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대해부
입력 : 2025.06.26 14:50:07
-
이재명 정부가 닻을 올렸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출범해 향후 5년간 새 정부가 추진할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이재명 정부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특히 0%의 경제성장률이 말해주듯 우리 경제 상황이 꽤 심각하다. 최악이라고 여겼던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공공연하고,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IMF) 못지않다라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해댄다. 다소 과장이 있을지라도 그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 문제를 챙겼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추경의 목표는 분명하다. 비상계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 등 우리 경제에 닥친 내우외환으로 인해 부진의 늪에 빠진 내수 경기를 돈을 풀어서라도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확장 재정 기조의 경제 정책 방향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지금과 같은 어려운 국가 경제에서 필요한 것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부작용도 있지만,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방향성은 맞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진에 늪에 빠진 국가 경제를 다시 성장 노선에 올려놓기에는 부족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만이 아닌 경제 체질을 바꾸는 작업 또한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새 정부는 진짜 성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며 “수요 주도 형태나 건설업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기술을 앞세워 우리 기술로 선도하고 창조하는 비전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술’에 대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새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AI)이다. 이 대통령은 추경을 단행한 직후 울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는데, 대선 당시 공약 첫머리에 있었던 AI 3대 강국과 관련한 행보로 해석됐다. 사실 굳이 대통령의 AI 행보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AI 산업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전 세계는 AI 발 산업 지각 변동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AI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도 대통령실에 AI 수석을 신설하고, ‘100조원 AI전략’을 내세우며 한국형 AI 육성을 천명하는 등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인 네이버클라우드AI혁신센터장 출신을 수석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AI와 함께 K-콘텐츠 육성도 새 정부가 성장 동력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K-팝·K-드라마 등 콘텐츠 산업 육성을 문화강국 핵심 전략으로 삼아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한류 확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도 새 정부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대목은 이 같은 구상에서 기업이 빠지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기업 육성에도 관심을 내보이고 있는데, 이 위원장은 관련 부처 업무보고에서 “한국 경제와 중소기업이 모두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10대 기업 외 새로운 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라며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직후 정부가 노력해 우리나라가 IT(정보기술) 강국이 됐듯이 지금은 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그룹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기업 성장과 관련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직 없다.
대신 노란봉투법 등 재계가 반대하는 정책 이슈들만 현재 부각이 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담긴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정책은 시간의 문제일뿐 입법화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새 정부 측은 진짜 성장’을 위해서라도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우와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0%의 경제성장률이란 최악의 경제 여건에서 출발했다. 앞서 언급한 이슈 외에도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에너지 대전환, 한일·한중간 관계 정립 등 쉽지 않은 정책적 난제를 수두룩하게 안고 있다.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정책들 중에서는 좌파의 포퓰리즘이라며 여전히 경계감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여건이라도 국정의 책임을 맡은 새정부는 경제성장 담론을 활성화하고 현실화해 경제성장률을 반전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음은 분명하다. 아직 정권 초기여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 큰 틀의 방향성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이제야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이념은 중요치 않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국익을 챙기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 행보를 들여다 봤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8호 (2025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