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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철원 한탄강 물윗길 | 경칩이 코 앞, 아쉽지만 찬란한 겨울 산책
입력 : 2025.03.06 17: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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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두 손을 부서져라 꼬오옥 잡은 커플이 하나, 둘, 셋…. 뒤를 돌아다보니 두어 커플이 N극과 S극 마냥 착 달라 붙어 보기에도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개성 충만한 닭살 커플들이 저마다 독특한 포즈를 뽐내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이번엔 빠알간 패딩으로 무장한 중년의 한 커플이 나훈아의 ‘사랑’을 흩뿌리며 앞서나간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은은하게 퍼지는 나훈아의 음색이 싫지 않은 건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분위기 때문일까.
강원도 철원군에 자리한 한탄강 물윗길을 걸었다. 한 여름엔 래프팅으로 분주한 이곳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부교가 놓이면서 길 이름처럼 물 위를 걷는 산책 코스가 펼쳐진다. 길은 이채롭다. 우리말로 큰 여울인 한탄강(漢灘江)은 12만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수만년간 침식돼 만들어진 깊은 협곡을 흐른다. 그러니까 물윗길은 물 위에서 협곡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리미티드에디션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커플들이 많다. 마치 올겨울에 끝장(?)을 보겠다는 듯 비장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프러포즈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냐며 매표소 주변 상인에게 물었더니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물윗길에 한번 들어서면 도망갈 길이 없어요. 싫다고 뿌리치고 도망쳐도 30분에서 한 시간은 같이 걸어야 하는 걸.
뭐, 그것보단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좋아서 그러겠지만….”
올 시즌에만 12만 명이 찾아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탄강 물윗길은 철원 겨울 관광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철원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임시 개장 이후 2월 초까지 무려 12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총 방문객 수는 21만 5000여 명, 철원군은 올 3월까지 20만 명이 찾아 10억원 이상의 입장료(성인 입장료는 1만원, 그 중 5000원은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총 8.5㎞의 산책(트레킹) 코스 곳곳에선 철원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직탕폭포부터 지질 명소로 알려진 주상절리 송대소,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깃든 고석정, 등록문 화재인 승일교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매표소는 태봉대교와 은하수교에 마련돼 있다. 물윗길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들러야 한다. 산책을 마친 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은 총 3가지. 첫째는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것, 둘째,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마지막으로 평일이라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물윗길 코스 끝에서 끝까지 택시요금은 약 1만원 내외다.
횃불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철원평야은하수교 위로 우뚝 솟은 횃불전망대 아찔한 횃불전망대 전경 은하수교 언덕에 마련된 횃불전망대는 지난해 11월 개장한 철원군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전망대에 설치된 횃불 조형물을 포함한 총 높이는 53m.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에 오르면 탁 트인 전경에 숨이 턱 막힌다. 한눈에도 막힘없는 철원평야는 시야를 멀리둬야 끝이 보인다. 철원군의 특산물로 철원오대쌀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물윗길과 평야를 감상할 수 있는 횃불전망대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물윗길처럼 성인 1만원을 내면 5000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데, 3월까지 50% 할인된 가격으로 운영 중이다.
주상절리가 펼쳐진 송대소 고석정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