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보틱스 ‘미래’가 아닌 ‘산업’이 되다, 인간 인간 두뇌·노동력 대체하는 지능적 파트너

    입력 : 2026.02.10 18:02:46

  • 모셔널 로보택시가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
    모셔널 로보택시가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
    사진설명

    2026년을 관통하는 기술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피지컬 AI’다. 생성형 AI가 언어와 이미지를 정복했다면, 피지컬 AI는 이제 물리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센서로 보고, AI로 생각하고, 실제 관절을 구부리며 움직이는 로봇은 더 이상 연구실의 실험 대상이 아니라 산업과 일상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 흐름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무대가 바로 ‘CES 2026’였다. 올해 CES는 전통적인 가전 전시회라기보다, 피지컬 AI가 어떻게 일상을 바꿔줄지 보여주는 미래의 무대에 가까웠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2026년 이후 산업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CES 2026에서 가정과 서비스 영역을 겨냥한 로봇 전시는 더 이상 기능 시연의 장이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피지컬 AI가 있다. 언어 모델이 문맥을 이해하듯, 피지컬 AI는 공간과 물리적 조건을 이해한다. 로봇은 더 이상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인간의 행동을 함께 고려하며, 그 순간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한다. 작업의 순서를 스스로 재배치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불필요한 동작을 줄인다. 이는 자동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능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중장기 전망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026년 5만 1000대 수준에 머물지만,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25만 6000대로 다섯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성장세는 2030년 이후에도 이어져 2032년에는 출하량이 5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에는 137만 8000대에 달해 사실상 대중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가 그리는 피지컬AI

    피지컬 AI란 화두를 이끌어갈 기업은 단연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피지컬 AI 시대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피지컬 AI에도 챗GPT의 순간이 도래했다”며, 인공지능이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본격 확장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그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 자동화 전반이 이제 실험 단계가 아니라 대규모 상용 시장 진입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피지컬 AI의 핵심은 ‘인지·판단·행동’을 하나의 연산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언어 모델이 문맥을 이해하듯, 피지컬 AI는 공간과 물리 법칙, 인간의 행동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고성능 GPU와 엣지 컴퓨팅용 AI 칩을 기반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연산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엔비디아는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에서 곧바로 학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상 환경에서 충분히 훈련된 뒤 실제 공간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로봇과 차량이 수천, 수만 번의 가상 주행과 작업을 반복 학습한 뒤 현실에 투입되도록 설계함으로써, 안전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CEO는 이를 두고 “물리 세계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피지컬 AI 전략은 자율주행, 특히 로보택시 영역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AI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하며, 로보택시가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도시 환경에서 확장 가능한 산업 모델로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은 차량이 도로 상황, 보행자 움직임, 교통 신호, 날씨 변화까지 동시에 인식하고 이를 하나의 판단 체계로 통합하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벤츠와 손잡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특별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첫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가 적용될 벤츠 전기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특별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첫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가 적용될 벤츠 전기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도 피지컬 AI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기지개를 폈다. CES 2026에 참석한 현대차는 구글의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계열사인 딥마인드와 손잡고 인간과 협력하는 AI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미디어데이에서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라는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는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과 실행 로드맵을 공개하며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 구글 딥마인드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화했다.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을 핵심 목표로 설정한 현대차는 향후 로봇 기술을 제조 현장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산업·물류·일상 영역에서 두루 활용해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 모델을 처음 공개하며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차세대 아틀라스는 전신 관절 구조를 기반으로 최대 50㎏의 중량을 들 수 있고 최대 2.3m높이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또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성능을 유지하고, 방수 설계를 적용해 산업 현장 내구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대다수 작업을 하루 이내에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동화 설비 수준 벗어난 로봇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 양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산 초기에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투입해 부품 분류·서열 작업을 수행한다. 2030년 이후에는 부품 조립 등 고난도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아틀라스는 고중량·고위험·반복 작업을 맡아 작업자 안전과 생산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하드웨어 기술에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 휴머노이드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은 연내 무인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 웨이모, 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가 주도해온 자율주행 시장에서 완성차 대표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주도권 확보에 본격 나선다는 뜻이다.

    모셔널은 CES 2026 기간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센터에서 모셔널 로보택시 미디어 시승 행사와 함께 기술 로드맵 및 운영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 발표자로 나선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은 우리가 첫 무인 로보택시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해”라고 밝혔다.

    모셔널은 현재 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레벨4 수준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레벨4 자율주행은 정해진 지역 안에선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고 사고가 나도 차가 책임지는 단계다.

    현재 모셔널은 로보택시 상용화에 앞서 시범 운행을 진행해 시승 품질과 고객 경험, 운영 안전성을 종합 검증하는 마지막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시범 운행 기간에는 운전석에 차량 운영자가 탑승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돌발 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공조를 로보택시와 피지컬 인공지능(AI) 영역으로 본격 확장해나간다. 정의선 회장은 CES 2026 현장에서 젠슨 황 CEO와 회동을 갖고 AI 인프라 협력의 진행 상황과 차세대 모빌리티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인근 퐁텐블로 호텔에서 황 CEO와 만나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추가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함께했던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것으로, 양사 간 협력이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증시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다.

    양사 협력은 이미 AI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5만 장을 기반으로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자율주행·로보틱스용 AI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인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 산업의 축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 흐름에 합류했다. CES 2026에서 두 기업은 로봇을 별도의 제품군으로 분리하기보다, 가전 자체를 ‘움직이고 판단하는 AI 기기’로 재정의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AI 전략의 무게중심을 행동하는 AI로 옮겨놓았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미래 가전은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는 기계가 아니라,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공간 전체를 이해하며 스스로 움직임을 설계하는 AI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개별 제품이 각각 똑똑해지는 수준을 넘어, 집 전체가 하나의 물리적 AI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과 가전의 결합 가능성을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는 당장 완성형 휴머노이드를 가정에 투입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인간의 움직임과 작업 방식을 학습한 로봇 지능을 가전에 이식하겠다는 방향에 가깝다. 예컨대 가정 내 이동 로봇이나 가전 보조 로봇이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가전과 상호작용하고, 사용자의 생활 리듬에 맞춰 작업을 조율하는 그림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강조한 것은 ‘피지컬 AI의 일상화’다.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로봇 기술을 가정으로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생활 공간에 맞게 재해석하고 단순화해 적용하겠다는 접근이다. 이는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로봇의 지능을 가전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LG전자 역시 유사하면서도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AI 가전과 서비스 로봇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제시하며, ‘공감형 AI’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LG전자가 그리는 미래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세계가 아니다. 대신 사람의 의도를 먼저 읽고, 필요할 때 개입하는 조력자형 AI가 가정과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이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LG전자 부스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가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LG전자 부스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가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LG전자는 그동안 축적해온 가전 기술과 서비스 로봇 경험을 결합해, 가정용 AI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가전이 사용자의 상태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필요할 경우 로봇 플랫폼과 연동돼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독 제품으로 상용화하기보다는, 가전·로봇·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방식에 가깝다. CES 2026를 통해 로봇은 가전, 모빌리티, 도시 인프라 속으로 분해돼 흡수되며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꿀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의 상용화 시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봇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구조가 가전과 생활 공간에 먼저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2026년은 로봇이 등장한 해라기보다, 로봇의 사고 체계가 조용히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동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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