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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지방몽(夢), 지방이 사는 길
입력 : 2026.02.27 1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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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공장 떠나간 전북에
KB-신한, 금융타운 청사진
지방을 살리는건 결국 기업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투자 기업에 힘 실어줘야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삼성, 새만금에 7조6000억원 투자계획 철회(2016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2017년)’ ‘GM, 군산공장 폐쇄(2018년)’ ‘금융위,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유보(2019년)’ ‘OCI, 군산공장 생산라인 말레이시아로 이전(2021년)’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파행(2023년)….’ 최근 10년간 전라북도 지역 경제를 강타했던 뉴스들이다. 하나 같이 현지 도민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소식들뿐이다. 올해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새만금 이전 이슈로 또 한차례 희망고문 논란을 빚었다.
이런 전북에 실로 오랜만에 희망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서울과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중심지로 전북에 깃발을 꽂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산하 계열사인 증권과 자산운용의 전주 사무소를 개설하고 손해보험 스마트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KB금융타운’ 청사진을 내놨다. 신한금융도 전주 혁신도시에 은행, 증권, 카드 등 계열사 전문인력을 상주시키고 현지에서 수탁과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등 지역특화 금융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조공장들이 무더기로 빠진 자리를 금융이 메꾸기는 어렵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 이들 두 금융지주의 청사진이 완성되면 전북에는 전문인력 550명이 상주하게 된다. AI 시대를 맞아 제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이 정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지역 경제에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국민연금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2019년 심사가 보류됐던 전북의 제 3금융중심지 지정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들 금융기업의 전북 투자 방침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수도권에서 멀수록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생물처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제도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될 경우 법인세, 소득세를 3년간 감면해 주는데 이 기간을 더 늘리고, 정부 보조금도 더 확충해 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이 위탁운용 자산을 배분할 때 전북에 본사나 지사를 둔 운용회사에 가점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초고령화 시대, 지방 소멸 위기감은 현실이 됐지만 뾰족한 해법은 잘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가장 확실한 카드는 기업 도시다.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전락해 가는 여수(석유화학), 거제(조선), 창원(기계)이 있는가 하면, 반도체 벨트로 벌떡 일어선 화성, 용인, 평택도 있다. 도지사, 시장, 군수도 중앙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직접 발로 뛰면서 기업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유권자들도 정당 공천이 아니라 기업유치 성적표에 따라 지자체 수장을 뽑아야 한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 두곳이 깃발을 올리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현대자동차 그룹도 새만금에 무려 9조원을 투자해 AI데이터센터, 로봇제조공장,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일자리 부족으로 허덕이는 지역 경제에 이들 기업의 투자가 성공적인 롤모델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더 나아가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수도권-지방 양극화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고쳐보겠다는 신념으로,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해 주길 기대해 본다.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