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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속도 올리는 中 반도체 굴기 ‘저가·물량’ 앞세워 점유율 확보에 올인
입력 : 2026.05.27 16: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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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물량을 앞세워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범용 반도체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능력 확 늘리는 中… YMTC, 하반기 신규 공장 가동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후베이성 우한에 신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건설이 완료되면 YMTC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자급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신규 공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최첨단 낸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YMTC의 신규 생산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연간 출하량이 20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키옥시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낸드 제조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YMTC는 최근 수년 새 낸드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YMTC의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 기준 월평균 약 15만 장에 달한다. 2021년 8만 장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시장점유율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YMTC의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약 11% 수준에서 2027년 14%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4위 D램 기업인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로 상하이 공장을 본사의 2~3배 규모로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CXMT의 허페이 및 상하이 반도체 공장은 현재 최대 생산능력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현지 기업 수요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상하이 공장은 PC와 서버,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D램을 생산한다. 또 지난해 12월 모회사 CXMT코퍼레이션이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에 따르면 CXMT는 75억 위안(약 1조6100억원)을 메모리 웨이퍼 양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에 투입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도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투자 규모를 올해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책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15% 이상 가격 경쟁력 확보…
“메모리 점유율 급증할 것”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도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동일 사양 제품에서 15% 이상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산 반도체의 품질 또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황밍셴 애널리스트는 SCMP에 “과거와 달리 중국산 메모리와 다른 제품 간 가격 격차가 많이 줄었다”며 단순히 비용만 보고 고객들이 중국산을 택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중국의 경우 기업들이 갖지 못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AI용 반도체 위주로 생산을 집중하고 있어 범용 메모리의 공급 부족을 중국산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은 최근 아이폰용 메모리 반도체 확보를 위해 YMTC·CXMT 등과의 협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존 제조사들의 제품 가격이 오르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반도체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은 공급 부족과 맞물려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YMTC와 CXMT의 실적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7억7000만 달러(약 2조원)에 불과하던 YMTC 매출은 2024년 56억4000만 달러(약 8조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110억 달러(약 16조원)를 웃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CXMT의 매출도 지난해 8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2021년 1억9000만 달러(약 2804억원)의 40배 이상이며, 2024년 25억7000만 달러(약 3조원)에 비해서는 약 3배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에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CI컨설팅은 “고객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조기 주문’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이 가팔라졌다”며 이러한 부분이 실제 수요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HBM 시장에도 본격 진출… “관건은 수율 개선 여부”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AI 시대 필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CXMT는 연내 HBM3(4세대 HBM)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CXMT가 D램 생산을 위한 웨이퍼의 20%를 HBM3 제조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YMTC도 신규 공장에서 AI용 HBM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반도체 제조사들의 약진으로 D램과 HB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 내에서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제조하면 보조금을 주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비용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사 류 대만경제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서비스 수석연구원은 SCMP에 “‘AI 인프라스트럭처’ 황금기가 향후 2년 간 시장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생산라인의 수율 개선이 변수라고 짚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중국의 반도체 정책 지출 규모는 1420억 달러(약 209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의 지출 규모인 390억 달러(약 57조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그 결과 SMIC는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파른 외형 성장과 달리 수율 개선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SMIC의 5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수율은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7nm 공정도 25~46%에 그친다. 삼성전자와 TSMC 등의 수율이 90%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수율 문제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EUV 없이 7nm 이하 미세 공정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