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여·마천’ 미니신도시로 탈바꿈 중 강남에 하나뿐인 1만5천가구 뉴타운

    입력 : 2025.02.25 17:46:21

  •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지하철 5호선 종점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오자 정면에 새 아파트 단지 2개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운 쪽이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 오른쪽으로 먼 곳이 ‘송파시그니처 롯데캐슬’이다. 아파트들을 등지고 돌아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재개발 지역의 상징이라는 ‘붉은 벽돌’빌라가 가득하다. 동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재개발 구역 조합들의 현수막과 사무실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재개발 문의 환영’ 같은 문구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내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구역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수요자들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사업지로 확정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내며 사업 막바지에 다다른 곳도 있다. 재개발을 마치면 거여·마천뉴타운은 1만5000여가구 새 아파트촌(村)으로 탈바꿈한다. 갈수록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송파구 끝자락이지만 서울 강남권 유일한 뉴타운이라는 희소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현재 시세도 주변 새 아파트 대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노후 주거지역이 아파트촌으로

    노후 주거지역이 아파트촌으로 거여·마천뉴타운은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104만3843㎡의 노후 주거지역을 아파트촌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거여동은 1970년대 전후 서울 도심 개발 당시 쫓겨난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생긴 마을이다. 일명 ‘개미마을’로도 불리며 구룡마을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혔다. 그러다가 2005년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됐다. 거여동 3개 구역(거여2-1, 거여2-2구역, 거여새마을)과 마천동 5개 구역(마천1·2·3·4·5구역) 등으로 구성됐다.

    2008년 거여동 주민들이 먼저 재개발 조합을 꾸렸지만 곧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거여·마천 뉴타운 사업은 하염없이 지체됐다. 결국 주민 반대와 소송 끝에 마천3구역(2013년), 마천1구역(2014년)과 마천2구역(2014년)은 재개발 구역에서 지정해제되는 위기를 겪었다.

    영영 개발에서 멀어진 듯해 보이던 거여마천뉴타운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5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서울 재개발·재건축 열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서다.

    거여동이 속도를 먼저 내면서 사업이 가장 빨랐던 거여2-2구역은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1199가구)’로 탈바꿈해 2020년 6월 입주했다. 뒤이어 거여2-1구역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1945가구)’이 2021년 12월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후 마천 1구역과 2구역, 3구역 등에서 사업이 재개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거여마천 재개발 사업은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재 거여동 3개 구역과 마천동 5개 구역 등 뉴타운 내 8개 구역 모두 정비사업을 완료했거나 상당 부분 진행했다.

    마천2구역은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2월이면 구역지정 심의가 진행되는 만큼 작업이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거여·마천 뉴타운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품고 있는 ‘역품아(역을 품고 있는 단지)’로 입지가 거여·마천 뉴타운 중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역 안엔 마천초등학교도 위치하고 있다. 개발이 끝나면 역품아·초품아 단지로 변모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현재 구조물로 덮여 복개된 성내천 복원도 추진하고 있어 완성될 경우 수변공원까지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한동안 이 구역은 주민들의 반대로 뉴타운 구역에서 취소되는 등 개발에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주민 동의율을 확보한 뒤 지난해 3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며 재개발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39층, 1720가구가 들어선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로 개발을 추진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대개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사진설명

    마천4구역 속도 가장 빨라

    남은 거여·마천뉴타운 중에서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마천4구역은 지난해 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통과하며 재개발 사업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불과 2018년만 해도 조합이 설립된 2015년 7월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였던 곳이다. 하지만 주민 동의를 얻어 일몰제 적용 기간이 연장됐고 이후 발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지금 단계에 도달했다.

    이 구역은 빠르면 올해 말 분양 일정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설계 변경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천4구역은 최고 33층, 1372가구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이 중 357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 선정됐다.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디에이치 클라우드’로 이름이 확정됐다.

    마천3구역은 지난해 4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상 25층 2321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이곳 역시 마천역을 걸어서 이용 가능한 위치다. 3구역은 지난해 말 주거이전비를 계산하기 위해 세입자 현황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2023년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한 마천 5구역에는 최고 39층 2041가구 아파트가 들어선다. 성내천 복원 계획과 연계해 수변특화 주거단지로 재개발한다는 게 마천5구역 조합이 그리는 그림이다. 성내천에서 단지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계단형 주동배치를 통해 수변 조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북쪽에 위치한 초등학교 때문에 생긴 높이 제약, 구역 내 높은 국·공유지 비율에 따른 기부채납 증가 등의 제약 조건을 종상향을 통해 최소화했다.

    마천재개발 1구역
    마천재개발 1구역

    강남3구에서 처음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거여새마을은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하철5호선 거여역과 붙어 있어 인근 재개발 구역 중에서도 입지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 내 공공재개발 중에서도 가장 속도가 빨라 주목받고 있다. 1종 주거비율이 67%에 달해 개발이 더뎠지만 공공재개발 방식을 선택하며 용적률 상향 등이 이뤄지며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최고 35층, 1678가구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거여새마을 구역은 위례트램선이 생길 경우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거여·마천뉴타운의 다른 사업지와 위례신도시를 연결하는 지역적 연계 거점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마천1구역은 14만8498㎡에 2685가구 규모 재개발이 계획됐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재개발치고는 늦은 감이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거여·마천동에 거는 기대는 꽤 크다. 재개발을 모두 마치면 거여마천뉴타운은 1만5000여가구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강남권에 뉴타운 구역이 이곳뿐인 데다 지하철 5호선 역세권이고 위례신도시를 바로 옆에 둔 입지 때문이다. 거여·마천뉴타운은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거여역을 품고 있고 잠실·강남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많다. 게다가 위례선 트램 정거장이 마천역 인근에 만들어져 2026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위례신도시와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며 이 일대 유동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발맞춰 이 일대 공공공지와 녹지 등 기반시설이 계획된 상태다. 특히 다만 인근 위례나 하남과 달리 민영 아파트가 건설될 계획이라 고급주택 수요층을 견인할 수 있고, 서울 송파구 잠실로 가는 징검다리 주거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고덕지구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동남권에서 시세차익을 경험한 사람들이 거여·마천동에 관심을 가질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재개발을 마치고 입주한 거여2-1구역과 거여2-2구역 시세가 나쁘지않은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84㎡ 분양가 13억~14억원대 전망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6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시세는 15억~16억원 수준이다. 이 아파트 일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8억8400만~8억97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아파트를 일반분양으로 받은 집주인은 청약 후 꽤 큰 시세차익을 낸 셈이다.

    사업 속도가 빠른 마천4구역 시세는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시세를 감안해 형성돼 있다. 마천4구역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0억원 안팎에 책정돼 있다. 같은 면적 일반 분양가는 13억6000만원대에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마천4구역은 관리처분인가로 조합원 권리 양도가 불가능한 상태고, 드물게나마 거래 가능한 매물이 나온다면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 차액만큼의 웃돈이 붙어서 나올 확률이 높다.

    마천2구역이나 3구역의 경우 빌라나 단독·다가구주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3.3㎡당 3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마천4구역 조합원 분양가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영향 때문에 분담금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관건이지만 시세가 고평가는 아니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업소들의 의견이다. 다만 마천2구역과 마천5구역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수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마천1구역과 3구역을 중심으로 매물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구역의 경우 조합 내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여느 뉴타운이 그렇듯 사업기간이 길고 올해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뉴타운 사업 기간이 길었던 탓에 조합원 추가분담금 부담이 상당할 수 있고, 공사비 급등 같은 문제 때문에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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