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1 현황은] ‘취향이 곧 매출’ 종합몰 정체 속 버티컬 커머스 ‘초격차’

    입력 : 2026.04.21 15:15:59

  • #40대 직장인 박영호씨는 최근 대부분 상거래에 소위 전문몰을 활용한다. 본인의 옷가지는 물론 생활용품, 신선식품까지 전문몰을 통한다. 민씨는 “불과 1~2년 전만해도 마트나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이커머스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전문몰 이용이 늘었다”면서 “품목이 다양한 것은 물론 가격이나 배송 측면에서 나은 점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별 맞춤 상품 추천 등 AI 기능이 더해지면서 이용하기 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몰)’ 요즘 소비자들이 쇼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앱들이다. 국내 이커머스를 이끌어왔던 종합몰과 오픈마켓의 이용자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전문몰’인 올리브영, 에이블리 등 특정 분야·카테고리에 집중한 버티컬 커머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세분화된 데다 고물가 등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특정 분야의 물건이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전문몰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11번가와 G마켓 등 전통적 종합몰은 이용자 수가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이며 전문몰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도 전문몰들은 독보적인 ‘큐레이션’ 능력을 앞세워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몰(올·무·다)’로 대표되는 전문몰들은 고물가시대의 ‘가성비’와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동시에 공략하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설명
    뷰티는 올리브영, 패션은 무신사

    통계에서도 이런 추세는 잘 드러난다. 버티컬 플랫폼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종합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 2185억원으로, 2020년 4월(8조 3255억원) 대비 46.77% 늘었다. 같은 기간 특정 제품군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전문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3조 5878억원에서 9조 4673억원으로 163.85% 증가해 종합몰을 크게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리브영, 무신사, 다이소몰, 컬리 등 주요 버티컬 커머스 앱의 사용자 수는 최근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인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 사용자 약 5122만 명을 표본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올리브영 934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신사 765만 명, 다이소몰 516만 명, 컬리 450만 명순이었다.

    올리브영과 무신사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설치한 앱으로 나타나 버티컬 커머스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였다. 특히 올리브영은 무신사와 약 200만 명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뷰티 플랫폼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다이소몰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사용자 증가율은 다이소몰 42.5%로 가장 높았고, 컬리 34.3%, 올리브영 25%, 무신사 8.5% 순이었다.

    특히 다이소몰은 2024년 2월 대비 사용자 수가 140.6% 증가하며 최근 2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결제 횟수에서도 다이소몰의 영향력이 컸다. 올해 2월 기준 다이소몰 결제 횟수는 4500만 회로 올리브영(1700만 회)의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어 컬리 790만 회, 무신사 300만 회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초저가 상품 구조와 생활밀착형 상품군이 다이소몰의 반복 구매를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부담 없는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자주 사는 쇼핑”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반면, 11번가와 G마켓 등 전통적 종합몰은 이용자 수가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이며 전문몰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도 전문몰들은 독보적인 ‘큐레이션’ 능력을 앞세워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봤을 때 종합몰이 모든 분야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별 소비 패턴도 차이를 보였다. 최근 6개월 기준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은 무신사 12만 4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컬리 11만 4000원, 올리브영 4만 5000원, 다이소몰 2만 1000원 순이었다.

    앱 충성도를 보여주는 재결제율은 컬리가 71.7%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다이소몰 50.2%, 올리브영 36.3%, 무신사 29.3% 순이었다. 사용자 구성도 플랫폼마다 달랐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1인 가구 결제자 비율이 각각 49.8%, 44%로 높았고, 컬리는 초·중·고 자녀 가구 비율이 40.6%로 가장 높았다. 다이소몰은 1인 가구(30.2%), 노인 가구(23.5%), 자녀 가구(22.5%) 등 이용층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결제 시간대도 달랐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다이소몰과 올리브영은 낮12시 이후 결제가 많았다. 컬리는 샛별배송 주문 마감 시간인 밤 11시, 무신사는 쿠폰 마감과 하루 일정이 끝나는 자정 무렵 결제액이 가장 높았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의 성공 전략은 주요 소비자층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이다.

    뷰티 1위 올리브영과 패션 1위 무신사의 공통점은 인디 브랜드 성장에 따른 대형화로, 1만~2만 개 인디 브랜드 확보로 충성 고객이 증가한데 따른 고성장이다. 올리브영의 경우 온라인 매출 비중은 29.9%에 달한다. 올리브영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모바일 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온라인 매출 비중이 30%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모바일 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를 확인 하거나, 온라인 구매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도 패션업계에서 우수한 브랜드들의 상품을 무신사 앱 내에 단독으로 유치해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는 중이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둬 3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진 연합뉴스>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둬 3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진 연합뉴스>
    “옷 사러 왔다 가전까지” 경계 모호

    전문몰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 판매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점유’에 있다. 다만 버티컬 플랫폼들은 충성 고객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불황과 소비침체 속에 고객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종합몰이 모든 분야에서 명확한 솔루션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AI 추천 기술 등으로 무장한 전문몰들이 소비자들의 밀도 높은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특히 패션·뷰티 상품에 주력했던 전문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는 매달 ‘릴레이 디저트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 중이다. 소셜 미디어(SNS)에서 인기가 많은 이색 디저트와 유명 빵집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다. CJ올리브영도 온·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제품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건강 간식 브랜드(PB) ‘딜라이트 프로젝트’는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패션·뷰티 버티컬 플랫폼이 젊은 여성들을 주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어 상품군 확대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MZ세대 여성 고객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인의 취향에 관심이 많아 대부분의 브랜드가 타깃으로 삼는 집단”이라며 “유저별 취향을 파악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구나 생활가전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판매 범위를 확장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에이블리 관계자 역시 “플랫폼 내 ‘AI 개인화 추천 기술’은 단순 패션 카테고리 추천을 넘어 뷰티, 라이프 등 스타일이 반영된 다양한 카테고리 간 교차 추천까지 가능하다”며 “한 플랫폼에서 취향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소품, 푸드 등 모든 카테고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연합뉴스>
    수익성 확보 여전한 과제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전문몰들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심화되고 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운영에선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많다. 결국 지속적인 투자 유치와 함께 재무 건전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 역시 과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익스 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패션·잡화 셀러들을 흡수하며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중저가 위주의 전문몰들은 수익성 하락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컬리를 비롯한 CJ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등 버티컬 플랫폼 역시 빅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버티컬도 종합몰화로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존 싸움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이커머스 매물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로 투자 위축까지 이어지면서 유동성 확보나 투자 여력 등 버틸 체력이 있는 빅 브랜드와 버티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력을 갖춘 상위 플랫폼들이 카테고리를 넓히며 사실상 ‘뉴 종합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체력이 부족한 중소 전문몰들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잠깐용어>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수직(vertical)과 상업(commerce)의 합성어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두루 제공
    하는 것이 아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판매, 제공하는 상업 형태를 의미
    한다.
    한 우물을 파듯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에만 국한해 전문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 해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자제품만 취급하는 미국의 베스트바이, 가정용 건축자재 및 공구를 취급하는 홈디포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도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찾아볼 수 있는데 신선식품 분야에
    서는 컬리, 패션 분야에서는 무신사와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이 있고, 여행 및 숙박 분
    야에서는 여기어때와 야놀자,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오늘의 집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버티컬 커머스와는 반대로 쿠팡이나 SSG닷컴 등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 커
    머스다.
    특히 MZ세대의 등장과 더불어 소비자의 취향이 점차 세분화하는 추세 속에서 한 분야
    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버티컬 커머스의 성장세가 점차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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