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 Part Ⅱ② 국방 AI 전문가진단] 국방 예산 65조 중 AI 복합전투체계엔 0.33% 한국 국방 AI, 갈 길 멀다
입력 : 2026.04.21 11:21:00
-
이란 공습에 AI가 도입되며 표적 식별에서 공격까지 단 몇 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의 기술력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열강들이 국방지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국방 AI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은 국군의 지능화 수준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들어봤다.
1999년 설립된 코난테크놀로지는 2006년 국방부에 통합검색엔진 ‘코난서치’를 납품한 후, 육군 교육사령부에는 AI 기반 화력운용시스템, 공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에는 AI로 조종사 훈련 효율을 높이는 AI 기반시스템 등 다수의 국방 AI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펀진은 2006년 설립된 국방 및 로봇AI 전문 기업으로, 2024년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됐다. 2026년 펀진이 개발한 AI 지휘결심지원체계 ‘킬웹매칭(KWM)’은 육군으로부터 ‘AI 전투 참모’ 최초 인증서를 획득했다. 군과 IT업계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이들이 진단하는 국군의 AI 기술력은 한마디로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박정열 펀진 전략기획실장 상무 He is
박정열 상무는 1999년 육군사관학교 입학 후 2023년까지 약 24년간 군에 몸담았다. 이후 펀진에 합류해 사업전략 실장(상무)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국방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김태형 국방전략사업부 이사 He is
김태형 코난테크놀로지 국방사업부장(이사)은 삼성물산에서 경력을 시작해 2002년 코난테크놀로지 영업부에 합류했다. 2026년 1월 국방전략 사업부장을 맡아 코난테크놀로지의 국방 AI 사업을 이끌고 있다.표적 식별부터 정밀 타격까지 단 몇 분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표적을 식별하고 작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핵심전력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또한 이란의 전파공격(Jamming)을 극복하기 위해, 저비용 AI드론 군집을 날려 보내 이란의 방공 레이더망을 교란시키고 소진시키기도 했다. 그뒤에 공격용 드론을 운영할 때 인간이 개입해 중단할 수 있는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 방식으로 운영했다. AI와 인간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MUM-T를 실전에서 성공시킨 사례다.
박정열 펀진 상무는 “이는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정보의 양’에서 ‘정보 처리 속도’로 완전히 넘어간 것을 상징한다”라며, AI가 수행하는 전투의 속도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군사기술력은 전체 전장을 하나의 ‘지능형 네트워크로 초연결’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목격한 중국은 군사 분야의 AI 기술 자립과 ‘지능화군(知能化軍)’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발행한 ‘2026 국방정책 환경 전망과 과제’ 보고서는 중국이 2025년 해군과 공군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의 개량·복좌형인 J-20S와 차세대 함재기 J-35에 주목했다. J-20S는 무인기를 통제하는 지휘기 역할을 수행하며 유무인 복합체계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고 무인기,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나토(NATO) 회원국들도 미국의 압박에 따라 2025년 6월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하고 AI, 드론 등 첨단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2026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7.5% 증가한 65조 8642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중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에 전년 대비 246억원 증가한 216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국방 예산의 약 0.33%에 불과한데, 우리 군의 예산 구조가 북한군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 획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외 민간의 첨단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범정부 사업인 ‘AX-스프린트(SPRINT)’에 350억원, 민국 AI 협력을 위한 군산학 협력센터(국방AX거점) 구축에 195억원 등을 편성했지만 대다수가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이에 기업들은 AI 기술이 실질적인 국방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김태형 이사는 “개별적인 AI 기술력은 갖추고 있으나 이를 실제 국방력으로 전환하여 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코난테크놀로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는 AI파일럿은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자율비행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지만, 여러 차례 실제 전투기로 훈련하며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실제 전투기에서 똑같이 나올 수 없다”라며, 실증 및 성능 고도화를 위해 예산과 훈련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펀진의 KWM AI 전투참모 또한 2025년 10월 대대급 대규모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투 실험을 통해 실전 배치 가능성만 확인한 단계다.
데이터와 정책 기반 시급우선, 데이터 확보를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정열 상무는 “군사보안의 벽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학습용 국방 데이터를 공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실제 교전 데이터나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민간 기업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 가이드라인을 완화하고,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표준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소유권, 활용 범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한 후 MLOps(머신러닝 운영)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2017년부터 머신러닝으로 지휘관 결심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추진, 2018년부터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와 협력해 개발했다. 이를 위해 미국방부는 JADC2(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체계 아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는 미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의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가장 적절한 타격 수단을 결정하는 AI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군 전용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가 필요한데, 미 국방부는 2021년 이미 초대형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사업 JWCC(Joint Warfighting Cloud Capability)에 약 90억 달러(한화 약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AWS(아마존 웹서비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4개 공급사가 참여하며, 인프라-데이터-AI 소프트웨어가 정교하게 통합되어 운용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이제 통합 네트워트를 구축하는 단계다. 지금까지 각 군 C4I망은 독립된 망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각 군이 운용하고 있는 지휘통제 및 정보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형 합동전영역지휘통제체계(K-JADC2)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합참과 통신사령부를 중심으로 2026년 말까지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2단계는 전군 C4I체계를 클라우드 기반 단일 체계로 통합하고 분석형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는 합동 전 영역에서 AI 기반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형 이사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군사 데이터를 관리하는 법과 규정이 없는 것”이라며 “데이터를 담당하는 소령, 중령급 지휘관들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어도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제공하는 문서 자료의 경우, 민간인에게 공개할 수 있는 ‘평문’과 군사기밀로 취급할 ‘비문’이 있는데, 전체 문서에서 공개 가능하면서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이에 김 이사는 “데이터 에 대한 기준을 법적으로 마련해야 군의 실무자들이 협조할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김 이사는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즉, 표적을 탐지(Sensor)하는 것부터 실제 타격(Shooter)을 가하는 것까지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현장의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파편화된 데이터가 많을 것”이라며 ”노후화된 서버, PC, 훈련일지 등 아직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정열 펀진 상무는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펀진은 데이터가 없을 때, 소량의 데이터만 있을때,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었을 때를 나눠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실시간 데이터 운영 관리가 가능하다면 어떤 작전이 가능할까? 박 상무는 “펀진의 KWM은 센서, 지휘통제, 타격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킬웹 개념을 기반으로 표적과 효과체계 간 최적 매칭을 수행하는 AI 기술”이라며 “전장 데이터를 분석하여 교전 옵션을 자동 생성하고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지휘결심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작전 수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많은 국내 AI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팔란티어의 플랫폼과 유사하다. 반면, 김태형 이사는 안두릴 모델이 더 현실적이란 의견을 밝혔다. 안두릴은 ‘제2의 팔란티어’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AI 방산 테크 스타트업이다. 안두릴을 창업한 팔머 럭키는 “미국의 F-35와 같은 초고가 전투기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단언하며, 소수의 비싼 무기 대신 다수의 저비용 AI 자율 시스템 무기가 미래 전장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김이사는 안두릴처럼 드론이나 무기에 AI를 적용하고, 이를 군에서 훈련에 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군에서는 인프라, 소프트웨어, 무기까지 국산화하고 싶어 하지만 기반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먼 목표를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당장 데이터를 통합할 규정도 없고, 국내 기술로 성능 좋은 국방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 수도 없고, 국산 드론을 전력화하는 단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드론의 경우 핵심 부품의 생산을 국내 기업이 담당해야 하는데, 국내 산업 기반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드론 기업들이 생산하는 드론 무기 대부분이 수출되고 있고 국군은 예산문제로 국산 드론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5년 10월 국방위원회가 개최한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상 데이터 송수신 모듈(데이터 트랜시버) 같은 드론 핵심 부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품이 중국산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드론사령부는 비효율성을 이유로 해체될 뻔했다가, 부대 명칭을 바꾸고 조직을 대폭 개편하게 됐다. 정부는 2026년 3월 20일 국무조정실 주도로 ‘범정부 드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드론 관련 정책 컨트롤 타워를 세우기로 했다.
국방 AI 발전 위해 R&D 절차 개선돼야부가 공개한 2026년 국방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9.05% 수준이며, 국가 GDP 대비 약 2.4%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AI유무인 복합전투체계에 투입된 예산은 전체 국방 예산의 0.3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 AI에 주력하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은 예산 증액과 함께 R&D 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형 이사는 “실제 사업을 수주하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코난테크놀로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AI 기반 화력운용 시스템’을 개발할 당시 북한군 관련 데이터가 없어 곤란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를 위해 육·해·공군의 데이터 공유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각 기업에서 자체 데이터셋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품질이 낮아질 수도 있고 여러 사업에서 구축한 데이터가 중복되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이사는 “국방 사업은 수익보단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참여 의지를 밝혔다.
박정열 펀진 상무는 R&D 절차의 개선을 강조했다. “현재 국방 연구 개발 과제는 장기 무기체계 발전 계획에 포함된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라며 “AI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나 도전적인 연구개발 과제가 제안되더라도 실제 과제로 선정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펀진과 같은 AI 스타트업의 경우 최신 기술 트렌드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더라도, 과제화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2026년 국방부에 AI차관보실이 신설된 것을 들어, “AI차관보실을 중심으로 국방 AI 분야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