게 확보해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에 코어위브와 63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주문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올해 1월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코어위브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람다의 경우 2012년 설립되어 초기부터 머신러닝 작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급하던 기업으로, AI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한 곳이다. ‘슈퍼인텔리전스 클라우드’를 강조하면서 연구자 친화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AI 커뮤니티를 공략하며 성장했다.

    유럽 기반의 네비우스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곳으로, 러시아의 검색 엔진 기업인 얀덱스에서 출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내 사업을 모두 매각한 후 거점을 옮긴 것이 특징이다. 네비우스 또한 엔비디아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크루소의 경우 유전 지역에서 버려지는 천연가스를 포집해 얻은 에너지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기업으로, 코어위브처럼 이후에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다. 특히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협력해 텍사스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했으며, 해당 데이터센터의 경우 오픈 AI의 확장 계획이 무산된 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임대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주목할 지점은 이 같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에 엔비디아가 모두 대규모 투자 또는 GPU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람다의 경우 엔비디아가 시리즈 D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크루소의 시리즈 E 라운드에도 엔비디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구당 특허 수 가장 많지만 인용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분야는 AI 특허 밀도다. 전체 특허 수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인구 10만 명 당 특허 수를 계산한 밀도 측면에서는 한국이 10만 명 당 특허 14.31건을 기록하며 2위인 룩셈부르크(12.25건), 3위 중국(6.95건), 4위 미국(4.68건)을 큰 차이로 제쳤다. AI 분야에서 특허는 개발한 기술이 실제 혁신과 상업적인 분야로의 적용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에, 이 같은 특허 밀도를 통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수에도 높은 혁신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절대적인 특허 건수 면에서는 중국의 압도적인 우위가 뚜렷하다. 2024년 전 세계에서 등록된 AI 특허는 총 13만 112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중국이 74.24%를 차지했다. 미국은 2위를 기록했으나 12.06%로 중국과 특허 수 차이가 벌어졌으며, 단일 국가로는 인도가 0.4%로 그 다음을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AI 특허 수가 한국의 현시점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량적인 특허 수를 기반으로 한 밀도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출원한 특허가 제3자에 의해 활용되는지 그 실용성을 보여주는 인용률에서는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HAI연구소는 특허가 세상에 나온 후 인용되기 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인용 지연’을 분석해 주요 국가가 출원한 특허 중 어느 정도가 인용되는지를 가늠했다. 특히 AI 특허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특허 대비 확산 속도가 빠르기에, 주요 특허는 대부분 2~3년 내로 인용된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인용 지연 측면에서 미국의 특허는 19%만이 미인용 상태로 남는 반면, 한국의 AI 특허는 42%가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의 생산은 많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기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미인용 비율은 일본(32%), 유럽(35%) 등과 비교해도 한국이 높은 수준이다. AI 연구 생태계 측면에서도 한국의 약점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HAI연구소는 딥테크 인재 흐름을 분석하는 플랫폼인 제키와 협력해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이 상위 수준의 AI 저자 및 연구자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비교했다.

    분석 결과 미국이 22만520명의 주요 AI 저자를 갖추면서 1위를 달렸으며, 인도가 5만460명, 독일이 4만8520명으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16위, 저자 수는 5960명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6610명), 일본(6280명)보다도 뒤처졌다. 이 지표는 인구 10만 명 당 밀도로 분석했을 때도 한국은 15위권 밖으로 순위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부족한 인재 수는 위의 특허 문제와도 연결된다. 보고서는 “주요 출판물이나 특허는 연구 및 개발의 결과를 반영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인재의 인력 구성 면에서는 반도체 강국인 한국만의 특성이 드러났다. 한국은 하드웨어,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 사물인터넷(IoT) 분야 AI 인재 비중이 전체의 2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중 격차는 사라졌다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점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성능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2022년 말 챗GPT가 처음 등장하고, 오픈AI의 GPT-3.5 모델이 산업을 이끌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현저했다.

    다만 지난해 초 중국의 딥시크가 ‘딥시크 쇼크’를 가져오고, 중국의 알리바바, 문샷, 즈푸AI 등도 우수한 모델을 잇달아 배출하면서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모델과의 차이를 좁힌 것이다. 보고서는 “2023년 미국과 중국의 큰 격차는 2025년 초 상당 부분 좁혀졌고, 2026년 3월 기준 최고 성능의 미국 모델과 중국 모델 간의 성능 차이는 2.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모델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며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모델 8개를 배출한 한국은 성능 면에서는 두 국가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AI 성능 평가 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인덱스 순위에 따르면 5월 10일 기준 한국 모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 3’ 모델로, 25위권에 그치고 있다. 10위 내 모델들은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등과 함께 문샷, 샤오미,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 모델이 양분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업계에서는 “단순히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빠르고 효과적으로 산업 현장에 AI 기술력을 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2강 구도가 굳어지는 환경에서 한국이 ‘G3 전략’을 실현하려면 양적 지표를 넘어선 질적 도약이 요구된다. 인구당 특허 1위라는 혁신 밀도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특허 인용률 제고, 우수 AI 인재 육성과 유치, 민간투자 생태계 확충, AI 인재 풀의 다양성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보고서가 집계한 국가별 민간 AI 투자 규모에서는 미국(2859억 달러)과 중국(124억 달러)가 1,2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17억8000만 달러로 12위에 그쳤다. 또한 한국의 반도체·하드웨어 분야 강점을 AI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 향후 글로벌 AI 판도에서 한국의 위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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