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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사와 결별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 금융 거물들, ‘의결권 행사 독립’ 선언
입력 : 2026.03.12 1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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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금융 시장의 거물들이 수십 년간 주주총회 표결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의결권 자문사(Proxy Advisor)들과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의 권고를 따르는 대신, 인공지능(AI)과 내부 전문 인력을 활용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JP모건·웰스파고 등 대형 금융사
외주 자문 끊고 ‘자체 AI’ 시스템 도입가장 먼저 총대를 멘 곳은 자산운용 규모가 약 7조 달러에 달하는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다. 2025년 말부터 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6년 초, 미국 내 의결권 행사에 있어 외부 자문사 권고 수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배경은 독자적인 플랫폼 마련이다. JP모건은 외부 자문 대신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인 ‘프록시 IQ(Proxy IQ)’를 가동 중이다. 이 시스템은 기업의 거버넌스 이슈를 직접 분석하고 투표 방향을 제시한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직접 통제권 확보 또한 이유. 외부 기관에 외주를 주는 대신, 자산운용사가 직접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JP모건의 뒤를 이어 웰스파고(Wells Fargo)의 자산관리 및 투자 부문 역시 ISS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웰스파고 또한 내부 시스템을 통해 독자적인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금융권 전반의 ‘의결권 내재화’ 트렌드로 번지고 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더 이상 외부의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각 펀드의 특성과 고객의 이익에 맞춘 ‘맞춤형 투표’를 지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왜 지금인가?
영향력 하락의 배경금융권이 의결권 자문사와 거리를 두는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AI의 등장으로 인한 관련 기술의 진보다.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AI를 통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굳이 외부 자문사에 고가의 수수료를 내며 분석을 맡길 이유가 사라졌다.
규제 및 정치적 압박 또한 무시못할 요소다. 2025년 미국 내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 등이 시행되면서, 자문사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졌다.
‘천편일률적 권고’안에대한 거부 분위기 또한 팽배하다. 기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권고안이 오히려 투자 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흔들리는 자문사 시장
“단일 권고안 시대의 종말”업계 1, 2위를 다투는 글래스 루이스가 최근 “단일 벤치마크 권고”를 중단하고, 투자자의 성향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보고서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다.
이제 주주총회 현장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ISS의 ‘찬성’이나 ‘반대’ 한마디에 안심하거나 절망할 수 없게 되었다. 기관 투자자들의 판단이 제각각으로 분산되면서 투표 결과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역설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간의 직접적인 소통과 거버넌스 논의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