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싼 수입 전기차 판매 폭발 ― 가격 낮춘 테슬라, 月 1만 대 첫 돌파

    입력 : 2026.05.28 10:23:47

  • 테슬라가 공급망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국 선와다전자를 다섯 번째 글로벌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하고, 3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를 시작했다. <사진 연합뉴스>
    테슬라가 공급망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국 선와다전자를 다섯 번째 글로벌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하고, 3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를 시작했다. <사진 연합뉴스>

    중동 전쟁에 따른 유류비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전기차 공세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 지형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테슬라와 BYD 판매량이 급증하며 유럽 브랜드가 주도했던 수입차 시장뿐 아니라 전체 자동차 판매 트렌드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3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3970대로 전년 동월 대비 34.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확대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었다. 테슬라는 3월 한 달 동안 1만113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기존 최고 기록이던 메르세데스-벤츠 9546대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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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 급증의 핵심은 가격이다. 테슬라는 국내에 공급하는 모델Y와 모델3를 중국 생산 물량으로 전환하며 가격을 낮추고 출고 기간을 단축했다. 그 결과 모델Y는 6749대, 모델3는 3702대가 판매되며 각각 전체 모델 판매 1·2위를 기록했다. 가격 인하로 대기 수요가 폭발했고 이로 인한 판매 급증으로 이어진 판매 선순환 구조가 갖춰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보다 가격이 더 중요한 변수로 바뀌었다”며 “전기차는 가격을 낮추는 순간 수요가 바로 반응하는 구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기차 돌풍은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BMW가 6785대로 2위, 메르세데스-벤츠가 5419대로 3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BYD가 1664대로 4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상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이어 볼보 1496대, 아우디 1300대, 렉서스 1178대 순이었다.

    특히 BYD의 톱5 이내 진입은 수입차 시장 구조 변화의 변곡점으로 풀이된다. BYD는 3000만~4000만원대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워 국내 진출 첫해인 2025년 6107대를 판매하며 빠르게 안착했다. 이후 2026년 들어 판매가 더욱 확대되며 수입차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수입차 시장 내 전기차 확산은 연료별 판매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3월 기준 전기차 판매는 1만6249대(47.80%)로, 하이브리드 1만4585대(42.90%)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가솔린은 2956대(8.70%), 디젤은 180대(0.50%)에 그쳤다. 전기차가 보조적 선택지에서 ‘주류’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변화 배경에는 가격 외에도 외부 변수들이 작용했다. 최근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내연기관차 연료비 부담이 커졌고, 이는 전기차 선호를 더욱 자극했다. 여기에 연초 보조금 수요까지 겹치며 판매가 집중됐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을 낮춘 전기차가 팔린다’는 단순한 공식이 명확하게 입증된 셈이다. 특히 BYD는 배터리 내재화와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가격을 추가로 낮출 여력이 있다.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듯

    이 흐름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기준 가격 자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역시 보급형 전기차 확대와 가격 조정 전략을 병행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편 BYD의 글로벌 전략 변화도 국내 시장 확대와 맞물려 주목된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최근 정책 방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면서 BYD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와 보조금 구조 변화로 저가 중심 판매 전략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BYD는 2026년 초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하락하며 경쟁사에 추월당했다.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중심 전략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YD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확대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경쟁이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BYD가 가격 경쟁력이 통하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향후 5년 안에 전체 차량 판매의 절반을 중국 외 시장에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향후 5년 안에 전체 차량 판매의 절반을 중국 외 시장에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완성차 업체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가격 인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조금 적용 기준을 고려한 트림 재구성, 옵션 단순화, 배터리 사양 조정 등을 통해 소비자 체감 가격을 4000만~5000만원대에 맞추는 방식이다. 일부 모델은 출시 초기 대비 수백만원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 프로모션과 할인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며 실구매가는 더욱 낮아지는 추세다. 가격 경쟁은 단순한 차량 가격 인하를 넘어 프로모션 경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할인과 금융, 유지비 지원을 결합한 ‘체감 가격 낮추기’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현대차 아이오닉9은 최대 61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트레이드인 프로그램과 블루멤버스 포인트 선적립 등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추가로 낮아진다. 기아 역시 전기차 중심 할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EV3와 EV4 등 주요 전기차 모델이 수백만원씩 할인에 들어갔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 등은 ‘유류비 지원’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르노코리아는 차량 구매 시 최대 100만원의 유류비를 지원하며, 한국GM 역시 할부 프로그램과 연계해 최대 50만원 수준의 유류비 혜택을 제공한다. 고유가 상황에서 유지비 부담을 직접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가격 경쟁은 차량 가격을 넘어 ‘총소유비용(TCO)’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충전비, 유류비, 금융 조건까지 포함해 비교한다”며 “완성차 업체들도 사실상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의 축소판이라고 불린다. 가격을 앞세운 전기차가 수요를 흡수하고, 그 중심에 테슬라와 BYD가 서 있는 모습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 시장조차 가격이라는 변수 앞에서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이 내려가자 소비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테슬라와 BYD가 가격 기준을 다시 설정하면서 전체 시장 가격대가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비용 하락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2020년 kWh당 약 140달러에서 2025년 9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부 중국 업체는 80달러 이하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비용 하락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2020년 kWh 당 약 140달러에서 2025년 9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부 중국 업체는 80달러 이하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배터리는 전기차 전체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배터리 가격이 10% 낮아질 경우 차량 가격은 수백만원 단위로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의 상당 부분은 배터리 비용 하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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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확산이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니켈·코발트 등 고가 원재료 의존도가 낮은 LFP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대비 20~30%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 BYD와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에 LFP 배터리를 적극 적용하면서 ‘저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배터리 기술 경쟁도 가격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셀투팩(CTP), 셀투바디(CTB) 등 구조 혁신 기술이 적용되면서 부품 수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차량 전체 제조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이 kWh당 7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 가격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는 ‘가격 패리티’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며 시장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리튬, 니켈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이다. 실제로 일부 시기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전기차 대중화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 역시 결국 배터리 기술과 공급망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 흐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더욱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미국이 수입품 전반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과 가격 전략을 동시에 수정하고 있다. 관세와 물류 비용 상승, 에너지 가격 부담이 겹치면서 단순히 ‘싸게 파는 전략’이 아니라 ‘어떻게 싸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관세가 결합되면서 제조 비용과 판매 전략이 동시에 바뀌고 있다”며 “이제 가격 경쟁력은 단순 할인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 구조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2만5000달러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며 ‘대중차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만5000유로 이하 ‘ID.2’를 통해 유럽 보급형 시장 공략에 나섰고, 르노 역시 2만유로대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이미 2만 달러 이하 전기차를 양산하며 동남아, 중남미, 유럽 일부 시장까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태국,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시장 표준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별 시장 구조도 재편

    지역별 시장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럽은 탄소 규제 강화로 전기차 전환이 지속되지만, 보조금 축소 이후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중심으로 ‘자국 생산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며 가격보다 ‘현지 생산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반면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 저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30년 전기차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중심에는 3만 달러 이하 보급형 모델이 자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터리 가격이 추가로 하락해 kWh당 70달러 이하에 진입할 경우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는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 ‘기술 경쟁’에서 ‘가격+구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전기차 시장의 본질은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에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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