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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흥행 ‘특례보금자리론’ 적용 단지 매매 늘어… 추가 금리 인하 힘들 듯
입력 : 2023.03.16 14: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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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을 달리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등 고금리 여파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도는 모양새다.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1월 30일 출시 이후 지난 2월 7일까지 9일(영업일 기준 7일) 만에 누적 신청금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월 9일까지 신청된 금액은 10조5008억원으로, 1년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26.5%가 이미 신청을 마쳤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비교적 낮은 고정금리로 장기 분할 상환이 가능한 주택 대출이다. 가격이 9억원 이하인 주택이 대상으로, 대출은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흥행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2월 19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특례자리보금자리론 누적 신청금액은 14조5011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는 6만3491건으로, 36.6% 금액이 소진되며 출시 이후 19일 만에 1년 공급 목표 금액의 3분의 1을 초과했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기존 대출 상환이 전체의 57.9%인 3만6786건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주택 구입은 34.2%인 2만1682건이고, 임차보증금 상환은 7.9%(5023건)다.
우대금리 신청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의 85.7%인 5만4434건이 0.1%포인트 금리 우대가 가능한 인터넷 전자약정 방식(아낌e)으로 집계됐다. 다만 다른 우대금리 신청은 저조한 편이다.
우대금리 조건인 저소득청년과 신혼가구는 각각 8.2%(5001건), 3.5% (2124건)로 나타났다. 사회적배려층 우대조건은 2.6%(1630건)에 머물렀다. 최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 인기가 출시 당시에 비해서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안심전환대출 상품 등과 비교하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우대금리 신청은 저조하기 때문에 우대형뿐만 아니라 일반형 상품 신청자로 우대금리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소득 제한 없이 대출 가능특례보금자리론이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은 가장 까다로운 소득 규제로 꼽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 제한 없이 대출이 가능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 60% 적용된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형태로 구성됐다. 출시 직후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첫 사흘 동안은 7조원가량의 신청이 이뤄졌다. 이후 대기 수요가 해소되면서 일평균 신청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HF 관계자는 “시중 주택담보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받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출시 초기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밝혔다.
HF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재산정 작업에도 착수한다. HF는 한 달에 한 번씩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 기본 금리를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3월 금리는 2월 25일 전후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8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금리는 연 4.25~4.55%, 우대형 금리는 연 4.15~4.45%다. 우대조건을 모두 만족할 경우 금리는 최저 3.25%까지 낮아진다.
이 같은 금리는 당초 계획보다 시장금리 상황 등을 반영해 0.5%포인트 낮춘 수준이다. 1월 12일 발표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우대형과 일반형이 각각 4.65~4.95%, 4.75~5.05%로 당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보다 높아 장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액 규모 확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소진 속도가 최근 추세를 이어간다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목표 금액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공급 규모가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당국 역시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도 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신청 당시 금리가 만기까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상품 출시 불과 한 달 만에 금리 인하가 이뤄지거나, 더 낮은 금리로 추가 금액이 공급되면 기존 신청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초반 흥행에 힘입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된 1월 30일부터 2월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해제사유 발생 거래 제외) 건수는 545건이다. 이 기간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는 359건으로 65.9% 수준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전인 같은 달 29일까지 이뤄진 서울 아파트 매매 1217건 가운데 9억원 이하 매매는 719건으로 59.1% 수준이다. 특례보금자리 시행 이후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6.8%포인트가량 증가한 셈이다.
상계동 주공 아파트 전경 정책 시행 이후 일부 매매 활성화 조짐특례보금자리론 적용이 가능한 서울의 일부 단지에서는 정책 시행 이후 매매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중계그린1단지 전용면적 49㎡의 경우 2월에만 세 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매매 가격은 4억8700만~5억700만원 수준으로 모두 특례보금자리론 활용이 가능한 금액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아파트단지에서는 2월에만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가능한 금액대에서 7건의 손바뀜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면적 59㎡에서만 매매 거래가 3건 나왔다. 모두 7억~7억8500만원으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가능하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에서는 한도를 꽉 채운 9억원에 매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시피 했지만 올해 초부터 정부가 여러 방면에서 규제를 많이 완화하다보니 매수세가 다소 살아나는 것 같다”라며 “특례보금자리론 문의도 많고, 가격을 9억원에 맞출 수 없냐는 문의도 나온다”라고 밝혔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R114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2월 16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계약은 6647건으로 전월 4882건 대비 36.1% 증가했다. 서울과 인천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매매계약이 1000건을 넘어섰다. 경기도는 전월 3150건 대비 35% 증가한 4264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월 매매계약에 대한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수도권에서 매매된 매매계약 가운데 5건 중 3건 꼴로 3억원 초과~9억원 이하 구간인 중저가 아파트로 나타났다. 2020년 중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급등기 속에서 매매 가격 10억원을 돌파한 아파트들이 9억원 이하로 손바뀜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구간이 특례보금자리론 활용이 가능한 만큼 향후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현재 급매 위주의 하향 거래가 지속되고 있고 이자 상환 부담, 경기 불황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매수 심리가 반전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변수는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한 달 만에 0.47%포인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연 4%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역시 더 낮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터넷은행 등에서 연 3%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나오고 있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흥행이 지속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우대형에서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를 일반형으로 확대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알리는 현수막이 서울시내 은행 지점 외벽에 걸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장 활성화 ‘마중물’은 아직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인 간 희망 가격 격차가 큰 탓에 특례보금자리론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당시 금융권에서도 높은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차주의 빚 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금리 기조 시절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출시 이후에도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2월 첫 주(6일 기준) 하락률 0.31%를 기록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일인 1월 30일 조사에서 하락률 0.25%를 기록한 것 대비 하락 폭이 0.06%포인트 확대됐다. 이후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률 0.28%(2월 13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하락 폭이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첫 주 조사(6일 기준)에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하락률 0.58%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1월 30일 기준) 하락률 0.44% 대비 하락 폭이 0.14%포인트 확대됐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후 조사(2월 13일 기준)에서는 하락률 0.49%를 기록하며 하락 폭이 감소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례보금자리대출 수혜를 받는 중소형 급매물 중심 거래가 일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매수심리가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시장 반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3대책에 이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연착륙 의지로 거래량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며 “다만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가격 접점이 크게 벌어져 있어 진통도 상당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석환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