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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간경제와 야간교통시스템 : 신야간경제 (5)
입력 : 2025.10.10 10: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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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장 무대’ 신야간경제
조명 역할하는 야간교통시스템무더위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도시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민의 삶은 지쳐간다. 이제는 단순한 회복 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돌파구, 신야간경제(NTE:Night-Time Economy)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치 있는 도시, 활기 넘치는 도시,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전략. 이는 문화와 복지를 통한 시민의 활력 회복, 외부 관광객 유치에 따른 소비 확대, 그리고 경제·문화·고용·복지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그 해답은 낮이 아닌 밤에 숨겨져 있다.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강환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은 소멸에 위험에 직면한 국내 지방도시들에 ‘신야간경제’ 전략을 적용하면 도시 활성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창한다. 정 회장의 분석을 통해 ‘신야간경제’가 지역활성화의 법이 될 수 있을지 시리즈로 진단한다.무더위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도시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민의 삶은 지쳐간다. 이제는 단순한 회복 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돌파구, 신야간경제(NTE:Night-Time Economy)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치 있는 도시, 활기 넘치는 도시,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전략. 이는 문화와 복지를 통한 시민의 활력 회복, 외부 관광객 유치에 따른 소비 확대, 그리고 경제·문화·고용·복지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그 해답은 낮이 아닌 밤에 숨겨져 있다.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강환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은 소멸에 위험에 직면한 국내 지방도시들에 ‘신야간경제’ 전략을 적용하면 도시 활성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창한다. 정 회장의 분석을 통해 ‘신야간경제’가 지역활성화의 법이 될 수 있을지 시리즈로 진단한다.도시의 밤은 이제 단순히 하루의 끝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앞다퉈 신야간경제(New Night-time Economy)를 육성하면서, 야간은 새로운 성장의 무대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 무대의 조명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교통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밤을 즐기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교통수단의 안전한 연계가 필수다.
신야간경제 성공은 주말 야간교통시스템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야간경제구역에 주말에 이용 가능한 거주지의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연결해줄 시스템이 있느냐가 종전 야간경제와의 차이다.
야간에 다양한 문화 활동이나 상업 활동이 이뤄지려면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밤 시간에도 운행되면,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도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레 야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런던 주말 야간교통시스템 ‘나이트 튜브’영국 런던이 신야간경제에서 성공을 거둔 데는 ‘나이트 튜브(Night Tube)’ 같은 주말 야간교통시스템이 큰 영향을 미쳤다. 런던의 24시간 지하철서비스인 ‘나이트 튜브’는 2016년 8월에 처음 도입됐다. 나이트 튜브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일부 노선을 24시간 운영함으로써 런던 웨스트엔드의 신야간경제 구역으로의 야간이동 편의를 크게 개선시켰다. 처음 도입된 뒤 1년간 런던 경제에 1억7100만 파운드(258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3616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런던의 나이트 튜브(사진=Greater London Authority) 나이트 튜브 도입으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야간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레스토랑·바·공연예술 분야 등 다양한 업종에서 더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할 수 있었고, 추가적 고용 창출과 매출 증대가 이뤄졌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야간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자 도시 전반의 야간문화가 활성화됐다. 야간에 일하는 근로자들도 안전해졌다. 레스토랑이나 공연장, 야간 이벤트를 지원하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신야간경제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높아졌다. 이제 런던의 나이트 튜브는 신야간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나이트 튜브 노선도 시드니 ‘나이트 라이드 버스’호주 시드니에는 신야간경제를 지탱하는 ‘나이트 라이드 버스(Nightride Buses)’로 불리는 야간교통시스템이 있다. 이 버스는 자정 이후부터 새벽 시간대까지 일반 열차나 다른 대중교통이 운행을 멈추는 시간에 맞춰 운행된다. 주요 철도 노선을 대체하는 형태로 도심과 외곽 지역을 연결해줘 시드니의 야간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야까지 영업하는 업소나 야간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귀가할 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교통수단을 제공해 시민들의 야간활동 참여를 독려한다.
시드니의 나이트 라이드 버스 노선도(사진=Transport Sydney) 도시의 밤을 움직이는 혈관. 멜버른 ‘나이트 네트워크’도시의 경쟁력은 낮보다 밤에서 드러난다. 축제와 공연, 야시장과 레스토랑이 활기를 띠는 시간은 대개 해가 진 뒤다. 그러나 아무리 다채로운 야간 프로그램이 있어도 시민과 관광객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야간경제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호주 멜버른은 나이트 네트워크(Night Network)라는 야간교통모델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도시의 밤을 지탱하는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나이트 네트워크는 2016년 1월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7년 4월 정식 제도로 자리 매김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기차와 트램, 버스, 코치가 끊임없이 도심과 교외를 연결한다. 종전에는 자정 무렵이면 멈추던 대중교통이 나이트 네트워크로 인해 새벽까지 이어져 도시의 시간을 24시간 체제로 돌린다. 단순한 노선 연장이 아니라 기차–트램–버스–코치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네트워크형 교통체계라는 게 독특하다.
나이트 네트워크의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첫 해에만 50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돼 연간 200만 건 이상의 추가 여행이 이뤄졌다. 특히 이용자의 20% 이상이 병원·제조업·서비스업 등 야간 교대근무자들이었다. 나이트 네트워크가 여가와 관광을 위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노동시장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된 것이다. 교통이 곧 도시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야간경제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은 교통망의 안정성에서 비롯된다.
베이징·상하이, 야간 지하철·심야버스 확대중국의 베이징·상하이·시안 등 대도시들도 야간경제에 맞춰 지하철 연장과 심야버스 운행을 확대하고 있다. 베이징은 주말 지하철을 새벽 1시 30분까지 연장하고, 상하이는 주말·공휴일 운행을 늘려 야간 승객 비율을 21% 끌어올렸다. 주요 노선을 보완하는 심야버스도 운행돼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밤 늦게까지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저녁 10시 이후 교통 인프라와 안전시스템을 보완하자 교통은 이동수단을 넘어 신야간경제의 제도적 토대가 됐다.
신야간경제의 숨은 동력, 슬라이고 ‘야간버스’소규모 도시일수록 시민과 관광객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교통망은 야간경제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열쇠다. 아일랜드 서북부의 소도시 슬라이고(Sligo)는 대표적 사례다. 슬라이고는 대도시 더블린과 정반대로 인구와 규모가 소멸도시에 가까운 2만명에 불과하지만 S1·S2·S3 버스노선을 중심으로 야간까지 운행을 연장해 도시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S1 노선이 자정까지 연장 운행돼 시민들은 공연장, 레스토랑, 펍, 문화시설을 더 늦게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교통서비스 확장이 아니라, 야간소비와 체류시간을 늘리는 직접적 기반이다. 슬라이고의 야간버스는 단순히 중심가와 주거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 지역 관광지와 여가 공간까지 이어줘 신야간경제와 맞물린다. 예컨대 해안가 휴양지 스트랜드힐(Strandhill)과 도심을 밤 11시 넘어서도 연결하는 노선은 관광객들이 저녁 이후까지 체류하게 이끈다. 교통수단의 연계성은 야간 레저·관광·상업 활동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지역경제의 숨은 동력이 되고 있다.
슬라이고의 사례는 “작은 도시에는 야간경제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완전한 24시간 교통망은 아니지만, 자정까지 연장 운행과 허브 중심 연결만으로도 지역의 야간소비가 크게 늘었다. 비용 부담이 큰 심야 전구간 운영 대신 집중시간대와 핵심노선 위주 전략을 택한 것은 소규모 도시가 취할만한 현실적 해법이다.
슬라이고의 사례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의 밤은 무엇으로 지탱되는가” 그 답은 화려한 축제나 대규모 시설이 아니다. 시민과 관광객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는 버스 한 대, 그 연결망이 바로 신야간경제의 든든한 동맥이다.
야간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신야간경제 참여 기회를 넓히는 사회적 장치다. 공연이 끝난 후, 야시장을 즐긴 후, 심야 영화를 본 후 “집에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도시의 밤이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발휘한다. 안전한 이동이 보장될 때, 더 많은 시민이 늦은 시간까지 머물고, 더 많은 관광객이 도시의 밤을 즐길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밤을 지키는 약속, ‘여성안전 택시’도시의 밤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려면 중요한 한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바로 안전이다. 아무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시민·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숙소로 돌아갈 수 없다면 야간경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 해법 중 하나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하는 게 ‘여성안전 택시’ 제도다.
심야시간은 특히 여성들에게 위험이 많이 따른다. 음주가무로 붐비는 거리, 인적이 드문 귀갓길, 불법 택시나 무허가 차량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면 여성들의 야간 활동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여성전용·안전택시를 도입했다. 앱 기반의 안전인증시스템을 도입해 귀가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레이디스 택시’나 ‘핑크 택시’란 이름으로 여성 운전사가 운영하는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성 보안관 제도도 여성 승객들을 야간에 좀 더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스템은 사전 예약을 기반으로 운영돼 여성들의 야간이동 시 불안감을 줄여준다.
런던의 핑크 택시(사진=Pink London Taxi) 런던의 나이트 튜브가 야간경제의 동맥을 넓혔다면, 여성 안전택시는 도시의 신뢰를 구축하는 모세혈관과 같다. 여성 안전이 보장되어야 비로소 도시는 시민 전체가 안심할 수 있는 도시가 된다. “이 도시에서는 밤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곧 도시 브랜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여성 안전택시는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가 시민에게 건네는 신뢰의 약속인 셈이다.
영국 바·클럽의 조용한 안전도우미 ‘안젤라 캠페인’영국의 일부 바와 클럽에서는 ‘안젤라를 찾는다(Ask for Angela)’라는 캠페인을 운영한다. 위험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직원에게 요청하면 조용히 안전하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캠페인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바(Bar)·클럽(Night Club) 같은 야간 유흥장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손님들이 불안하거나 잠재적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바텐더나 스태프에게 “엔젤라를 만날 수 있을까요(Ask for Angela)”라고 말하면 직원들이 신호를 알아듣고 조용하고 안전하게 도움을 준다.
Ask For Angela 로고(사진=Ask For Angela) ‘라스트 마일’ 공유 교통수단유럽 여러 도시들은 신야간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줄어드는 시간대에도 짧은 거리나 마지막 목적지까지의 ‘라스트 마일’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전동 스쿠터나 공유 자전거 같은 게 그것이다. 이런 공유 교통수단은 모바일 앱을 통해 쉽게 대여하고 반납 가능해 늦은 시간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공유 교통수단들은 도시 곳곳에 배치돼 접근성이 좋고, 친환경적이면서 유연한 이동 옵션이다.
신야간경제는 화려한 야경이나 문화 이벤트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뒷면에는 밤늦은 귀갓길의 교통 안전이 반드시 깔려야 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나 행정안전부 등 특정 정부 부처의 한 곳의 정책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문화·안전·교통이 한데 묶여질 때 효과적인 신야간경제정책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정부 조직내 총리실 같은 곳에 신야간경제위원회 같은 콘트롤타워를 둬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손발을 맞춰 움직이도록 조율해줘야 한다. 그래야 신야간경제라는 성장 엔진을 원활히 돌릴 수 있다.
▶ 정강환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93년 배재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유일 축제경영대학원인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 축제학 개척자로 꼽히며 100여 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해 국내외 축제 리더를 양성해왔다. 50여 개 나라가 활동하는 세계축제협회의 아시아·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며 주민화합 중심에서 지역개발형 축제로 전환을 이끈 ‘축제계몽운동’을 30여 년간 진행해 축제산업 패러다임을 바꿨다. 보령머드축제, 추억의 충장축제, 서구아트페스티벌 등 대표적 지역개발형 축제를 기획•개발했다. 정동야행, 진주남강유등축제 등을 통해 한국 도시의 야간 경쟁력 강화를 주창하고, 지방소멸 위기 해법으로 야간형 축제와 신(新)야간경제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첼시 플라워쇼, 스페인 토마토축제, 캐나다 윈터루드 등 세계적 축제와 교류도 확대해 K-축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세계 축제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70년 만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헌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