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승 판사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38) 상속세 혼자 냈다면 형제·자매에게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

    입력 : 2026.02.23 17:37:27

  • 아들과 딸을 둔 김사장은 2015년 1월경 사망했다. 아들은 2015년 5월경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김사장의 상속재산을 10억원으로 보고 상속세로 2억원을 납부했다(편의상 상속세율은 과세표준과 무관하게 20%로 가정함). 과세관청은 추가 조사를 거친 후 2016년 3월경 아들의 상속세 신고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후 아들과 딸은 상속재산분할을 두고 오랜 분쟁을 벌이다가 2025년 7월경 김사장의 재산을 절반씩 상속받기로 합의했다. 합의가 이루어지자 아들은 2025년 10월경 자신이 납부했던 상속세 2억원 중 절반인 1억원과 그에 대한 이자, 세무사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오랜 분쟁으로 감정이 상한 딸은 “아들이 상속세를 납부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사진설명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피상속인(김사장)이 남긴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계산된다(상증세법 제3조 제1호). 그리고 이렇게 계산된 총 상속세액은 상속인과 수유자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라 나누어 분담한다(상증세법 제3조의2 제1항).

    사례를 보자. 상속재산이 10억원이므로 총 상속세는 2억원이다. 최종적으로 아들과 딸이 1:1의 비율로 상속재산을 상속받았으므로 아들과 딸은 상속세 역시 1:1의 비율, 즉 각각 1억원씩 분담하게 된다. 이처럼 상속인이 받은 상속재산의 비율만큼만 부담하는 상속세 납세의무를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라고 한다.

    공동상속인의 연대납세의무

    그런데 아들은 왜 상속세로 1억원만 내지 않고 딸 몫까지 합쳐 2억원 전부를 납부했을까? 이유는 상증세법이 공동 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이다(상증세법 제3조의2 제3항). 공동상속인은 다른 공동상속인의 고유의 상속세에 대해서도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다시 사례를 보자. 딸이 자기 몫 1억원을 내지 않으면, 세무서는 아들에게도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의 한도에서 딸의 고유의 상속세까지 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아들은 5억원을 상속받았고, 거기에 고유의 상속세 1억원을 공제해도 4억원이 남는다. 아들은 4억원을 한도로 딸의 고유의 상속세 1억원에 대해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상속세를 일단 다 내고, 나중에 상속인들 사이에 정산이 이루어지는 일이 흔하다.

    상속세를 대신 낸 상속인의 구상권

    공동상속인 중 1인이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까지 납부하였다면, 그 상속인은 당연히 다른 상속인에게 “내가 대신 낸 상속세를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국세기본법은 공동상속인의 연대납세의무에 민법상 연대채무자의 구상권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고유의 상속세를 초과하여 납부함으로써 다른 공동상속인의 조세채무를 소멸시킨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례에서 아들은 상속세 2억원을 전부 납부하였다. 아들은 딸에게 1억원과 그에 대한 법정이자나 피할 수 없는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425조 제2항). 여기서 피할 수 없는 비용에는 ‘상속세 신고·납부 과정에서 지출한 세무사 비용’이 있다.

    구상권의 소멸시효

    일반적인 연대채무에서는 보통 변제한 시점에 구상권이 생긴다. 한 사람이 채무를 갚으면 다른 사람의 채무 역시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세에 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딸의 상속세 채무가 소멸해야 아들의 딸에 대한 구상권이 발생하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는데, 딸의 상속세 채무가 소멸한 시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라는 점을 강조해 상속세 채무가 확정되기 전에는 납부로 소멸할 수도 없다는 점을근거로 과세관청이 상속세를 결정한 2016년 3월경에 딸의 상속세 채무가 소멸하고, 그때 아들의 구상권이 발생해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다(수원지방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나59403 판결). 이 판결에 의하면, 아들이 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2025년 10월경에는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반면 상속인은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있기 전에도 상속세 신고·납부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따라 상속세가 납부되면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채무 역시 납부한 범위에서 소멸한다는 이유로, 상속인의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한 구상권은 상속세를 신고·납부하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아들의 구상권 소멸시효는 2015년 5월경부터 진행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5년 10월경에는 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 본 내용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이 없음

    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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