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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인터뷰① 김영준 파블로항공 의장 “미래 드론 생태계는 AI 군집제어 기술로 완성”
입력 : 2025.11.06 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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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항공은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바탕으로 드론 쇼, 방산, 항공기 점검(인스펙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무인이동체 자율군집제어 기술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AI)기반 자율군집제어와 자폭드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파블로항공은 ‘한계를 재정의하다(Limits, Redefined)’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드론 쇼, 드론 배송, UAM 등 그동안 민수 분야에서 축적한 관제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무인기 및 무인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올 8월 파블로항공은 방산 정밀가공 전문기업 ‘볼크(VOLK)’를 인수하며 드론 양산 체계를 갖췄다. 1983년에 설립된 볼크는 우리 육·해·공군이 사용하는 캐비닛을 비롯해 제어장비, 구동장비 등 방산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정밀가공 특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327억원, 올해는 400억원 이상의 실적이 예상되는 강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창업한 지 고작 7년이 지난 스타트업이 40여 년 역사의 방산기업을 인수했다”며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파블로항공은 밀스펙(국방규격·Mil-spec)인증을 통과한 제조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올 초 선보인 방산 전용 브랜드 ‘파블로M(Pablo M) 시리즈’ 군집자폭드론 S10s를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중·대형 자폭드론과 정찰용 및 다목적 드론, 인스펙션 전용 드론 등 다채로운 드론 제품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업체로 떠올랐다. 김영준 파블로항공 의장은 “단순한 드론 제조를 넘어 AI가 통합된 자율항공체계를 통해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파블로항공의 방산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김영준 파블로항공 의장 ▶ He is
1989년생.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특전사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드론 관련스타트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거쳐 2018년 파블로항공을 설립했다.방산 드론 제조 체계 구축Q 최근 드론 택시, 드론 배송, 군수용 드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이 늘고 있는데, 파블로항공의 핵심 사업축은 무엇입니까.
A 2018년 창업 이후, AI 군집조율과 통합관제를 바탕으로 무인기 군집제어 선도 기업으로 성장해왔습니다. 2019년 국내 최초 군집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드론쇼에서 세 차례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같은 기술 스택을 물류로 확장해 국내 최초 편의점 드론 배송 스테이션을 열었고 관제·운항 데이터로 도서·산간 물류 접근성을 실증해왔습니다. 최근 군과 방산 파트너들이 ‘군집’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파블로항공이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는 드론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Q 방산 드론 분야의 주력 제품은.
A 방산 제품 브랜드 ‘파블로M’ 시리즈의 첫번째 모델인 자폭드론 S10s는 목표물에 대한 동시 또는 시차 자폭 공격으로 적의 ‘안티드론’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전용 발사대를 사용해 보조장치 없이 이륙하며 발사 후 30분 이상 비행할 수 있어 넓은 범위에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특히 목표물을 타격할 때 강하각 45° 이상, 최대 150㎞/h의 속도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Q 드론 무기는 생산 속도와 효율성이 관건인데.
A S10s는 폼보드 재질로 만들어졌어요.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수급하기 쉽고 조립, 제작이 용이한 재료를 선택했습니다. 또 ‘국방 무인체계 계열화·모듈화(K-MOSA)’ 개념을 적용해 실제 작전 환경에서 임무 장비를 신속하게 교체하고 장착할 수 있어 탁월한 상호운용성을 발휘합니다.
Q 최근 방산 정밀가공 기업 ‘볼크’와 합병했는데, 양사의 시너지는.
A 볼크를 인수하면서 밀스펙을 충족하는 정밀 제조 인프라와 파블로항공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결합해 설계부터 품질보증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방산 드론 제조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그동안 방산 분야로 진출하는 국내 드론 기업들은 정밀가공 및 대량생산 체계가 없다는 구조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국내 드론, 세계적 수준의 실증 속도 높여야Q 현재 한국 드론 산업의 기술 수준과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A 드론 비행, 제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 드론과 비용을 따진다면 어려워지죠. 좋은 기술력을 상품화하는 데 그만큼 어려운 실정입니다.
Q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 드론 기업들이 뒤처진 부문이라면.
A 촬영용, 농업용 등 저가형 민간 드론은 중국이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군집 운용 소프트웨어는 한국, 미국, 중국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요. 다만 국내에선 제한된 환경에서만 테스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실증 속도가 떨어져 사업화가 더딘 점이 아쉽습니다.
Q 민간 부문 상용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합니까.
A 상향식 기술주도 생태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현재는 수요자(정부)가 실증사업 및 연구개발 과제를 내면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로 개발 기회가 제한되고, 선정된 기업만 과제에 참여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기술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기 어렵습니다. 더 많은 기업들에게 개발 기회를 부여하고 여러 업체가 동시에 경쟁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Q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느낀 기술적·제도적 장벽이라면.
A 정부에서 각 분야의 수요기업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해외 박람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지만, 범위가 제한적이에요. 기업에서 필요한 지원을 먼저 제안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론 AI군집제어 기술이 핵심 경쟁력Q 파블로항공은 무인 항공기 통합관제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운영 역량이 차별화되는 지점입니까.
A ‘AI 군집조율’과 ‘통합관제’ 분야에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I 군집조율은 새가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드론 군집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입니다. 수많은 드론이 비행하며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고 협업하도록 제어하는 기술인데, 다양한 산업에서 응용될 수 있습니다. 통합관제 기술 또한 UAM 시대에 다양한 이기종 모빌리티를 통합적으로 관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방산 분야에서 AI 군집제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 건가요.
A 격추나 전파 방해(재밍)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기술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부 드론이 무력화되어도 각 기체들이 임무를 재할당해 수행하게 되면서 실패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Q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던데.
A 50대 군집 비행에 성공하며 국내 최초로 군집 조율 기술 4단계 ‘높은 군집수준(high Swarming)’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자폭 드론 4대가 군집비행을 통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지켜본 군 관계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실제 타격 테스트 규모를 키워가며 무기체계 편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030년 나스닥 상장이 목표Q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2021년 미국법인을 설립해 나사(NASA) 실증과제와 드론쇼 수출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불꽃 드론 F40으로 약 300만달러의 수출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방산 분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Q 현재 민수 사업과 방산 분야의 비중은 어떻습니까. 향후 IPO계획도 궁금합니다.
A 현재는 민수 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요. 앞으로 국방 분야 매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입니다. 2026년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2030년 나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한국형 드론이 해외에서 신뢰받기 위해선 ‘국가 단위 표준’이나 ‘품질인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A 우선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사실 드론이라는 신규 사업에서 ‘표준’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방식 혹은 규격 등을 중심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한 ‘표준’이 시장환경과 동떨어져 있다면 사업화가 힘들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Q 향후 5~10년 내 드론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요인은 무엇입니까.
A 드론은 이미 현대전의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AI 기반 운용 개념이 본격화될 겁니다. 가까운 미래에 드론은 임무 중심으로 형태·크기·무게·에너지원(배터리·연료전지 등)이 세분화될 겁니다.
[안재형·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