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 Part Ⅱ① 군사용 AI] 미국-이란 전쟁이 드러낸 AI 전쟁의 실체 ‘팔란티어·클로드·샤헤드’ 3대 키워드

    입력 : 2026.04.20 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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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대개 폭발음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미사일의 궤적을 보고 전쟁의 시작을 인식하고, 전투기와 방공망, 불타는 유류시설과 무너진 활주로를 떠올리며 전장의 윤곽을 그린다. 그런데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조금 달랐다. 눈앞에 보인 것은 분명 미사일과 공습이었지만, 실제로 전쟁의 속도를 끌어올린 것은 그보다 먼저 돌아간 AI 소프트웨어였다. 위성영상, 드론 정찰 영상, 레이더 탐지 정보, 정보기관 보고서, 과거 표적 데이터가 한꺼번에 흘러들고, 인공지능은 그 방대한 자료에서 우선 봐야 할 것과 나중에 봐도 될 것을 갈라낸다. 누가 먼저 쐈느냐보다 누가 먼저 전장을 정리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번 전쟁은 화약의 전쟁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의 전쟁이었다.

    이 점에서 이번 전쟁은 단순한 중동 확전이 아니라 현대전의 문법이 어디까지 바뀌었는지를 보여준 사건에 가깝다. 과거 전쟁에서 정보는 중요했지만, 정보의 해석과 우선순위 결정은 대부분 지휘관, 즉 사람의 몫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수많은 센서와 보고체계가 쏟아내는 자료를 사람이 맨눈으로 따라갈 수 없게 되면서, 인공지능은 전투 그 자체보다 먼저 ‘판단 환경’을 재구성하는 기술이 됐다. 미국 국방부가 전쟁 초기에 팔란티어(Palantir)의 메이븐(Maven)과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를 작전 체계 깊숙이 끌어들인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었다.

    전장은 이제 무기와 병력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가 더 빠르게 정보를 구조화하고 결심 속도를 단축하느냐의 경쟁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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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의 운영체제로 자리 잡은 AI

    이번 전쟁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팔란티어의 메이븐이 더 이상 실험용 보조도구가 아니라 미군의 핵심 운영체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메이븐을 공식 ‘프로그램 오브 레코드(Program of record)’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는 예산과 조달, 조직 운영 측면에서 메이븐을 장기 핵심 체계로 못박겠다는 뜻이다. 메이븐은 위성, 드론, 레이더, 각종 센서, 정보보고서에서 들어 오는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적 차량, 건물, 무기 저장고 같은 잠재 위협과 표적을 식별하는 지휘통제 소프트웨어다. 미국이 최근 몇 주간 이란을 상대로 벌인 수천 건의 타격 작전에서 이 체계가 이미 사실상의 기본 인공지능 운영체계로 기능했다는 점은, 현대전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메이븐의 진짜 의미는 단순하게 “기계가 대신 표적을 결정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기계가 “사람이 무엇을 먼저 보게 할 것인가”를 정한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팔란티어 행사 시연에서는 메이븐이 중동 지역 표적 설정에 활용되는 히트맵과 상황판을 띄웠고, 미국방부 인공지능 책임자는 과거 수시간 걸리던 작업이 몇 분 수준으로 압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전쟁의 물리적 폭력보다 앞선다. 무기가 날아가기 전, 이미 화면 위에서는 표적 후보의 순서가 재배열되고 위협이 등급화되며 인간 지휘관이 최종 결정을 내릴 판단 구조가 짜인다.

    즉, 인공지능은 총을 쏘는 주체가 아니라 총을 언제, 어디로, 어떤 우선순위로 겨눌지를 정리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와 대립 구도를 이루며 부쩍 몸값을 키운 기업,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메이븐 안의 핵심 추론 엔진으로 작동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전쟁에서 미 국방부가 이란 공격 과정에서 클로드 도구를 사용했다”라고 보도했다. 클로드가 무기 표적화, 작전 계획 수립, 기밀자료 처리, 정보 분석 같은 실무에 깊게 들어와 있다는 것이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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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전쟁에 어떻게 쓰였나?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인공지능 활용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첫째, 표적 탐지와 식별이다. 메이븐은 위성, 드론, 레이더, 센서, 정보보고서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해 적 차량, 건물, 무기 저장고 같은 표적 후보를 자동으로 솎아낸다. 이것은 과거의 단순한 영상 판독 자동화와 다르다. 서로 출처가 다른 데이터를 겹쳐 보며 “이 대상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가”를 실시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 가깝다.

    미국 국방부 인공지능국(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도 메이븐을 “실시간 객체 탐지(object detection), 추적(tracking), 전투 의사결정지원(decision support)”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둘째, 표적 우선순위화와 킬체인(kill chain) 단축이다. WP는 “미국이 개전 첫 24시간 동안 약 1000개 표적을 타격하는 데 메이븐과 클로드가 뒷받침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클로드가 통합 감시 데이터 속에서 표적을 식별·우선순위화·평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전쟁의 초기 템포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던 이유는 더 많은 폭탄을 준비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표적 선정의 병목을 인공지능이 줄였기 때문이다.

    셋째는 작전 계획과 정보 분석 보조다. 미군은 인공지능을 무기 표적화뿐아니라 작전 계획 수립, 기밀자료 처리, 정보 분석에 폭넓게 써왔다. 실제 전쟁에서는 개별 표적을 골라내는 일보다, 방대한 브리핑 문서와 보고서,통신 내용, 과거 작전 로그를 빠르게 요약하고 연결하는 일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 대목에서 강력하다. 수백 장짜리 보고서 묶음을 읽고 핵심 변화만 추출하거나, 특정 지역의 위협 징후만 정리하거나, 과거 유사 공격 패턴과 비교해 위험도를 추정하는 식이다.

    클로드 정부용 모델 안내문에 “정보분석(Intelligence analysis)”과 “위협평가(Threatassessment)”가 전면에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더 이상 문장 작성 보조도구가 아니라 전장 참모 조직의 속도를 바꾸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넷째는 대규모 데이터 질의와 군 실무 자동화다. 로이터는 “클로드 사용이 중단되자 일부 국방부 부서가 다시 엑셀(Excel)과 수작업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다. AI가 이미 군 조직 안에서 대용량 데이터 질의, 문서 탐색, 요약, 보고서 재작성, 코드 작성 같은 업무를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었음을 뜻한다. 전투 현장보다 후방의 참모 조직이 먼저 AI 의존 구조로 재편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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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드론전, 현대전의 비용 공식을 뒤집다

    이번 전쟁의 또 다른 축은 이란의 드론전이었다. 이란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공군력이나 정밀타격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그 격차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뒤집었다. 바로 샤헤드(Shahed) 계열 드론을 이용한 저가 대량 투입이다. 이란은 전쟁 첫 주에만 1000기 넘는 드론을 발사했고 월 생산 능력은 1만 기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정밀함보다 포화다. 한 기한 기의 성능이 완벽하지 않아도, 대량으로 동시에 날려 보내 방공망에 비용과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식이다. 이 비용 구조는 현대전의 성격을 바꾼다. 샤헤드 드론 한 기 가격은 대략 2만~5만 달러 수준으로 거론되지만, 이를 막는 패트리엇(Patriot) 요격미사일은 약 400만 달러,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요격체는 1300만~1550만 달러 수준으로 제시된다. 바레인은 3월 9일 이란 드론을 패트리엇으로 요격했다고 밝혔고, 걸프 국가들은 도시와 기지,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값비 싼 방어 체계를 계속 호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더 비싼 무기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라는 오래된 상식을 흔들었다. 값싼 드론이 값비싼 방공망을 반복해서 불러내는 순간, 전쟁은 군사 기술 경쟁이면서 동시에 회계의 경쟁이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미국도 이번 전쟁에서 이 문법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이란 공격에서 샤헤드를 닮은 저가 자폭드론 루카스(LUCAS)를 처음 실전에 썼다고 전했다.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의 공군기지에 있는 목표물을 정밀 폭격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이동식 발사대, 대공미사일, 드론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의 공군기지에 있는 목표물을 정밀 폭격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이동식 발사대, 대공미사일, 드론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AI 기업도 전쟁 고관여자로…
    “앤트로픽 vs 펜타곤”

    이번 전쟁을 더 복합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장에 투입된 인공지능이 단지 군의 자산으로만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을 만든 민간 기업이 사용범위를 두고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3월 5일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으로 지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조치는 군 계약자들이 국방 관련 업무에 앤트로픽 기술을 쓰지 못하게 하는 강한 제재였고, 배경에는 자율무기와 미국 내 대규모 감시를 둘러싼 안전장치 갈등이 있었다. 앤트로픽은 그 선을 풀지 않았고, 국방부는 그것을 안보 리스크로 간주했다.

    흥미로운 점은 경쟁사들조차 앤트로픽을 완전히 고립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픈AI(OpenAI)조차 “국내 감시 금지, 자율무기 금지”라는 레드라인은 앤트로픽과 같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업권 분쟁이 아니라, 전시 상황에서 AI 기업이 어디까지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선례 싸움이었다. 이 갈등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전쟁이 국가와 군만의 영역이 아니라, 클라우드 기업·모델 기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함께 얽힌 구조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장의 운영체제를 민간이 만든다면, 그 운영체제의 제한 조건을 누가 정할 것인가도 결국 정치와 산업의 핵심 쟁점이 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밀어내려 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쉽게 클로드를 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로드가 이미 분류망에서 승인된 첫 AI 모델로서 국방부 업무에 깊게 들어와 있으며, 대체 시스템 인증에는 12~18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팔란티어 프로그램
    팔란티어 프로그램
    달라진 전쟁의 문법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하다. 앞으로 전쟁은 더 강한 폭탄을 가진 쪽이 아니라, 더 짧은 판단고리(Decision loop)를 가진 쪽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많은 센서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센서가 생산한 데이터를 누가 더 빨리 융합하고, 더 빨리 읽고, 더 빨리 인간의 판단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랜드연구소(RAND)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전쟁을 바꾸는 핵심 경쟁을 “양 대질, 은폐 대 탐지, 중앙집중 대 분산형 지휘통제, 사이버 공격 대 방어”의 네축으로 설명했다. 이번 전쟁은 이 네 축이 거의 동시에 드러난 사례였다. 하지만 이 경쟁은 성능 경쟁만이 아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갖고 있느냐 못지않게, 누가 그 모델의 사용범위를 더 정교하게 통제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앤트로픽과 미 국방부의 충돌은 바로 그 문제를 드러냈다. 전쟁은인공지능을 더 깊이 끌어들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인공지능을 누가 멈출 수 있는지, 어디까지를 사람의 승인과 책임으로 남겨둘 것인지도 더 날카롭게 묻고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 국방 협력 발표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일수록 가장 큰 책임을 동반한다”라며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무거운 문장도 아마 거기서 나올 것이다. 미사일은 마지막에 발사됐지만, 전쟁은 그보다 먼저 알고리즘 안에서 시작됐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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