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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화요그룹 대표 “K-스피릿으로 中·美 본격 공략, 10년 후 기업가치 1조 목표”
입력 : 2026.02.09 14: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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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화요’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화요그룹’ 체제를 선언했다. 화요를 중심으로 도자 브랜드 ‘광주요’, 프리미엄 식문화 플랫폼 ‘가온소사이어티’를 통합하는 구조다. 업계에선 술-그릇-식문화가 하나로 이어지는 이 체제에 대해 “단순한 기업 재편을 넘어 K-스피릿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2003년 설립 이후 희석식 소주에 밀려 2014년까지 12년간 적자를 거듭하던 화요가 본격적인 성장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희경 대표가 있다. 미쉐린 3스타 ‘가온’과 1스타 ‘비채나’ 등 한식 파인 레스토랑을 이끌며 한식의 품격을 세계에 알렸던 그가 이제는 증류주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81층에 자리한 비채나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진짜 내 얘기를 하고 싶다”며 중국과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조희경 화요그룹 대표 ▶ She is
1981년생.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쿨 순수미술과 졸업, 로욜라대 MBA 수료,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 석사. 2012년 가온소사이어티 대표로 미쉐린 3스타 ‘가온’, 1스타 ‘비채나’를 운영했다. 2023년 화요그룹 대표이사 취임, 2025년 12월 화요그룹 체제를 선언했다.한식당에선 화요, 해외시장 공략Q 많이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엔 창립 22주년을 맞아 화요그룹 체제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A 올해 대표이사가 된 지 햇수로 3년 차가 됐네요.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정말 숨 가쁘게 달렸어요. 새로운 브랜드인 ‘화요19金’ 출시에 화요그룹 체제 선언까지 제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집중했거든요. 올해는 화요의 전체 라인업을 어떻게 볼 것인지,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이 그룹에 가져온 긍정적 영향과 혼란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있어요. 성장이라는 단어에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영업이익도 중요하거든요.
Q 올해 매출 목표가 1000억원인데, 구체적인 전략이라면.
A 숫자에만 집중해 확장하다 보면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 있어요. 늘 염두에 두고 확장의 의미를 찾아야 하죠. 가장 큰 화두는 중국 진출이에요. 특히 상하이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주류 산업은 맨파워가 핵심인데, 그래서 요즘 직원들에게 IT 회사 다니듯 우리 스펙과 남의 스펙을 외우라고 말하곤 합니다. 삼성전자 직원이 LG전자 제품이 자사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듯 우리도 화요 17도와 25도의 맛,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 음식 페어링까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Q 현재 해외 수출 상황은 어떻습니까.
A 매출 비중은 아직 10% 정도에요. 현재 29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지난해에 두바이가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70%가 교민 대상의 소규모 수입업체들이죠. 요즘 어느 때보다 K-푸드와 스피릿이 주목받고 있잖아요. 이젠 로컬 마켓으로 진입해야 할 때가 왔어요.
Q 그런 점에서 중국 진출을 강조하신 겁니까.
A 특히 상하이는 올드머니 시장이에요. 식문화가 안정돼 있고 고급스러울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호의적입니다. 화요는 백주와 성향이 전혀 달라서 차별성을 키워가기도 좋고요.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셰프와 협업 중인데, 이분이 현지에서 후원을 받아 최근 ‘NABI’라는 큰 레스토랑을 개장했어요. 우선 한식을 즐길 때 화요를 페어링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식당이 가장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나라가 어딘지 아세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에요. 그래서 한식당에는 화요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거죠.
Q 한식에 대한 인기라면 일본도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일 텐데.
A 일본은 그들만의 사케와 소주 문화가 굳건해서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화요 X.Premium’처럼 위스키로 인정받는 술은 차별성이 있어요. 일본은 위스키를 만들 때 좀 더 위스키 지향적으로 만드는데, 우리는 쌀을 활용하다 보니 그들과 다른 맛이 있거든요.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좀 더 오래갈 수 있는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게 우리 방식이죠.
Q 화요 X.Premium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프랑스에선 라이스 위스키로 등록됐고, 영국을 제외하고 유럽권에선 ‘코리안 위스키’라 불리고 있습니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이쪽으로도 확장해 나가려고 하죠. 문제는 숙성고예요. 현재 증류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데, 숙성고를 어떻게 늘리느냐가 단기적인 숙제에요. 여주 공장 뒤에 산림청 땅이 있어요. 외국처럼 동굴을 파서 셀러를 만들고 싶은데, 산림청에선 고려해 본 적도 없고 사례도 없다더군요. 어차피 이용하지 않는 땅인데, 셀러를 만들면 관광객을 받을 수 있고, 지역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Q 국내는 어떻습니까. 술 소비량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인데.
A 술을 안 마신다는 말,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어요. 2024년까지만 해도 ‘덜 마신다’였는데 이젠 ‘안 마신다’까지 온 거죠. 대신 뛰는 분들이 늘었더군요.(웃음)
Q 올해 마케팅 전략이 궁금해지는데요.
A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갑니다. 많은 걸 하는 대신 현재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거죠. 화요에 바라는 게 뭔지, 그 의미를 담아서 협력사와 전략적인 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 5~6월께 재미있는 제품이 나올 예정이에요. 혹시 한국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음식물이 뭔지 아세요? 버려진다는 건 그만큼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방증인데, 바로 그걸 재료로 완성한 캔 제품입니다. 아직은 비밀이에요.(웃음) 먹는다는 건 의식한다는 거잖아요. 우리가 이 재료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 의식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소비자들과 서로 의식하며 소통하는 방식이죠.
전통주에 대한 국가적인 롱텀 비전 필요해Q 전통주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A 무엇보다 세금 제도죠.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세금이 같아요. 종가세 구조라서 고품질의 원료와 정통 방식을 고수하는 프리미엄 증류주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게다가 화요는 농민법인이 아니라서 전통주 카테고리에도 못 들어가요. 백화점에 가면 전통주 코너는 좋은 위치에 진열돼 있는데, 우리는 일반 슈퍼 매대로 갑니다.
Q 관련해서 구체적인 바람이 있을 법한데요.
A 일본을 예로 들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사케나 일본 소주에 대한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금전적인 지원도 병행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프로젝트가 이어지죠. 우린 정권이 바뀌면 팀이 바뀌고 인사 이동 이후에는 관련 연구도 끊깁니다. 길게 봐야죠. 롱텀 비전이랄까요.
Q 여주 제2공장이 AI를 활용한다고 해 주목받았는데요.
A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얼굴 인식으로 출입 관리하고, 전 공정이 자동화·디지털화돼 있습니다. 주류업계에선 처음으로 스마트 HACCP 인증도 받았어요. AI의 역할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맛의 균일성 확보, 둘째는 효율성입니다. 공장을 확장하더라도 적은 인원으로 균일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거죠.
Q AI로 증류식 소주를? 효율적인 확장이 떠오르는데요.
A 확장성 면에선 분명 장점인데,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미국에 양조장을 내고 싶었어요. 현재 관련 매물이 많이 나와 있거든요. 외국의 지인들이 그러더군요. 매매 타이밍은 좋은데 인력과 엔지니어, 비자까지 어떻게 운영할 거냐고. 성과와는 별개로 확장이 무조건 좋을 순 없더군요. 많은 자금이 투자되는 문제잖아요.
Q 투자나 상장 관련 계획이라면.
A 지금까지는 자체 투자나 대출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투자하겠다는 조건은 많은데 일부러 피하고 있어요. 안 좋을 땐 적이 되는 게 투자사거든요. 무엇보다 지금은 돈을 버는 게 급합니다. 상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어요. 꼭 국내서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상장으로 남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단 3년 내 계획에 상장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Q 10년 후 화요그룹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글로벌기업이 돼야죠. 해외에 판매법인이든 양조장이든 확장이 있어야 하고, 잘 운영된다면 지금보다 6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 또 수출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밸류에이션 1조원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꿈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Q 최근 아버지인 조태권 회장께서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A 제가 말씀드린 걸 책 제목으로 내셨어요. ‘꿈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죠. 아버지가 2010년에 해주신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에요. 꿈이 망상이면 현실화하기 어렵잖아요. 안 되는 걸 자꾸 내 꿈이라고 우겨봤자 내 인생만 힘들어지죠. 진짜 꿈은 지금 내가 꾸는 꿈,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평생 가질 수 없어요. 내가 화요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꿀 수 있는 꿈,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 2세 경영인으로 가업과 꿈 사이의 갈등도 있었을 텐데.
A 2010년에 셰프가 되고 싶었어요. 어느 날 출근길에 너무 화를 내셔서 차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랬더니 “너 그만 울어. 너의 꿈은 앞으로는 회사를 통해서 꾸는 꿈만 있어. 그거 외에 너의 꿈은 없어. 다 망상이야”라고.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이해합니다. 꿈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잖아요. 셰프가 되고 싶으면 회사를 좀 더 키워서 요리를 배울 수도 있는 거니까.
Q 회장님이 여전히 무서우신가요.
A 이제는 아빠죠.(웃음) 가온과 비채나를 할 땐 특정한 문화, 소수의 문화, 완벽의 문화를 만드는 거라 큰 그림을 그리기 힘들었어요. 다시금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만들라고 하면 또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대중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엄청 어렵더군요. 레스토랑에선 내가 많아야 했는데, 여기선 내가 없어야 하는 거예요. 나만 생각할 수 있었을 땐 늘 남을 대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두를 생각해야 하는 지금, 제일 절실한 건 내 목소리에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를, 회장님을 너무 이해하게 됐습니다. 정말 저런 뚝심이 있어야 화요를 할 수 있구나….
Q 올해 개인적 목표라면.
A ‘나의 태도를 바꾸겠다.’ 그게 제 목표에요. 2019년부터 매년 콘셉트를 정하고 있는데, 친절함, 현명함, 그리고 올해는 매직(Magic)입니다. 내가 나를 마술처럼 변화시킬 수 있게 내면을 단단히 하자는 거죠. 그래서 매일 아침 1시간씩 명상하고, 출근길에 제가 쓴 글을 녹음해서 듣고 있습니다. 가온이나 비채나, 화요19金까지 제가 한 일은 회장님의 뜻이었어요. 올해는 진짜 하고 싶은 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