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에 세컨드홈?” 원정투자 나서볼까 KTX·경강선 호재에 2주택 세제 혜택도
입력 : 2025.11.12 16:21:28
-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강릉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매수자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은 강릉시 전경.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1주택자들이 강릉, 익산, 경주, 통영 등 지방 핵심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추가 주택을 사면 1주택자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세컨드홈’ 제도가 확대된 데다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거래가 규제망에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방 부동산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세컨드홈 제도는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인구감소지역에서 1주택자가 한 채를 더 사더라도 재산세·종부세·양도세에서 1주택 특례를 주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산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침체된 지방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다.
시행 초기에는 전국에서 인구감소가 가장 빠른 84곳이 대상이었으나 정부는 올해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통해 적용 지역을 93곳으로 넓혔다. 평창·양양·문경·해남 등 기존 인구감소지역에 강릉·속초·동해·인제, 익산, 경주·김천·사천·통영 등 9곳이 새로 포함됐다. 강원·전북·경북·경남을 아우르는 구성이다.
이들 지역은 산업·관광·농어촌 인구가 줄고 신규 주택 수요가 정체된 곳이다. 정부는 세컨드홈을 통해 정주 인구를 늘리고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주택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교육·의료·고용 기반을 함께 보강해 지방 정착을 유도하는 종합 대책으로 보고 있다.
세컨드홈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서울에 집이 있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세컨드홈을 사더라도 세법상 여전히 1세대 1주택자로 인정된다. 기존 집을 팔 때 양도세 비과세 한도(12억원)와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가 그대로 유지되고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12억원)과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도 그대로 적용된다.
8월 서울 매수인 200명 넘어
정부 대책 발표 후 45% 증가즉, 본래 1세대 1주택자에게만 주어지던 혜택을 세컨드홈에 한해 예외적으로 2주택자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84㎡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의 시세 12억원(공시가 9억원)짜리 주택을 사면 재산세는 약 667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종부세는 574만원에서 77만원으로 낮아진다. 세 부담이 700만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겉으로는 두 채를 가진 셈이지만 세법상 1주택자로 분류된다.
다만 이미 2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는 특례 대상이 아니다. 제도의 목적이 1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지방 주택구입을 장려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을 가진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추가 매입을 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례 적용 주택 공시가격 기준은 기존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시세로는 약 13억~14억원 수준으로 인구감소지역의 대부분 주택이 이 범위 안에 포함된다. 취득세도 법과 조례에 따라 최대 50%까지 감면된다.
다만 세컨드홈 확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연내 법 통과를 목표로 내년부터 새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에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유는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격차가 최근 1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52.0으로, 같은 기간 지방(105.2) 보다 44.9% 높았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대 격차다. 서울은 1년 새 9.3% 상승했지만 지방은 1.3% 하락했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며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584가구로, 이 중 84%(2만314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청약 미달과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신규 분양이 멈추고 거래도 위축됐다.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시장 불균형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부동산을 정부가 밀어주고 나서자 시장 반응은 강릉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대법원 등 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강릉시 집합건물 매수인 중 서울 거주자는 208명으로, 한 달 전보다 45% 늘었다. 서울 매수인이 200명을 넘긴 것은 2016년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분양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강릉 회산동 ‘강릉 아테라’는 8월 초 대비 계약률이 10%포인트 상승했고 남항진 해변 인근 ‘모아미래도 오션리버’는 견본주택 재오픈 뒤 방문객이 두 배로 늘었다. 강릉은 6월부터 두 달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세컨드홈 확대 발표 이후 수도권 실수요 문의가 다시 늘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교통망 확충 기대감도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KTX로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약 2시간이 걸리는데 송도·광명·판교를 거쳐 강릉으로 이어지는 경강선 고속철도도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일부 학부모는 의대 지역인재 전형을 염두에 두고 강릉에 세컨드홈을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강릉역은 고속철도(KTX) 강릉선을 이용 시 서울역에서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어 세컨드홈 특례의 최대 수혜지로 꼽혔다. <사진 연합뉴스> 두 채여도 세금은 한 채 수준
공시가 9억, 시세 13억까지 특례다만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거주자의 매수 건수는 늘었지만 총 거래 금액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강릉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세컨드홈 발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릉 외 인구감소관심지역의 흐름은 부진한 편이다. 강원 동해·속초·인제, 전북 익산, 경북 경주·김천, 경남 사천·통영 등 8곳의 서울 거주자 매수인은 7월 62명에서 8월 61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전북 익산은 7명에서 0명으로 감소했다.
한편 10·15 대책으로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가 의무화됐고 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거래 단계마다 구청 허가 절차까지 더해져 수도권의 투자 접근성이 낮아진 반면 지방은 비규제 지역이 많고 토지거래허가제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세컨드홈 특례와 맞물리며 취득·보유·처분 단계의 세 부담도 낮다. 대책 발표 직전인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3% 상승했다. 서울은 0.54%, 수도권은 0.25% 올랐고, 지방은 보합(0.00%)을 유지했다. 부산 수영구(0.25%), 해운대구(0.20%), 울산 남구(0.18%) 등 광역시 주요 지역은 상승세를 보였고 대구 수성구(0.06%)는 13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실거래도 활발하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더샵남천프레스티지’ 전용 93㎡는 9월 29일 12억7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고 대구 수성구 ‘수성범어W’ 전용 84㎡는 10월 3일 18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해운대구 ‘베뉴브 해운대’는 청약 경쟁률 21대 1,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23대 1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방 부동산 활성화 일환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책도 내놨다. 전용 85㎡ 이하, 취득가 6억원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면 양도세·종부세 1주택 특례가 적용되고 1년간 취득세 최대 50% 감면과 중과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매입 물량을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리고 매입 상한가를 감정가의 83%에서 90%로 상향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가 완공 후 건설사에 되파는 ‘미분양 안심 환매’사업에 대해서도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안심 환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HUG의 취득세·재산세·종부세와 건설사가 주택을 환매할 때 나오는 취득세를 면제한다.
취득세 최대 절반 감면
보유·양도세 모두 1주택 혜택또한 인구감소지역에서 매입형 아파트 10년 민간등록임대제도를 1년간 한시 복원한다. 개인이나 법인이 준공주택을 사서 10년 이상 임대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가 배제된다. 폐지됐던 등록임대를 지방에 한해 되살려 장기 임대 재고를 확충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주택 공급과 지역 인프라 확충을 병행한다. 연내 26조원 규모의 SOC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첨단 국가산단 15곳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조기 착공을 유도한다.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생활 기반 사업의 집행률을 높여 민간 투자와 고용 창출로 연결하고 예비타당성조사 기준금액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인다. 100억원 미만 중소공사의 낙찰하한율은 2%포인트 인상한다. 레미콘·철근 등 주요 자재는 인공지능(AI)으로 수급을 모니터링하고 바다골재·산림토석 채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 숙련 외국인력(E7-3) 비자를 신설해 인력난을 완화하고 기능인 등급제를 활성화해 숙련도 관리를 체계화한다. 장기계속공사 지연 구간에는 현장 유지비 보상 근거를 마련하고 하도급 대금의 직접 지급과 보증 요건 완화로 지방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도 지원한다.
정부는 세컨드홈을 축으로 지방 이주와 사회기반시설(SOC) 투자가 맞물리면 지방 주택시장과 건설 산업이 함께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고용 창출과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 격차를 완화하는 장기 균형발전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홍혜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