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6] 인터뷰②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풍력발전기 점검에서 방산기술로 도약”

    입력 : 2025.11.06 16:38:49

  • 니어스랩(Nearthlab)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드론 기술을 기반으로 시설물 안전검검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최재혁 대표는 창업 전 두산중공업에서 원자력 발전소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현장에서 점검원들이 위험하게 탱크 외관을 점검하는 것을 보고 드론을 활용해 안전점검을 시행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함께 무인비행을 연구했던 동기와 니어스랩을 창업하고 산업용 드론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작업자가 직접 풍력발전기에 올라가는 대신,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드론이 터빈 주위를 점검하게 했다. 안전성은 물론 작업속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니어스랩은 전 세계 약 30개국에서 사용하는, 풍력발전기 안전점검 분야 톱 3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3년부터 방산 분야로 도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드론을 현실적인 안보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최재혁 대표는 “국내에서도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을 계기로 드론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라며,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 또한 국군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니어스랩은 2024년 고속요건드론 ‘카이든(KAiDEN)’을, 2025년 군집 자율비행 공격드론 ‘자이든(XAiDEN)’을 연달아 출시했다.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먼저 니어스랩의 방산 드론을 도입했으며, 말레이시아의 방산 기업 에어로드(AIROD)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레드캣홀딩스(Red Cat Holdings)와 합의각서(MOA, Memorandum of Agreement)를 체결하고 북미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재 2026년을 목표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 He is
    1987년생.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항공우주학 학석사과정을 마친 후, 두산중공업에서 원자력발전소 운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국내 인공위성 수출 기업 쎄트렉아이에서 일하던 정영석 최고개발책임자(CTO)와 함께 2015년 니어스랩을 공동창업했다.

    안전점검에서 얻은 노하우로 방산 드론 개발

    Q 풍력 발전 점검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나 노하우가 방산 드론 개발에도 도움이 됐습니까.

    A 그렇습니다. 지난 수년간 풍력 발전 점검 분야에서 자율비행 기술을 상용화하며 방대한 비행 데이터와 AI 학습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풍력 발전소는 바람이 강하고, GPS 신호가 불안정하며, 접근이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전장 환경과 유사합니다. 덕분에 방산 드론의 정확도, 자율성,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카이든, 자이든은 각각 어떤 전장 환경을 상정해 설계된 제품인가요.

    A 카이든은 위협이 되는 드론에 직접 충돌해 무력화하는 초고속 요격 드론입니다. 자이든은 공격 임무를 위해 개발된 드론으로, 박격포탄을 실어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Q 방산 드론을 설계할 때 중요한 설계 철학은.

    A 특정 전장에 고정되지 않아야 합니다. 전장은 밀림부터 도심까지 어디든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체는 범용적으로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는 현장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어떤 환경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방산 AI 드론을 제공합니다.

    Q 라이다 없이 카메라 센서와 AI로 비행하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유가 있나요.

    A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주변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유용하지만 센서 가격이 높고 탐지 거리가 제한적이며, 악천후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메라 기반의 비전 AI를 선택했습니다. 카메라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추가 장비를 달 필요가 없어 무게를 줄이고 비행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Q 골판지, 폼보드 등 소재로 가격대를 낮춘 방산드론 제품과 비교해 니어스랩 드론의 차별점은.

    A 골판지나 폼보드 소재 드론은 내구성과 정밀 제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니어스랩은 비전 AI 소프트웨어의 지능화와 자율비행성능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사진설명

    안두릴vs니어스랩, 더 가볍고 빠르게

    Q 자이든에 60mm 박격포탄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장점이 있나요.

    A 60mm 박격포는 일반적인 수류탄보다 훨씬 넓은 반경과 강력한 피해를 주는 화기로, 수류탄 대비 위력과 범위가 월등합니다. 자이든은 기존 60mm 탄약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별도 탄두 개발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목표를 보다 정밀하게 식별·타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대 10대를 적층, 보관한 뒤 출격시켜 짧은 시간 내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Q 방산 드론 시장에서 가장 큰 제도적·기술적 병목은 무엇인가요.

    A 실험 환경의 제약이 기술 검증과 개선에 걸림돌이 됩니다. 드론을 대규모로 시험·운용하려면 공역 확보, 장거리 실험장, 다양한 기상·지형 조건에서의 필드 테스트가 가능한 장소가 필요합니다. 우리 군과 협력해 훈련장을 테스트에 사용할 수 있으면 드론 전력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Q 드론 기술 내재화 측면에서 한국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A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핵심 부품의 ‘내재화 수준’이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특히 통신모듈, 영상처리 장치, 센서에 악성코드(백도어)가 숨겨져 있을 경우, 외부에서 드론의 조종권을 무단으로 탈취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등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론을 통합 관리·운용하는 관제 플랫폼의 국산화도 필수입니다. 관제 시스템 보안이 취약하면 운용자의 위치나 작전 정보가 고스란히 외부로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2023년 개정된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핵심 부품에 중국산이 포함된 군용 드론의 도입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핵심 기술의 내재화와 보안 표준 강화를 서둘러야 할 시점입니다.

    Q 니어스랩의 기술 내재화 수준은.

    A 이미 모든 핵심 부품을 우방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주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Q 글로벌 선도기업 중 벤치마크하는 기업이 있다면.

    A 글로벌 방산 드론 시장에서 미국 안두릴이 대표적인 선도 기업입니다. 안두릴의 ‘앤빌(Anvil)’은 하드킬 시스템의 대표적인 모델로, 니어스랩의 카이든과 자주 비교되기도 합니다. 안두릴은 시스템 통합력과 규모 면에서 탁월하지만, 동시에 높은 비용 구조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니어스랩은 같은 하드킬 개념을 훨씬 가볍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술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전략

    Q 방산AI 분야에서는 AI 학습용 데이터 부족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드론 학습용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하고 있습니까.

    A 드론 비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운용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전장 데이터를 대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위험 지역의 데이터를 가상으로 재현해 AI가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 데이터의 양을 확장하는 동시에, 모델이 실제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설계합니다.

    Q 러-우 전쟁에 투입된 드론이 실전 데이터를 학습해 빠르게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니어스랩의 해외 수출사례가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나요

    A 현재 니어스랩의 방산드론이 진출한 지역은 지정학적인 특수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AI성능 개선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 풍력발전 단지에서 안전점검을 수행하면서 AI가 발전했고, 이제는 방위 현장에서 습득한 데이터를 통해 또 한단계 진화할 것으로 봅니다.

    방산에서 민간 안전·관제 분야로 확장

    Q AI 드론 기술을 활용해 안전·관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A 방산 영역에서 축적한 자율비행·영상분석·AI 기반 임무 판단 기술을 민간 안전관제 분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초경량 순찰·정찰 드론 ‘에이든티(AiDEN-T)’와 지능형 관제플랫폼 ‘에이노바(AiNOVA)’입니다.

    Q 각 제품의 구체적인 기능은.

    A 에이든티는 2kg 미만의 초경량 드론으로, 기동성과 휴대성이 뛰어나 긴급 상황이나 시설 이상 징후를 실시간 탐지할 수 있습니다. 전자광학(EO)센서와 적외선(IR)센서를 통해 낮과 밤, 열악한 조건에서도 정밀한 감시가 가능합니다. 이 드론은 에이노바 플랫폼과 연동되어 작동합니다. 자동 비행, 임무 후 자동 보고서 생성, AI 이상탐지 분석까지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시설·발전소·항만 등 고위험 지역에 24시간 지속 가능한 무인 스테이션 기반의 자동 감시 체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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