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정책 전환 따라 원전 건설주 주목, 수혜 종목 제한적…ETF로 분산투자

    입력 : 2026.06.08 10: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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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이 각국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건설주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건설주는 이란전 재건 테마까지 겹쳐 급등하다 주가가 잠시 박스권에 들어왔지만 원전 건설은 건설주들의 수주잔고와 이익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아이템이다.

    특히 미국에서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면 한국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게 된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장기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설계, 시공, 품질관리, 기자재 공급망 등 산업 전반의 실행 체계가 상당 부분 약화된 상태”라며 “결국 미국이 원전 확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외부 파트너의 보완이 필요한데 한국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까지 대형 원전을 완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계, 주기기 제작, 시공관리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수행 체계도 함께 갖추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 AI 데이터센터 확장 국면에서 미국의 에너지 비용 안정화는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EPC 공급 능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충돌 확대에 따른 고유가 환경은 원전의 장기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전후(戰後) 중동 재건 과정에서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속 원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회 파이프라인 증설과 에너지 인프라 재건 과정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역할이 중추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3년간 원전 및 중동 관련 수주 규모는 약 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0~2014년 ‘중동 붐’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수주 산업은 공급 부족 발생 시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특성이 있는데, 원전 건설 시장이 지금 그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시점이다.

    글로벌 EPC 공급 부족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합리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예상한 전 세계 신규 원전 설비용량은 2040년까지 346GWe 수준”이라며 “현존하는 원전 설비용량이 IEA 기준 약 420GWe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건설사가 수주 가능한 EPC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9000억 달러(연평균 1300억 달러)에 달한다”며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중국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약 1조3000억 달러(연평균 900억 달러)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시장에서 한국이 점유율 20%를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원전 수주액은 약 2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IEA 등 주요 기관들은 미국 원전 시장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원전 건설 경쟁력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온타임앤온버짓(On time and on budget)’이다. 정해진 예산과 기간 안에 원전을 준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정과 비용을 모두 맞출 수 있는 한국의 경쟁력이 미국 내 원전 투자 확대를 이끌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 중심에는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 능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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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도 원자력 발전 건설은 추진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추진했던 유럽 국가들에서도 탈원전 정책 폐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와 스웨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에너지 안보 강화와 AI 관련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원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상당 수 국가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소형모듈원전)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법안과 정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혁과 규제 완화를 담은 4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다만 주요 글로벌 에너지 기관들의 원전 설비투자 전망에는 이 같은 각국의 정책 의지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빅테크, 원전 전력 구매 늘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원전 전력 구매계약(PPA) 체결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인 Constellation Energy와 20년간 835MW 규모의 PPA를 체결했다. 여기서 MW는 실제 발전량이 아니라 발전소 설비용량 기준으로 계약한 수치다. 아마존은 원전 운영사 Talen Energy와 SMR 개발사 X-energy와 각각 투자 및 장기 전력 구매계약을 맺었다. 특히 Talen Energy와의 계약 규모는 17년간 1920MW(약 1.9GW)에 달한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와 빅테크 최초의 SMR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대 이후 전력 공급을 목표로 약 500MW 규모의 장기 전력 구매계약을 맺은 상태다. 메타 역시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와 20년간 1.1GW 규모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2035년까지 총 6.6GW 규모의 초대형 원전 구매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상대방은 차세대 SMR 개발 선두주자인 테라파워(TerraPower), 오클로(Oklo), 전력 유틸리티 기업 비스트라(Vistra) 등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기산업대전·한국발전산업전에서 참관객들이 국내에서 개발한 원자력발전소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기산업대전·한국발전산업전에서 참관객들이 국내에서 개발한 원자력발전소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의 재생에너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원전 전력 구매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AI 시대의 전력 구조 변화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등 기존 전력원만으로는 AI 인프라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전력시장이 철저히 민영화돼 있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신규 원전 건설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런데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경쟁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IAEA는 원자력 발전량 전망도 내놓았다. 고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이 2024년 2670TWh에서 2050년 7867TWh로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 비중은 2024년 8.7%에서 2050년 1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원자력 발전량이 4534TWh로 현재 대비 약 1.7배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원전 발전 비중은 8.7%에서 오히려 7.2%로 하락한다.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원전 설비용량은 증가하지만 재생에너지 투자와 가동률 증가 폭이 더 크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전후 에너지 시설 재건사업 참여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기존 수주를 통해 구축한 핵심 플랜트 거점이 이번 분쟁의 주요 피격 지역과 지리적으로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의 저가 수주 전략과 유럽의 원천 기술 우위 사이에서 공기 준수와 현장 관리 역량(PM)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검증된 시공 역량을 보유한 업체가 제한되어 있고, 수요 확대 국면에서 그 희소성이 구조적 프리미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전과 재건 기대로 건설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원전 건설·재건 모멘텀을 탄 대우건설에 대해 4월 투자경고 지정이 예고된 바 있다. 대우건설은 15거래일간 주가가 두 배로 올랐다. 대우건설은 보통 초장기 상승 시 투자경고 대상이 아닌 대형주지만 단기간 급등하면서 투자경고 지정이 예고됐다.

    거래소의 시장경보 제도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거나 특정 계좌에 거래가 집중되는 종목에 대해 단계별로 지정한다.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진행된다.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 등은 투자주의 지정 사유다. 투자경고는 주가가 급등해 주의가 필요한 종목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정되며 신용거래가 불가

    능해진다. 프리장·애프터장 거래도 막힌다. 원전 건설 사이클은 수주와 수익성, 밸류에이션이 제한된 시공사에 집중되는 국면으로 봐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수주 레퍼런스가 있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제한된 시공사에 집중 한계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부두에서 출하 중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 원자로.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부두에서 출하 중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 원자로.

    ETF를 통한 투자도 분산투자 측면에선 괜찮다.

    대부분의 한국 원자력 ETF에는 건설주가 많이 담겨 있다. 대부분 두산에너빌리티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건설주가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담겨 있는지가 수익률을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ACE 원자력TOP10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4%이며 HD현대일렉트릭을 21%, LS일렉트릭을 14% 정도 담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은 각각 10%씩 담고 있다. HANARO원자력iSelect 역시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의 비중이 크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합쳐서 10%가량이다. KODEX 원자력SMR은 두산에너빌리티 비중이 21% 이며 현대건설이 17%, 대우건설 12%, 삼성물산 8%, DL이앤씨 4%로 건설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SOL한국원자력SMR은 대우건설 비중이 21%로 가장 높고 현대건설 15%, 삼성물산 4%로 양대 원전 EPC 비중이 높다. TIGER 코리아 원자력은 두산에너빌리티 비중이 30%로 다른 ETF보다 높다. 거기에 현대건설 20%, 대우건설 15%로 건설주도 많이 담고 있다. 건설주 ETF를 통해서도 투자할 수 있다. KODEX 건설은 삼성E&A 비중이 22%로 가장 높고 현대건설 20%, 대우건설 17% DL이앤씨 7% 등이다. TIGER200 건설 ETF는 현대건설(24%), 삼성E&A(19%), 삼성물산(15%), 대우건설(14%) 등을 담고 있어 원전 외에 종전 재건 테마에도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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