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지사 설립 공식화한 오픈AI 데이터센터까지 생태계 확대할까

    입력 : 2025.07.16 10:28:09

  • 전 세계인의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자리 잡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한국에 터전을 마련한다.

    그동안 오픈AI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언제쯤 생길지”에 대한 질문이 항상 따라다녔는데, 지난 5월 오픈AI가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은 일반 사용자들의 챗GPT 수용률이 높고, 스타트업 등 개발자 생태계 측면에서도 오픈AI 기술 활용이 활발한 국가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 지사를 통해 오픈AI는 국내 기업 고객 확보를 한층 강화하고, 증가하는 국내 AI 서비스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가 단순히 챗GPT 서비스 제공 강화만을 위해 한국에 침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강력한 반도체 기술력을 필두로 탄탄한 AI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반도체 협업이나 데이터센터 추진 등의 사업 기회도 모색한다. 대선 전 한국을 찾아 한국법인을 공식 발표한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 정부와도 협력하고 싶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또한 올해 2월 방한을 포함해 그동안 한국을 여러 차례 찾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해 왔다.

    한국에 열두번째 지사 세우는 오픈AI
    지난 2월 방한했던 샘 올트먼 오픈AI CEO(오른쪽)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픈AI와 카카오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사진 한주형 기자>
    지난 2월 방한했던 샘 올트먼 오픈AI CEO(오른쪽)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픈AI와 카카오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사진 한주형 기자>

    한국은 약 1000만여 명이 넘는 이용자가 챗GPT를 사용할 정도로 챗GPT를 빠르게 받아들인 국가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챗GPT에 따르면 5월 기준 국내에서 챗GPT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추정치는 1771만 명으로, 2위인 뤼튼(256만 명)과 3위 퍼플렉시티(151만 명)과 큰 격차를 보이며 가장 보편적인 AI 서비스로 자리잡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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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큼 오픈AI에 있어서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으로 풀이된다. 오픈AI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챗GPT 유료 구독자 수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친숙한 한국 시장인 만큼 오픈AI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미 돈이 되는 시장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또한 유료 기업 고객 사용자 수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 상위 5개국에 포함되며, 오픈AI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발자 수도 전 세계 상위 10개국 안에 들어간다.

    오픈AI는 “한국은 경쟁력 있는 기술 산업, 기업과 학계를 아우르는 혁신 문화, 그리고 일반 대중의 일상생활 속 AI 도구 활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AI 도입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라며 법인 설립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법인은 ‘오픈AI 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상호명으로 등록이 완료된 상황이며, 사무실 위치나 초대 지사장 등의 구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영업과 고객 관리, 기술 지원 등을 위한 인력 채용도 시작했다. 어카운트 디렉터와 고객 관리, 기술 엔지니어, 루션 설계 등 6개 직군에서 경력직 대상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국내 고객사 관리와 영업, 기술 지원 등을 위한 인력을 먼저 구성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된다. 개인 사용자의 경우 이미 법인 설립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온 만큼, 한국 법인을 통해서는 굵직한 대기업 등을 공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픈AI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본사를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등의 유럽 국가와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진출해있다.

    오픈AI 한국 법인은 전 세계 오픈AI의 열두번째 지사이자,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 거점이 될 예정이다.

    카카오 등 초기 파트너사 국내 AI 생태계 영향력 더 커질까

    오픈AI는 이미 국내 주요 기업 고객들과 협력하고 있다. 챗GPT의 기업용 AI 서비스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기업 차원에서 사용하는 곳들도 많다.

    대표적인 국내 파트너사 중 한 곳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올해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을 찾았을 때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트먼 CEO와의 대담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카카오 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 서비스 개발도 진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카카오의 경우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카나나’가 고도화를 진행하면서, 오픈AI와 같은 외부 AI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 AI 기술 활용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크래프톤도 오픈AI의 주요 파트너사다. 크래프톤은 개발 과정에서 오픈AI의 API를 활용하는 것과 함께 기업 내부에서 챗GPT 엔터프라이즈 또한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도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올트먼 CEO와 직접 만나 게임과 AI의 접목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SKT 또한 마케팅 분야에서 오픈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산업은행은 국내 기관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AI 생태계 지원 및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오픈AI 한국 사무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이 같은 국내 기업 고객 증가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일각에서는 국내 생태계의 종속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이 챗GPT를 활용하는 것은 법인 유무와는 큰 관계가 없긴 하지만, 법인을 통해 영업, 마케팅, 기술 지원까지 보완할 경우 챗GPT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또한 기업용 요금제에 기능을 계속 강화하면서 고객사 확보에 힘 쏟고 있다.

    6월 초 기준 오픈AI의 유료 기업 고객 수는 300만 곳을 넘어섰다. 지난 2월에는 200만 곳에 달했는데, 4개월 만에 50%가 훌쩍 뛴 것이다.

    오픈AI는 구글 드라이브와 드롭박스 등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에 있는 데이터를 챗GPT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용 서비스만의 신기능도 추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종의 메기 효과처럼 오픈AI 진출을 통한 국내 생태계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오픈AI는 올해 2월 국내 개발자 생태계에도 관심을 보이며 스타트업을 포함해 AI 개발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첫 개발자 워크숍 ‘빌더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오픈AI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에 있어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것 같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한국서도 협력 기회 모색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오픈AI 한국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오픈AI 한국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오픈AI가 한국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 고객 확장은 아니다.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추진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수준의 사업 기회도 찾고 있다.

    오픈AI는 각국 정부와 협력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올해 초로 거슬러 가보면, 오픈AI는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과 함께 대규모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출범시켰다.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미국에서 초거대 데이터센터 등 AI를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 유치 등을 책임지고, 엔비디아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을 제공하며 그 위에서 돌아가는 AI를 오픈AI가 담당하는 구조다.

    오픈AI는 5월 초 ‘오픈AI 포 컨트리즈’라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

    AI를 필요로 하는 국가라면, 오픈AI가 각국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협력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다음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지에 특화된 챗GPT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고려할 때 오픈AI로서는 한국도 이 같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유망 후보로 꼽힐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가 있으며, AI에 대한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또한 AI 진흥 정책의 기조를 가져가면서 막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5월 한국을 찾았던 제이슨 권 CSO 또한 “2027년 AI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한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에서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미국 외 첫 해외 사례는 아랍에미리트(UAE)다. 지난달 오픈AI가 UAE와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 대략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지는지 볼 수 있다.

    AI를 구동할 거대 데이터센터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UAE 수도인 아부다비에 건설한다. 소프트뱅크,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등이 함께 협력하며, 오픈AI는 그 일환으로 UAE의 전 국민에게 챗GPT 구독을 제공한다. 대신 UAE는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자국 AI 기업 G42를 통해 이에 상응하는 미국 내 AI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

    단순하게 보면 현지 국가의 정부와 기업들로부터의 투자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를 조성한 다음, 오픈AI가 챗GPT를 해당 국가에 특화시켜 제공하는 등의 AI를 지원하는 식이다. 제이슨 권 CSO는 “한국에서도 UAE 파트너십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직후에 제이슨 권 CSO는 “이재명 대통령님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지난주 한국에서 대통령님의 팀과 만나 글로벌 AI 선도 국가를 향한 비전과 모든 국민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이버와 같이 국내에서 AI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은 오픈AI의 진출로 인해 셈법이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만약 오픈AI가 데이터센터까지 한국에 구축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경우,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주권 등을 강조하며 내세운 ‘소버린 AI’ 역시 오픈AI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오픈AI를 경쟁사로 인식하고 전략을 설정해왔다.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호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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