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상업용 부동산 밸류애드] 상업용 부동산 승부처, F&B 중심 리징 전략의 부상...빌딩의 변신은 무죄, 이제는 ‘먹거리가 돈’

    입력 : 2026.05.26 10: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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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조정’이 아닌 ‘전환’의 해로 접어들었다. CBRE 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약 3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48.5% 증가한 수치로, 오피스가 전체의 약 73%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량의 약 89%를 차지한 오피스와 물류 섹터가 시장을 견인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 시장을 설명할 수 있는 국면은 끝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자산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밸류애드(Value-Add)’ 전략이다.

    “Higher for Better”-오피스 시장도 양극화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2026년 시장을 “변동성을 넘어 실물 펀더멘털 기반의 선별적 회복 국면”으로 진단한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회복 단계를 지나 확대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은 안정적인 오피스 수급 구조와 AI·반도체 인프라 수요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리프라이싱 이후의 ‘코어 마켓’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자본이 프라임 자산으로 집중되면서 자산 간 디커플링, 즉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오피스의 경우 약 3% 수준의 낮은 공실률과 제한적 공급으로 기초 수요는 견조하지만, 프라임과 비프라임의 격차, 입지와 품질 중심의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류 시장에 대한 관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커머스 중심으로 성장해온 물류가 이제는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적 산업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 남부 동탄·평택·안성 등은 제조·부품·콜드체인 물류와 성장 산업의 연계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대인 우위 시장의 종말, 밸류애드 전성시대
    임대인 우위 시장의 종말, 밸류애드 전성시대
    임대인 우위 시장의 종말, 밸류애드 전성시대

    세빌스 코리아의 ‘2026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는 명목 임대료 상승률이 2~4%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권역(YBD)은 앵커원·원센티널 등 신규·리모델링 프라임 오피스 공급에 힘입어 상대적 강세를 유지하겠지만, 도심권역(CBD)에 신규 대형 프라임 오피스가 공급되면서 임차인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확대될 전망이다. 명목 임대료만으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던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밸류애드 전략이다. 리모델링·증축·리뉴얼·테넌트 교체 등을 통해 자산의 물리적·질적 향상을 꾀하고, 매각 시 자본 차익(Capital Gain)과 임대료 상승(Income Gain)을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여의도는 이러한 밸류애드 전략의 실험장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약 2120억원에 인수한 오투타워(옛 HP빌딩)는 210억원을 투입해 310평을 추가 확보하는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단행하며 업무시설 면적을 줄이고 상업시설을 확대했다. 저층부 2~3개 층을 리테일 아케이드(Retail Arcade)로 용도 변경하는 전략은 이후 여의도 증권가 일대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오피스 공실률은 거의 0%에 가까웠고, 임대소득을 제외한 자본 차익으로만 2년간 30%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리노베이션 전 신한금융투자타워.
    리노베이션 전 신한금융투자타워.
    원센티널로 리뉴얼한 후 리테일 공간. <사진 스위트스팟>
    원센티널로 리뉴얼한 후 리테일 공간. <사진 스위트스팟>

    오피스 아케이드의 변화가 핵심이다. CBRE는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오피스 아케이드는 단순 지원 시설을 넘어, 외부 방문객을 유입시키는 ‘목적지(Destination)’로서 자산 가치를 높이는 핵심 밸류애드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테일 공간은 판매 중심에서 체험 중심의 목적형 매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전문 운영사와의 협업·리브랜딩을 통한 저층부 재기획이 자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오피스 저층부를 리테일로 전환해 임대료를 수직 상승시킨 사례들은 이미 시장에 각인되어 있다. 구(舊) 명동 화이자타워인 ‘서울N스퀘어’는 리테일 맞춤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가 3억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여의도파이낸스타워는 오피스였던 2~4층을 리테일 시설로 바꿔 점심시간에 직장인이 붐비는 빌딩으로 탈바꿈했고, 신한투자증권 사옥이었던 원센티널도 저층부를 증축해 리테일로 활용하고 있다.

    앵커 테넌트의 세대교체

    변화의 한복판에 F&B가 있다. 과거 쇼핑몰의 앵커 테넌트는 영화관·대형마트·서점 등 방문객을 대량으로 끌어당기는 ‘집객 기계’였다. 19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은행, 2000년대 스타벅스·SPA 브랜드가 그 역할을 맡았다면, 2010년대에는 ‘CGV+서점+SPA 브랜드+푸드코트’의 조합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올·다·무’로 불리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필수 앵커로 떠오르며, 쇼핑몰들이 임대료를 깎아주면서까지 유치 경쟁을 벌일 정도다. 그러나 OTT의 성장과 온라인 커머스의 공세 속에 영화관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화관을 중심으로 설계된 지방·외곽 몰들은 방문객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매출이 떨어지자 부속 테넌트 매출이 연쇄 하락하고, 결국 임대인 수익까지 급감하는 도미노 현상이 전국 쇼핑몰에서 벌어졌다”고 전했다.

    빈자리를 채운 것이 F&B다. 월 매출 7억~1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 다이닝 브랜드들이 ‘서브 앵커’로 부상했다. 단순히 밥을 먹으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를 ‘목적형’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F&B 매장이 방문객 유입의 새로운 엔진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하우스오브신세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지상 2층 약 2200평 규모로 조성된 이 공간은 프리미엄 F&B 앵커들을 집중 배치해 ‘체류형 리테일’의 교본이 됐다. 이 모델은 2025년 12월 오픈한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1500평)으로 확장돼 백화점 외부 독립 공간으로 진화했다. 신세계 전 점포 외국인 F&B 매출은 2024년 1~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9% 급증했고, 강남점만 놓고 보면 외국인 F&B 매출 증가율이 219%에 달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신세계백화점 본점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대표 다과 세트.
    신세계백화점 본점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대표 다과 세트.

    변화는 백화점과 복합몰을 넘어 오피스 저층부까지 번지고 있다. 주중에는 오피스 직장인, 주말과 저녁에는 로컬 주민과 관광객을 동시에 겨냥하는 F&B 테넌트가 각광받는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를 운영하는 오퍼레이터(운영사)다. 한 매장이 아니라 10~30개 매장을 각기 다른 콘셉트로 운영하며 자체 마케팅·SNS 역량을 갖춘 ‘파워 마케팅 테넌트’가 자산 가치의 실질적 원천이다. 이들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른 상권에서도 고객을 흡수해올 수 있는 집객력을 갖고 있다. 과거 유통사가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고르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운영사’를 영입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리노베이션에서 플랫폼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은 2026년 이후 밸류애드 전략이 “리노베이션 중심에서 플랫폼·생태계 기반 투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본다. 과거의 밸류애드가 단일 자산을 리모델링해 단기 캡 레이트(Cap Rate)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산업 수요와 연계해 주변 인프라와 결합된 단위 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는 진단이다.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도심 재생·용적률 정책 변화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판단 기준도 기존의 입지·연면적 중심에서 전력·데이터 인프라·ESG·공간 경험으로 재편되고, 단일 자산 투자가 아닌 부동산에 인프라와 사모펀드(PE)까지 결합한 ‘크로스에셋(Cross-Asset)’전략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산 운용의 핵심이 결국 운영 플랫폼으로서의 콘텐츠·트래픽 창출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임대료 협상이 아닌, 공간에 어떤 콘텐츠와 큐레이션을 접목해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객단가를 끌어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산운용사 단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흐름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몰입형 큐레이션 공간이다. 하우스오브신세계처럼 특정 테마 아래 F&B·패션·리빙을 한 동선에 배치해 고객의 체류와 소비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둘째는 체험형·참여형 리테일이다. 상품 구매가 아니라 클라이밍·러닝·스탬프 수집 같은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공간이 경쟁력을 갖는다. 셋째는 유기적 플랫폼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는 ‘마스터리스(master-lease)’ 기반 팝업 공간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5년 부터 상품 테넌트보다 서비스 테넌트가 리테일 공간을 더 많이 점유하기 시작했고, 웰빙·피트니스 등이 새로운 앵커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관계도 재정의되고 있다. 오프라인만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공연 펍, 체험 팝업, 큐레이션 F&B 거리 등은 모두 온라인에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파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브랜드 오퍼레이터·리징 에이전트·공간기획사 간 협업 구조가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상업용 부동산 성패의 열쇠는 ‘콘크리트’가 아닌 ‘콘텐츠’에 있다.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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