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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손잡은 애플, 아이폰 속 AI 갤럭시 따라잡나
입력 : 2026.03.24 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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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가 이제 구글의 AI와 함께 새로 태어난다. 전 세계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애플이 올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스마트폰의 ‘AI 두뇌’ 역할을 하는 영역에 경쟁자인 구글의 기술을 탑재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생성형 AI 기술 상용화에서는 난항을 겪어왔다. 애플은 지난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의 생성형 AI 브랜드를 발표했으나, 공언했던 기능 도입이 계속 지연되고, 실제 환경에서의 AI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보여주는 등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애플은 그동안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의 수직적인 통합과 폐쇄적인 생태계를 자랑해왔지만 AI 개발에서는 어려움을 겪으며 독자 노선에서 쓴맛을 본 것이다. 새해부터 애플이 생태계에서 라이벌 중 하나인 구글과 손을 잡은 것은 더 이상 AI 역량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올해 아이폰과 맥북 등 애플 제품의 새로운 변화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속도전에서 고전하던 애플
독자 개발 안 풀리자 전략 선회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연 애플은 지난 2011년 음성 비서 ‘시리’를 공개하며 또 한 번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아이패드 등 막강한 하드웨어 라인업에 iOS라는 자체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영위해왔다.
그러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선보이고, 테크 업계의 초점이 모두 생성형 AI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기술과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애플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왔다. 경쟁사들이 완전한 AI 서비스라도 빠르게 선보이고 기능을 추가하고 나섰다면, 애플은 별도의 AI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자사의 제품라인업 고도화와 함께 확장현실(XR) 헤드셋인 ‘비전프로’ 등에 집중했다.
확장현실(XR) 헤드셋인 ‘비전프로’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23년 생성형 AI 관련 애플의 전략 부재 지적에도 팀 쿡 애플 CEO는 당시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수 년 동안 생성형 AI 및 기타 모델을 연구해 왔다. AI를 기본적인 핵심 기술로 보고 있고, 그것들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 사실상 내장돼 있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청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애플은 생성형 AI에서 반전을 꾀하며 2024년 6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4)에서 애플의 AI를 일컫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당시 애플은 개인화된 맥락을 이해하고 앱 간 작업까지 수행하는 음성 비서 시리 발표와 함께 일부 기능에서는 오픈AI 챗GPT와 협력까지 나섰다. 다만 애플이 공언했던 새로운 시리의 기능은 도입이 미뤄지거나, 단순한 작업 구동에 그치는 등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한국에서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2025년에서야 도입되는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정책이자 원칙인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반이 자체 AI 모델 개발의 장애물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이로 인해 모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경쟁력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2년간 이어져 왔다”라며 “이것은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적용해 온 애플의 기술적인 부산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구글 모델 도입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의 AI 전략을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AI 전략 논의 과정에서 내부 모델 개발 대신 외부 모델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 비서 ‘시리’, 에이전트로 진화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FM)에 구글 제미나이 모델이 기반 모델로 들어가게 된다. 가장 먼저 예정된 것은 애플 운영체제 iOS의 다음 업데이트인 iOS 26.4다. 3월로 예상되는 해당 업데이트의 핵심은 시리의 대대적인 변화다. 현재의 시리에도 AI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만 생성형 AI챗봇과 같은 대화형 사용보다는 사용자의 명령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이다. 현재의 시리에서도 챗GPT와의 연동 등 생성형 AI 기능이 제공되고 있지만 복합적인 명령 수행보다는 단순한 질문과 답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앱간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애플의 목표는 앱 간 제어까지 필요한 복합적인 작업을 시리가 수행해주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복합 작업을 수행하는 ‘앱 인텐트’ 기능의 경우 “어제 A랑 찍은 사진 중에서 둘이 같이 나온 사진만 골라서 자동 보정해서 A에게 문자로 보내줘”와 같은 여러 작업을 한번에 처리해주는 기능이다. 또한 사용자의 이메일, 메시지,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각 사용자에 맞춤화된 맥락 기반 답변을 제공해주는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내부 테스트에서 시리가 질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일부 기능 업데이트가 5월 등 이후 업데이트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6월로 예정된 WWDC 26에서는 새롭게 설계된 시리가 공개될 예정이다. 코드명 ‘캄포스’로 불리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리를 기기에 내장된 AI 어시스턴트 형태로 탈바꿈해 기존 시리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캄포스는 구글의 최신 모델을 애플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져와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음성 기반 모드 또는 채팅 기반 모드를 모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리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의 기기 전반에 녹아들게 된다. 애플이 AI를 위한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한 핀 형태의 AI 기기를 내년 출시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 글라스 또한 내년 출시가 전망된다. 레이밴과 손잡은 메타의 스마트 글라스와 경쟁하게 될 해당 제품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하며 AI 기능에는 ‘시리’를 활용하게 된다.
왜 챗GPT 아닌 제미나이인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고 애플이 AI 고도화에 나섰을 때 처음 손을 잡았던 것은 오픈AI였다. 지난 2024년 6월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4)에서 애플은 AI 기능을 하나로 묶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며 오픈AI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기본적인 시리의 AI 기능은 기기상에서 온디바이스로 처리하되, 난이도가 높아 기존 시리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챗GPT가 연동되어 챗GPT가 대신 답변을 해주는 식이다. 다만 이 같은 협업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애플의 일시적인 조치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픈AI는 또한 이후 단순 챗봇을 넘어 AI 운영체제로의 확장에 힘을 싣고 있으며, 애플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새로운 AI 전용 하드웨어 설계에 나서는 등 애플의 경쟁자로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구글도 애플의 경쟁자로 볼 수 있지만, 구글은 지난 수십년간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이어온 관계라는 점이 다르다. 구글은 애플에 연간 약 200억달러를 지불하며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기본 검색 엔진으로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증명된 파트너십을 이어온 관계인 구글과의 협력을 AI 측면으로도 확장하는 것은 애플로서는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이다. 또한 챗GPT를 추격하고 있는 구글의 제미나이의 기술력이 그만큼 올라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구글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경쟁 초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의 모델을 선보이는 등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해부터 모델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고 강력한 자사 서비스 생태계에 이를 통합시키면서 오픈AI를 바짝 추격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특히 외부 기술 채택에 보수적인 애플이 구글을 다년간의 AI 파트너로 채택했다는 점은 구글의 그러한 지위를 더욱 공고히 보여준다. 구글이 오픈AI 등 다른 경쟁사와 달리 자체 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모델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기업이라는 것도 구글만의 차별점이다. 양 사는 협력을 발표하는 공동 성명서에서 “신중한 평가 과정을 거친 결과, 구글의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장 유능한 기반 기술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갤럭시와의 경쟁 한층 격화2025년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출하량 점유율 기준 애플이 20%, 삼성전자가 19%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잠정 집계한 출하량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 20%, 삼성전자 19%, 샤오미 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의 경우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7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하드웨어 경쟁력을 증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월 차세대 갤럭시 S26 시리즈와 함께 새로운 갤럭시 AI 기능을 공개한 가운데, 애플과 삼성 간 AI 경쟁에도 불이 붙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라는 브랜드를 통해 실시간 번역과 통역, 요약, 사진 편집과 같은 AI 기능을 도입했으며 구글과도 협력해 원을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와 같은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구글에 이어 퍼플렉시티와의 협업을 통해 지능형 검색을 적용하고 자사 음성 비서인 ‘빅스비’를 고도화하며,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기기상에서 구동되는 이미지 생성 AI를 탑재한다.
특히 AI 기술 흐름이 이제는 단순 답변 제공을 넘어 서로 다른 앱 간을 오가며 작업을 처리해주는 에이전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각 기업이 얼마나 이 같은 에이전트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할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정호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