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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커지는 미국 경제 불확실성...차기 연준 의장이 가져올 변화는
입력 : 2026.03.19 09: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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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 <사진 연합뉴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펼칠 통화 정책에 전 세계가 긴장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 금리 인하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전망부터 과거 연준 이사 시절 매파적 성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명 직후 시장이 워시쇼크로 불릴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위상을 가진 연준 의장은 역대 미국 통화 정책은 물론 전 세계 금융, 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충돌해온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2018년 임명 당시 경합했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앙은행이 독립성과 맞물려 시장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워시 지명 직후 워시쇼크로 부를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것은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모호한 그의 통화 정책 성향 때문이다.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큼 그는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칼럼에서 그는 “인공지능(AI)은 중요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요인이 될 것이며,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시의 지론인 양적긴축(QT)을 통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진 미지수다. 최근까지 그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 않고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이 6조60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보유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과거 연준 이사로 재임했던 2010년 11월 연준이 2차 양적완화(QE)에 나섰을 때 유일하게 인플레 압력을 우려해 비판했던 전력도 있다. 결국 찬성표를 던지긴 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아무리 위기라도 금융 시장에서 국채를 대거 매입해 돈을 푸는 것에 부정적이다. 근본적으로 연준은 시장 개입에 있어 최소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준은 이미 3년 넘게 이어오던 QT를 지난해 12월부터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특히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이면 채권금리가 상승해 모기지 금리가 따라오를 수 있다. 집값 부담을 낮추는 데 안간힘을 쓰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칠 수 있다. 워시의 스승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워시는 QT를 통해 경제를 붕괴시킬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2011년 연준을 떠난 뒤 지속적으로 연준 개혁을 주장해 온 워시의 이력은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둘러싸고 분열된 연준을 조율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연준의 경제 전망 모델이 현실과 다르고 경제 데이터에 의존해 후행적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해왔다. 현재 총 19명의 연준 위원 중 금리를 결정하는 멤버는 총 12명이고 연준 이사 7명,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은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스티븐 마이런 이사 등 3명이다. 올해부터 새롭게 진입한 지역 연은 총재 4명 중 최소 3명은 매파로 분류된다. 연준 의장의 위상과 권한은 막강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행사하는 것은 결국 1표다. 워시가 얼마나 많은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통화 정책의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워시 전 이사는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파월 현 의장과 경합한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 조지 W부시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최연소 연준 이사로 재임하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호흡을 맞췄다. 앞서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M&A) 부문 부사장까지 지내며 월가 경력도 있다.
고용, 물가, 성장, 소비 딜레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용 시장이 하방 리스크에도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10만 3000개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5만5000~6만5000개)를 크게 뛰어넘었다. 당초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깜짝 호조’를 기록한 것이다. 실업률도 4.3%를 기록하며 예상치(4.4%)를 밑돌았고 전달(4.4%)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 악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크다. 지난해 전체 비농업 일자리 증가는 당초 58만 4000건에서 18만1000건으로 대폭 햐항 조정됐다. 특히 고용 정보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1월에 10만 8435건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일자리가 118% 급증한 것이다. 1월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채용 규모도 크게 줄어 1월 신규 채용은 5306개로 2009년 1월 이후 가장 적다. 앤디 챌린저 CG&C 최고매출책임자(CRO)는 “기업emf의 2026년 고용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진단했다.
고용 악화는 그동안 성장을 지탱하는 소비에도 불안감을안기고 있다. 연말 쇼핑대목인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 증가로 제자리에 머무르며 전문가 전망(0.4%)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청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고용 악화는 그동안 성장을 지탱하는 소비에도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연말 쇼핑대목인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 증가로 제자리에 머무르며 전문가 전망(0.4%)에 크게 못 미쳤다.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4%에 달하며 깜짝 성장을 기록한 것은 강력한 소비가 밑바탕이 됐다. 물가는 여전히 물가 목표치(2%)를 웃돌고 있지만 관세발 인플레이션의 영항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2.4% 올라 시장 전망치(2.5%)를 밑돌았다. 전달엔 2.7% 올랐던 물가가 올들어 상승폭을 줄인 것이다. 작년 5월 이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달 대비 상승폭도 0.2%로 전망치(0.3%)보다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대비 2.5%, 전달 대비 0.3%로 모두 전망치와 같았다.
CPI는 지난해 9월 3%로 올라 관세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웠지만 이후 11월 2.7%, 12월 2.7%로 상승폭을 줄이더니 올들어 1월에는 2.4%로 떨어진 것이다.
[임성현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