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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美·中 정상회담 연기 ‘희토류·대만’ 핵심 의제로 급부상
입력 : 2026.04.17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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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의 한 광산에서 기계가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흙을 파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한 달가량 미뤄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대응을 이유로 중국 측에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해당 일정을 두고 미국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사실상 연기됐음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미중이 중동 문제를 일단락한 뒤 무역전쟁 등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데 공감했다고 보고, 관계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와 대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중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이) 약 5~6주 뒤에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 방중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이 사실상 연기되면서 전문가들은 양측이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 시간을 더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 달 후 이뤄지는 정상 간 만남에서는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천치 칭화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최근 몇 달간 미중은 갈등을 통제하고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며 “단기적인 변수로 관계 안정화라는 큰 흐름이 흔들리는 것은 양측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댜오다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중이 양자 관계와 현안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서로적합한 시점을 찾는 게 필수적”이라며 “미국 측의 연기 요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려는 진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연기 요청은 이란 전쟁이 미중 관계 안정이라는 우선 과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불필요한 혼란에 휘말릴 위험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현시점에서 중국과 협상하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에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美 희토류 재고 두 달치 불과
향후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는 희토류가 가장 먼저 꼽힌다. SCMP는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보유한 희토류 재고량이 두 달치가량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면 희토류 공급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나 장 시드니공과대 호주·중국관계연구소 부교수는 SCMP에 “미국의 과도한 중국산 희토류 의존 구조는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재편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력은 갈수록 격화하는 지정학적 경쟁에서 실질적인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미군은 단기 전투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중(重)희토류에 속하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은 고성능 자석 및 레이더시스템, 미사일 유도장치 등 미국의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4년 미국 희토류 수입의 71%가 중국산이다. 특히 테르븀 같은 핵심 중희토류는 전량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단기간에 대체 공급원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 공습 과정에서 첨단 무기와 탄약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 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대이란 공격 첫 이틀간 56억 달러(약 8조 2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美 대만 무기 판매에 영향 주나
희토류 수출 통제와 함께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때 충분히 다루지 못한 대만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향해 대만 무기 판매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실상 무기를 판매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시 주석도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 무기 판매를 반드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으로선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역이나 기술이 아닌 대만 문제”라고 내다봤다.
정상회담이 연기되면서 무기 판매 일정도 덩달아 지연될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약 130억 달러(약 19조 3000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를 추진하면서도 중국 반발을 고려해 발표를 연기했다고 보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이후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대두와 석유·가스, 항공기 구매 확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중국 측과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항공기 500대를 주문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美 ‘무역법 301조’ 새 변수로
다만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미중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한·중·일 등 60개국이 대상이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상호관세가 무효화되자 이를 대체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강제 노동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일방적·독단적·차별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노동기구(ILO) 창설 당시 회원국 중 하나로서 이미 28개 국제 노동협약을 비준했지만, 미국은 ‘1930년 강제노동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등 국제 규약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오랜 기간 강제 노동 의제를 멋대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이미 중국에 대한 미국의 301조 관세 조치는 WTO 규칙 위반이라 판결했다”며 “그럼에도 미국이 다시 301조 조사를 남용하는 것은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중국 상무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인 미중 6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언급한 뒤 “중국은 이 자리를 통해 이미 미국에 교섭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외교 경로로 항의할 때 ‘교섭 제기’라고 표현한다. 미중 대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담판 대표는 협상을 마친 뒤 “중국과 미국은 깊이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양측이 관세의 안정성을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