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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국가대표 AI…3개팀 1차서 생존, AI생태계 바꿀 K-모델은 누구
입력 : 2026.01.30 17: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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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가 2015년 12월 진행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오픈AI의 GPT, 구글의 제미나이급 인공지능(AI) 기술력에 도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NC AI, SK텔레콤 등 각 기업을 주축으로 한 5개 컨소시엄이 주인공이다. 정부의 인프라 지원을 받아 AI 모델 개발에 나선 5개 정예팀은 약 4개월 만에 기존 토종 모델을 뛰어넘는 모델을 선보였다. 1월 진행된 첫 단계 평가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하고 업스테이지, LG AI 연구원, SKT가 생존해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하게 됐다. 첫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온 뒤 곳곳에서는 중국 모델 차용 의혹이 이어지면서 독자성이 바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5개 정예팀이 4개월 만에 선보인 첫 결과물은 모두 글로벌 평가 기관에서 ‘주목할 만한 AI’로 꼽히며 국내 AI 생태계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독자성 논란의 중심이 됐던 네이버클라우드는 검증을 넘지 못했다. 평가에서 가장 하위를 기록한 NC AI와 함께 탈락의 대상이 되면서, 1차 평가에서 1개 팀이 아닌 2개 팀이 탈락하는 이변으로 이어졌다.
주요 모델 초기 성과 고무적
독자 AI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는 정부가 민간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지원해 글로벌 최고 수준에 버금가는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5개 팀으로 시작해 2027년까지 6개월 단위로 평가를 진행하며 최종에는 2개 팀이 남게 된다.
텍스트만 처리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에 집중한 다른 4곳과 다르게 네이버클라우드는 텍스트부터 음성, 이미지를 모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옴니모달’을 들고 나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옴니모달을 개발했다”라고 소개한 네이버클라우드의 모델은 ‘하이퍼클로바 X 시드 32B 싱크’와 ‘하이퍼클로바 X 시드 8B 옴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모델 ‘엑사원’ 시리즈를 선보여 온 LG AI연구원은 2360억파라미터 크기의 모델 ‘K-엑사원’을 발표했다. K-엑사원은 이전 모델인 엑사원 4.0에서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개선한 모델로, 주요 벤치마크에서 오픈소스 대표 모델로 알려진 알리바바의 모델 ‘큐원 3’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췄다.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 중심으로 모델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일반인도 써볼 수 있도록 챗봇 형태의 ‘챗엑사원 베타’도 올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엑사원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진행한 1차 평가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점수, 전문가와 일반인 평가 등에서 모두 최고점을 기록하며 1등으로 꼽혔다.
SKT는 정예팀 5곳 중 가장 큰 크기의 모델인 5000억 파라미터 크기의 ‘에이닷엑스(A.X) K1’을 공개했다. 게임사 크래프톤,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등과 컨소시엄을 꾸린 SKT는 연내 파라미터 크기를 조 단위로 확장하면서 성능을 꾸준히 높이는 것이 목표다. SKT 모델도 일부 벤치마크 평가에서 LG AI연구원과 함께 최고점을 득점하는 등 성능 면에서 강점을 보였다.
대규모 모델인 만큼 SKT는 해당 모델을 하나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활용하고, 반도체, 에너지,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AI 혁신을 추진하면서 자사 서비스인 에이닷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유일한 스타트업 정예팀인 업스테이지는 한국어에 특화된 ‘솔라 오픈 100B’을 발표했다. 업스테이지가 그동안 개발한 모델 중 가장 큰 크기로, 회사 관계자는 “거대 AI의 방대한 지식을 갖췄지만 소형 AI처럼 가볍고 빠르게 동작하는 효율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롯데, 현대오토에버 등과 협력하는 NC AI는 국내 산업 현장의 AI 전환(AX)을 목표로 내걸고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인 ‘VAETKI’를 공개했다. 1130억파라미터 규모로 구성된 VAETKI는 제조, 유통, 물류, 국방, 패션 등 다양한 산업 적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모델이다. 이 모델들은 2025년 말 공개된 후 모두 비영리 연구 기관인 에포크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Notable AI Model)’ 리스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위 5개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지 2025년에 등재된 한국 모델은 LG AI연구원의 모델 3종뿐이었는데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모델이 대거 탄생한 셈이다.
각 기업이 기술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주요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1차 단계 평가 결과에서 보듯이 LG AI 연구원의 ‘K-엑사원(EXAONE)’ 모델이 다른 모델 대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문 분야 문제를 포함하는 고난도 한국어 벤치마크인 ‘KMMLU-Pro’에서는 SKT가 68.1점, LG AI 연구원이 67.3점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네이버와 업스테이지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영어 중심의 다중 처리 능력과 종합 지식을 판단하는 ‘MMLU-Pro’ 테스트에서는 LG AI 연구원이 83.8점을 기록했으며 SKT와 업스테이지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수학 능력,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에서도 LG AI연구원이 타 모델 대비 고득점을 기록했다.
중국 모델 일부 차용한 네이버 고배1차 평가는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각 모델이 어떤 점수를 기록했는지 보는 벤치마크 평가와 함께 외부 AI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평가, 49명의 AI 전문 사용자로 구성된 사용자 평가를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 AI연구원이 가장 고득점을 기록했으며, NC AI가 최하위 점수를 보이며 탈락하게 됐다.
네이버의 경우 평가 점수에서는 탈락 대상이 아니었지만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건 미부합으로 탈락이 결정됐다.
네이버는 모델 학습 과정에서 중국 모델을 가져와 사용하면서 ‘해외 모델 미세 조정 등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의 설계부터 사전 학습 과정을 수행한 국산 모델’이라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가 내려졌다.
네이버는 모델의 일부이자, 입력된 정보를 AI 모델이 이해할 수 있게 변환하는 인코더 기술에서 중국 알리바바가 만든 큐원(Qwen) 오픈소스를 가져와 활용한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를 두고 AI 업계에서는 “어디까지를 독자 모델로 봐야 할 것인가”라는 화두가 떠오르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검증된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가중치를 초기화한 후 학습, 개발 수행하는 것이 모델의 독자성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경우 이미 학습이 된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 점이 이 같은 조건에 어긋났던 것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외산 AI 모델을 활용할 때 국가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AI의 운영과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AI 모델은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전문가 평가위원들도 독자성 한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됐다”라며 “AI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원을 집중해 세계 최고에 도전하기 위해 지금의 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탈락 기업에도 지속적인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참여 기업들을 격려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SK텔레콤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예팀 1곳 추가 재공모 진행1차 평가에서 기존 계획과 다르게 2개 팀이 동시에 탈락하는 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공석이 된 한 자리에 대해 재공모를 통해 추가 정예팀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류제명 차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모든 참여 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고 설명하며 재공모는 모든 기업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처음 프로젝트 공모에 접수했던 컨소시엄들을 포함해 지원 이력이 없는 기업, 1차 평가에서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까지 지원 자격이 부여된 것이다.
언제까지 선정할지 정확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최대한 빠르게 공모 절차를 시작해 상반기 중 추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합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1차 단계를 통과한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SKT의 경우 2차 단계 개발에 바로 착수하게 되지만 재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팀은 시작이 늦은 만큼, 동일한 개발 시간을 부여해 평가 시점의 차이를 두는 등의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기존에 탈락한 기업도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이번 평가에서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를 포함해 5개 정예팀 선정 전에 탈락했던 카카오, KT 등의 기업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는 정부의 1차 평가 결과 발표 직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라며 “이의제기나 재도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재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 또한 같은 날 재공모 참여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NC AI 또한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다.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저희가 가진 장점을 발휘해서 국가 산업군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라며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첫 공모에 참여했던 스타트업인 모티프인텔리전스나, 코난테크놀로지가 재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호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