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2 플랫폼별 전략 심층 해부] OLIVE YOUNG ‘K-뷰티 생태계 수출’… 美 패서디나에 첫 깃발

    입력 : 2026.04.21 15:31:25

  • CJ올리브영이 66개 K-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꾸린 ‘KCON LA 2025’ 올리브영 부스가 현지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CJ올리브영이 66개 K-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꾸린 ‘KCON LA 2025’ 올리브영 부스가 현지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서울 소재의 올리브영 매장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매대 곳곳의 바코드를 스캔하며 리뷰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에게 올리브영은 단순한 화장품 가게가 아니다. 한국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K-뷰티의 성지’이자,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경험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이제 이 풍경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심장부로 옮겨간다. 국내 1위 뷰티·헬스(H&B) 플랫폼 CJ올리브영이 오는 5월 미국 패서디나(Pasadena)에 오프라인 1호점을 오픈하며 북미 시장 직진출을 공식화했다. 올리브영은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필드 등 캘리포니아주 중심의 복수 매장을 2026년 내 순차 개점할 계획이다. 1999년 강남역 1호점에서 시작된 올리브영의 ‘성공 방정식’이 세계 최대 뷰티 격전지인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왜 패서디나인가? ‘스마트 MZ’를 겨냥한 정밀 타격

    올리브영이 북미 진출의 첫 단추로 선택한 패서디나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등 유수의 연구기관이 밀집한 이곳은 고소득·고학력 인구 비율이 높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뷰티에 특화된 핵심 상권을 우선 공략하기 위해 패서디나를 낙점했다”며, “이곳의 MZ세대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과 효능을 꼼꼼히 따지는 ‘고관여 고객’이 많아 올리브영의 정교한 큐레이션 역량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2026년 내에 패서디나 1호점을 시작으로 LA 웨스트필드 등 캘리포니아 주요 거점에 복수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점할 계획이다. 이는 거대한 미국 시장 전체를 공략하기보다, 트렌드 발신지인 캘리포니아를 ‘전략적 교두보’로 삼아 현지 반응을 학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뷰티 소비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에 열광한 이유가 ‘가성비 좋은 마스크팩’이었다면, 현재는 그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리브영이 분석한 2025년 외국인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클렌징폼, 미용기기, 미스트 등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을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매출이 급증했다. 외국인 고객의 K-뷰티 소비가 이전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밀착된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캐롤라인 레빗 미국 대변인이 올리브영을 방문해 토너패드부터 선크림까지 전 단계 스킨케어 상품을 구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두피나 몸의 피부를 얼굴처럼 관리하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 트렌드를 반영한 헤어·보디 케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22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매출 상위 100개 상품 중 헤어·보디 상품군은 4개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15개로 약 4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올리브영은 이러한 ‘루틴 중심의 소비’가 북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한다. 관계자는 “미국 현지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K-뷰티 쇼케이스’로 꾸밀 예정”이라며, 한국 매장과 글로벌 몰(Global Mall)에서 축적된 150여 개국 고객의 구매·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북미 고객이 선호할 만한 브랜드를 엄선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K-뷰티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의 중이며, 향후 다양한 뷰티·웰니스 카테고리 상품을 폭넓게 추가 입점시킬 예정이다.

    체험형 공간과 문화 마케팅의 결합

    미국 시장의 지배자인 세포라나 울타 뷰티와 경쟁하기 위해 올리브영이 내세운 무기는 ‘발견형 쇼핑’이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머물며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체험하는 문화를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매장에도 서울 ‘올리브영 N 성수’에서 검증된 체험형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뷰티 컨설턴트들이 현지 고객의 피부 타입과 날씨까지 고려해 맞춤형 루틴을 제안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성수 매장에서 홈케어 레슨부터 스파숍 수준의 전문 브랜드 스킨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킨핏 스튜디오’, 올리브영이 제안하는 테마별 메이크업을 받아볼 수 있는 ‘메이크업 스튜디오’와 부위별 메이크업을 배울 수 있는 ‘터치업 바’ 등을 제공하며 고객 경험을 극대화했다. 관계자는 “피부 톤, 타입에 맞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저관여 고객’에게는 나에게 맞는 루틴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반대로 ‘고관여 고객’에게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않은 신규 브랜드나 최신 트렌드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 극대화 전략을 서울을 비롯한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K-뷰티를 문화 콘텐츠와 연계한다. 일본 지바현에서 열리는 ‘KCON JAPAN 2026’ 등 대형 글로벌 컨벤션에서 K-팝과 연계한 ‘올리브영 페스타’를 개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소비자, 제조사, 바이어가 모이는 ‘K-뷰티 산업 컨벤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이 된다. 올리브영 측에서도 “현지 매장은 단일 브랜드의 해외 매장 개설을 넘어, K-뷰티 브랜드들이 CJ올리브영과 함께 세계 최대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산업적 역할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 이커머스 채널에서 개별 상품 단위로 소비되던 K뷰티를 올리브영이라는 하나의 오프라인 채널에서 선보임으로써, 카테고리·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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