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필요한 AI 추천 질렸다면, 알고리즘 청소할 때... 기록 지우고 관심 없는 콘텐츠도 팔로우 해야

    입력 : 2025.09.02 15: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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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회사원 최강일씨.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난 계엄과 탄핵 사태 때 잘 보지 않는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뒤 이후로 비슷한 영상이 계속 뜨고 있다. SNS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접하고 하는 최씨가 기존 알고리즘에서 탈옥하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에는 SNS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마다 AI를 통한 알고리즘을 내세운다. 그 작동원리는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특정 내용을 검색하거나 여러 번 들여다보면 관련 기록이 남아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데이터’ ‘패턴’으로 취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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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추천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클릭, 검색, 재생 기록을 분석해 이용자의 취향을 예측한다. 두 가지 핵심 기술이 기반인데, 바로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다. 협업 필터링은 특정 이용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앞서 최씨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콘텐츠를 봤다면, 같은 내용을 본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필터링으로 영화나 음악 등 특징을 분석해 비슷한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이 결합되면 AI가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게 된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이용자의 80% 이상이 추천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 시청 시간을 늘려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용자들을 붙들기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자별 취향과 시청 시간, 조회수, 시청 지속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적용해 개개인에게 적합한 동영상을 추천한다.

    구글에 따르면 유튜브 추천 시스템에 활용되는 시그널(신호)은 ‘좋아요’ ‘싫어요’ ‘관심 없음’ 등 사용자 반응 외에도 800억 개에 달한다. 비영리 단체 모질라가 유튜브 이용자 2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싫어요’ 버튼은 원하지 않는 추천을 단 11%만 줄였다. 시청 기록에서 지우면 감소 효과는 29%였다. 이용자가 싫다고 해도 유튜브는 빈도만 조금 줄일 뿐 계속 추천한다는 얘기다.

    영상을 보다가 몇 초 만에 껐는지, 되감기 하거나 빨리 보기 한 지점은 어디인지, 특정 요일이나 특정 시간대에 무엇을 클릭했는지, 어떤 기기를 썼는지, 콘텐츠를 이용한 장소가 집인지 또는 대중교통인지도 빅테크는 다 긁어모은다. 구글은 기본 신호 외에 800억 개의 다른 신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 숏폼을 즐기는 이용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청 기록이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시청자의 행동이 알고리즘에 반영되기 까지의 시차를 15초 이내로 추정한다. 예컨대 어떤 이용자가 특정 쇼츠를 15초 이상 봤다면 이 기록이 다음 쇼츠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숏폼 알고리즘의 핵심은 이용자의 행동 기록과 인기 콘텐츠 사이의 ‘밸런스’다. 틱톡 이용자는 추천 영상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보게 된다. 이 영상은 틱톡이 8개씩 묶어 놓은 것이다. 생성된 데이터를 반영해 틱톡은 새로운 묶음을 계속 제공한다.

    알고리즘이 다양한 주제 접할 기회 차단

    알고리즘을 잘만 활용하면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50대 변호사 이모씨는 반려 동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과거에도 종종 SNS에서 동물 관련 콘텐츠가 올라온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 빅테크가 이씨의 생활 방식과 시청 패턴을 보고 간접적으로 취향을 파악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AI 알고리즘이 보다 다양한 주제를 접할 기회를 차단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이는 이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접하고, 반대되거나 다양한 시각의 정보는 차단된 채 ‘거품’속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장르의 영화를 주로 보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영화만 계속 추천돼 다른 종류의 영화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유튜브의 정치나 시사 관련 영상도 마찬가지다. 특정 관점의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다른 시각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AI가 내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와 관련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는 의미다.

    빅테크들은 이에 대해 “알고리즘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한다”고 반박한다. 틱톡의 경우, 영상 묶음을 이용자 취향에 맞춰가다 보면 특정 내용에 편향된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틱톡은 취향 적중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의 비율을 6대 4로 맞추고 있다.

    여러 프로필 만들고 기록 초기화

    같은 맥락에서 AI의 추천을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찾을 필요성은 제기된다.

    구글과 유튜브 등에서 기존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록 지우기’다. 특정 날짜 이후의 시청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경우 시청 기록과 검색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을 끄고 기존 기록을 삭제해 초기화하는 게 가능하다. ‘내 페이지’로 들어가면 ‘전체 기록 관리’가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를 시크릿 모드로 이용하거나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로 이용한 것도 한 방법이다.

    ‘시청 기록 일시중지’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편향의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관련 콘텐츠를 시청할 때 ‘시청 기록 일시중지’ 기능을 켜는 게 좋다.

    추천을 이용해 불필요한 알고리즘을 걸러내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의 경우 싫은 영상이 눈에 띄면 ‘싫어요’를 누르고 ‘위 동영상 추천이 마음에 드시나요’라는 질문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알고리즘의 특성을 이용해 직접 변경에 나설 수도 있다. SNS라면 피드 추천에 뜨길 원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일부러 나와 다른 관점의 이용자를 팔로우한다. 유튜브에서는 억지로라도 다양한 분야의 영상을 시청하고 여러 주제를 검색한다. 넷플릭스에선 2개 이상의 프로필을 만들어 취향별로 추천을 다르게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SNS에서 관심이 없는 광고가 나오면 이를 숨기거나 내 정보 제공하지 않기, 광고 공개 범위 설정 등을 통해 알고리즘 개선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경우 설정에서 광고 주제를 관리해 보다 맞춤형으로 나오도록 할 수도 있다. 애드가드, 애드블록플러스 같은 광고제거 앱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빅테크의 알고리즘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줄이고 싶다면 이들 플랫폼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덜 클릭하는 게 중요하다. ‘알림 설정 끄기’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수시로 앱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며 해당 콘텐츠를 보도록 유도하는데 이 과정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음성, 시선 수집 의심도

    구글 등 빅테크가 사용자 음성을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다는 의심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자마자 온라인 광고나 유튜브에 관련 콘텐츠가 나와 놀랐다는 사람도 많다.

    빅테크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일반적 상황에서 사용자 음성을 수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특정 대화 이후 관련 광고가 떴다면 다른 신호를 잘 분석하도록 짜인 알고리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구글이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로 음성을 수집한다고 의심한다.

    구글이 미국 연방 판사로부터 각각 온라인 광고와 검색 시장에서의 불법 독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글이 미국 연방 판사로부터 각각 온라인 광고와 검색 시장에서의 불법 독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글의 음성 수집이 불안하다면 앱의 마이크 접근 권한을 꺼놓는 게 좋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구글 어시스턴트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마이크 접근 권한까지 허용했다면 구글이 항상 목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빅테크가 이용자 시선까지 수집해 분석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글과 애플은 불특정 다수의 시선 추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시선 추적 기술이 더욱 발달해 알고리즘화할 가능성은 있다. 애플은 최근 눈동자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능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컨대 아이폰 카메라를 바라보며 눈을 움직이면 페이지를 넘기거나 앱을 선택하고 필요한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 아너도 시선 추적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사용자 시선을 인식해 앱을 실행하는 기능이다. 예컨대 화면 상단에 뜬 문자 수신 알림을 3초 정도 쳐다보면 메시지 전문이 표시되는 식이다.

    시선 추적 기능에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눈의 움직임은 여과되지 않은 신호로, 인간 잠재의식에 관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데이터 투명성과 익명화 연구만으로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호작용을 기업이 모니터링하는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 때문에 이용자가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 AI 추천 알고리즘 관리법
    - 시청 기록 삭제하고 검색 기록 저장기능 끄기
    - 알림기능 설정 끄고 추천 콘텐츠 덜 클릭
    - 일부러 나와 다른 관점의 이용자 팔로우
    - 광고 주제를 관리해 더 맞춤형으로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0호 (2025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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