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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제네시스 라운지 | 브랜드 출범 10년, 2500여 명에게만 개방된 신라호텔 ‘제네시스 라운지’ 가보니
입력 : 2025.09.22 10: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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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라운지 “요즘 부자들이 선택하는 브랜드는 슈퍼카 아니면 제네시스에요. 웬만한 수입차를 타는 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차별화되지 않을 거면 아예 무난한 선택을 하는 거죠. 게다가 제네시스의 품질이 그전과는 달라졌어요. 풀옵션이면 1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도 ‘그사세’에선 매력적인 선택지죠.”
서울 강남구의 한 수입차 딜러가 전한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매년 <매경LUXMEN>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집계한 전국 부촌의 베스트셀링카 순위를 살펴보면 ‘제네시스(GENESIS)’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각 지역별 판매량에서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를 멀찌감치 따돌린 수치가 눈에 띈다. 수입차 브랜드의 한 임원은 “제네시스에 점차 럭셔리 이미지가 더해지며 현대차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과거 일본 브랜드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퀀텀 점프를 했다”고 분석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주도한 브랜드, 벌써 10년오픈 다이닝홀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했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그룹 전체가 움직였다. 설계와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길 약 4년. 2008년 1세대 제네시스(BH), 2013년 2세대 제네시스(DH)를 출시하며 고급차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현대차그룹의 독자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하며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부회장이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초기 기획부터 외부 인사 영입,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의 전 과정을 주도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직접 무대에 오른 정 회장은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며 “고급차 시장은 우리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영역이며, 이 기회를 충분히 살려보자는 게 제네시스가 갖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가 판매된 제네시스는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연간 판매량 10만 대와 20만 대를 연이어 넘어섰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어떨까. 올 5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41만 4040대. 연말까지 150만 대 달성이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제네시스는 올 6월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르망 24시에 참가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21년 독일, 영국, 스위스에 진출한 이래 약 4년 만에 7개국으로 유럽 시장을 확대했고, 출범 10년 만에 유럽 5대 자동차 시장(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VIP 마케팅에도 진심제네시스 라운지 입구 이른바 명품(럭셔리 브랜드)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건이 있다. 장인정신, 헤리티지, 가치, 희소성, 독창성 등 이 나열되곤 하는데, 최근 가장 중요한 축이 된 조건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VIP마케팅’이다. 과연 제네시스는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마침 제네시스 ‘G90’ 상위 트림 오너만을 위한 프라이빗 라운지에 초대받았다. 대한민국에서 단 2500여 명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5층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호텔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자랑할 만도 한데 그 흔한 안내문이나 화려한 간판 대신 음각으로 ‘GENESIS LOUNGE’라 표기된 게 전부다. 2년 6개월 전, 현대차가 신라호텔에 임대한 공간은 80여 평(264㎡). 그러니까 이곳은 ‘G90 롱휠베이스 블랙’(1억 7377만원), ‘G90 롱휠베이스’(1억 6647만원), ‘G90 블랙’(1억 2817만원) 등 제네시스 최상위 모델 오너만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 공간이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의 말을 빌리면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간”이라는데, 입구부터 마치 럭셔리한 아지트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라운지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 오픈 다이닝 홀, 사운드 룸,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나뉘어 있다.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소장이 주도한 내부는 한국 고유의 건축 개념인 ‘터’에 착안한 여백과 열린 공간의 미학에 초점을 맞췄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인 ‘한국의 미(美)’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경계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공간은 빛의 반사율과 투과율, 흡수율을 고려해 소재를 선정하고 화사하게 꾸몄다. 메탈이나 아크릴, 흙 등의 자재가 전통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석과 정교하게 맞물린다.
싱글몰트 위스키바 라운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위스키 바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득한 선반 위로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에 앉아 고개를 들면 마주치는 풍경이다. 이곳에선 한국 전통차를 비롯해 45종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샴페인, 와인 등이 마련돼 있다. 직접 위스키를 들고 가 즐길수도 있는데, 콜키지는 무료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레이디버그 샤도네이 2022’. 제네시스 멤버십 와인 구독 서비스 파트너인 미국 허드슨 와이너리에서 공수한 이 와인은 국내에 단 40병만 입고됐다는데, 제네시스 라운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페어링이다.
사운드 룸 사운드 룸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이름 높은 유국일 명장의 사운드 시스템이 채우고 있다. 그는 세계 최대 가전 쇼인 CES와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인 레드닷, IF 등에서 여러 번의 수상 경력을 지닌 스피커 디자이너다. 왜곡 없이 원음을 제공하는 고성능 금속 스피커로 오디오 애호가들 을 위한 완벽한 환경을 조성했다. 창 밖으로 남산과 영빈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운드 룸에서는 엄선된 플레이리스트를 최상의 음질로 감상하며 도심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문정균 제네시스공간 실험실 실장은 “독립된 공간에 앉아 고성능 금속 스피커가 뿜어내는 클래식 음악을 원음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며 “차가 달릴 때 나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차 타는 즐거움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제네시스의 실내 공간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보유하고 있는 음원만 20여 만곡. 사운드 룸에 놓인 멋들어진 의자에 앉아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창밖으로 신라호텔 영빈관과 어우러진 나무와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어느 곳에 자리잡아도 바깥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올 수 있게 공간을 디자인했다.
제철 식자재로 즐기는 한식 코스오픈 다이닝홀 역시 하이라이트는 프라이빗 다이닝 룸 아닐까. 이곳엔 설희경 작가가 한국 전통 조각보의 문양과 색감을 모티브로 제작한 테이블이 자리했다. 제네시스 라운지 회원이 지인을 초대해 최고급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신라호텔 한식 레스토랑 라연 출신의 강승목 셰프가 내는 코스요리는 제철 식자재와 조리법을 활용해 담백하고 은은하게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린다.
프라이빗 다이닝룸 올 여름엔 더위를 이겨내는 선조들의 지혜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라는데, 우선 제네시스 가든차를 발효시킨 청량한 콤부차와 가지, 토마토, 매실 등 제철 채소, 과일로 만든 ‘여름 채소 만두’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향연엔 ‘단새우 월과채’ ‘감태면과 장단콩 국’ ‘민어와 닭 백숙’ 등 여름철 원기 회복을 돕는 요리가 이어진다. 장인의 손맛과 불향이 어우러진 ‘장어전병’과 ‘누룩 숙성 한우 안창살 구이’, 호박꽃과 여름 두릅을 더한 솥밥, 토종쌀 누룽지 아이스크림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다. 단품 메뉴도 즐길 수 있다는데, 제주 천혜향과 안동 산마, 파주 장단콩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계절감 있는 요리들로 구성됐다. 제네시스 라운지 관계자가 전한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10여 명. 두 달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는데, 잠깐 들러 차 한잔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차와 다과는 무료, 한식 코스 요리는 15만원이다.
[안재형 기자 · 사진 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