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수교 이래 최악 중·일 관계 日다카이치 내각, 中 ‘한일령’ 파고 넘을까

    입력 : 2026.01.14 16: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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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1972년 국교 정상화 이래 50여년 만에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일본으로의 여행·유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서 진행되는 일본 가수의 공연을 금지하는 등 ‘한한령(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제한 조치)’을 연상시키는 ‘한일령’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계승했을 뿐 대만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관계 개선을 위한 뚜렷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일 관계의 불을 지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지난 11월 7일 일본 국회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며 대만 유사시에 대한 과거 발언을 파고들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총리 발언에 대해 쉐젠 주 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고 글을 올리며 중국의 불편한 심경을 강하게 드러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열시키려는 망상과 대만해협 무력 개입을 고취하는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것으로 그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비난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여당인 자민당 일각에서는 이를 철회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친대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내 우익 세력의 지지 등을 고려해 발언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그는 대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1972년 중·일 공동 성명 그대로이고 이 입장에 일절 변경은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중·일 공동 성명에는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보고 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을 지지하는 의견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국민적 호응을 받고, ‘킹 메이커’로 불리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도 다카이치 총재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철회는 사실상 물 건너간 카드가 됐다.

    행동으로 보복 나선 중국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는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실력 행사’로 응수하고 있다. 우선 2025년 11월 14일 자국민에 일본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이어 유학 자제령도 내렸다. 여기에 호응해 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 관련 항공편의 경우 무료 취소와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제’ 때 해외여행이 많다. 또 벚꽃을 볼 수 있는 3~4월에도 중국 여행객의 일본 방문이 많다. 항공사 조치를 보면 이러한 여행 특수에 일본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통보한 데 이어 일본 영화나 공연에 대한 ‘한일령(限日令)’ 등의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유명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경우 11월 29일 예정했던 중국 상하이 공연이 무산된 데 이어 2026년 1월 10일 마카오에서 예정된 콘서트도 취소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를 주제로 한 전시회도 중국 광저우에서 2025년 12월 25일부터 10개월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연기됐다. 여기에 12월 들어서는 중국의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의 수출 절차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전쟁에도 희토류 수출 규제로 맞서는 등 자신들이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해왔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 당시에도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출 규제와 같은 보복을 당한 바 있다. 이후 일본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09년 85%에서 2020년 58%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여행·유학 자제령와 달리 희토류 수출 규제는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출 절차 지연 등이 계속될 경우 일본 기업이 겪게 되는 어려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6일에는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항공모함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로 조준하는 ‘조사’ 사태도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고, 중국은 일본 측에 사전 통지한 내용을 공개하며 양측이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던 일본은 다각도로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중일 관계가 현재처럼 불편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자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애초 일본 정부는 2025년 11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다카이치 총리를 철저하게 피함으로써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이 2025년 주빈국을 맡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해 여기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이 또한 중국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26년 4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기에 미국의 측면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대만 유사시’ 발언을 한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속에서 중·일 관계 문제가 논의되고, 이를 계기로 어색한 관계가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2026년 11월로 개최가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최국으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총리를 영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사전에 양국이 물밑 교섭을 한다는 시나리오다.

    APEC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맞는다고 해도 최소 1년간은 현재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숭훈 도쿄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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