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자고 나면 새로운 빌딩이… 도쿄 스카이라인 확 바꾼 도시 재생

    입력 : 2026.05.29 15:22:09

  • 일본 도쿄역에서 북쪽으로 길 하나만 건너면 사무용 건물이 즐비한 ‘오테마치’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는 현재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인 미쓰비시지쇼가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총사업비 5000억 엔(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도키와바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단계인 도키와바시타워는 지난 2021년 완공됐다. 지금은 지상 63층, 높이 390m로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의 JP모리타워(330m)를 제치고 일본 최고층 빌딩을 노리는 토치타워 공사가 한창이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이 건물에는 각국 정상과 왕족이 묵는 호텔로 유명한 초호화 호텔 브랜드인 도체스터 컬렉션이 53~58층에 입주를 확정 지었다.

    고도 제한 풀면서 도쿄 도심 재개발

    도쿄는 20001년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고도 제한을 과감히 풀면서 도쿄역 주변에 30~40층 규모의 복합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왕궁과 인접한 마루노우치의 고도 제한이 해제되자 이곳에는 마루노우치빌딩, 신마루노우치빌딩, 마루노우치파크빌딩 등이 잇달아 들어섰다. 지금은 일본 ‘빅3’ 은행 3곳의 본점을 포함한 주요 기업 본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 빌딩의 특징은 문화재와 조화를 이룬 건물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지어진 6~7층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위에 통유리창으로 외관을 매끈하게 만든 건물을 올린 것이다. 특히 마루노우치파크빌딩의 경우 1894년 지어져 일본 최초 오피스 빌딩으로 유명한 미쓰비시1호관을 복원한 뒤에, 이와 어우러지게 대형 복합빌딩을 세워서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쿄역 서쪽인 마루노우치를 시작으로 이제는 동쪽인 야에스 지역의 개발도 한창이다. 고도 제한 등으로 개발이 정체돼 낙후된 서울역 주변과 달리 야에스 지역은 지난해 미쓰이부동산이 개발한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가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옛 쓰키지 시장도 ‘직주락(職住樂) 클러스터’로

    ‘도쿄의 부엌’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도쿄뿐 아니라 전국에 농수산물을 공급했던 옛 쓰키지 시장도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1935년 설립된 이곳은 2018년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인근 도요스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문을 닫았다.

    시장 이전이 완료되자 이 지역은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쿄 중심부인 긴자와 불과 1㎞ 남짓한 거리에 있는 입지 조건에, 도심 밀도가 높은 도쿄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대규모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개발에는 미쓰이부동산 등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원 파크 X 원 타운’의 개발 테마로 약 9000억 엔(8조35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금액으로만 놓고 보면 도쿄 최대 재개발 사업이 된다.

    여기에는 대규모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등을 포함해 총 9개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재개발의 중심 테마는 업무와 주거, 놀이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클러스터’ 형태다.

    1단계 사업은 2032년, 2단계는 2038년을 예상한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대규모 공연도 가능한 다목적 스타디움도 들어선다.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홈구장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철로와 정비창 활용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문화 시설인 ‘몬 다카나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문화 시설인 ‘몬 다카나와’.

    최근 재개발이 완료된 건물로는 도쿄 미나토구에 들어선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시티)’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착공해 2025년 3월 1차 개장, 2026년 3월 최종 완공됐다. 시티가 들어선 곳은 과거 철도차량기지가 있었던 곳이다. 그에 앞서 에도 시대(1603~1868년)에는 ‘오키도(大木戸)’라 불리는 도쿄와 일본 각지를 연결하는 ‘현관문(게이트웨이)’이 있었다. 시티 이름에 게이트웨이가 들어선 것은 이런 이유다.

    시티 개발은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이 맡았다. 5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1차 때는 지상 29층과 30층의 쌍둥이 건물로 지어진 ‘더 링크필러 1’을 오픈했다. 이후 2단계에서 또 다른 복합건물인 ‘더 링크필러2’와 고급임대아파트, 문화공간인 ‘몬 다카나와’를 개장했다.

    전체 설계는 미국 건축회사인 피카드 칠튼이 맡았지만, 문화공간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디자인했다. 구마 겐고는 콘크리트 대신 목재와 자연을 강조하고, 건축물을 주변 환경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치러진 신국립경기장과 도쿄 도심의 네즈미술관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26년 3월 개관한 ‘몬 다카나와: 더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즈(MoN Takanawa: The Museum of Narratives)’는 ‘뮤지엄’을 지향하지만, 일반적인 뮤지엄 모습과는 차별화했다.

    우선 건물은 낮게 깔린 형태와 목재를 활용한 외관, 그리고 층층이 말려 올라가는 듯한 구조로 인해 하나의 이야기를 펼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건물을 지은 철도회사인 JR동일본 측은 “전시를 보는 곳이라기보다 문화를 체험하는 장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전통 바닥재인 다다미를 깔아서 만든 공연장도 이번에 선보였다. 최대 2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일본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몬 다카나와’내부의 최대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다미 공연장.
    ‘몬 다카나와’내부의 최대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다미 공연장.

    건물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장이 층으로 나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형태다. 나선형(스파이럴)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해도 계속해서 다른 층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건물 이름인 몬 다카나와에서 ‘몬’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문(門)’이다. 이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입구이자, 새로운 세계와 자신을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질문(問)’의 뜻이다. 이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두 한자 모두 일본어 발음으로 ‘몬’이다. 몬 다카나와는 개관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문화다(Life as Culture)’라는 콘셉트로 테마 전시를 진행한다. 우선 나선형 건물에서 착안한 ‘구루구루(빙글빙글)전’이 5층 대형 전시장인 박스1500에서 9월 하순까지 열린다.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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