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된 일본 여행… 어디부터 가볼까
입력 : 2022.11.14 17:30:21
-
일본 여행이 붐이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일본이 문을 열자 전 세계 여행객들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무비자 일본 입국이 허용되고, 엔저로 여행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5만 명이던 하루 입국자 상한선도 폐지되고, 패키지 관광에 한정됐던 조치도 없어졌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로운 일본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행사들은 이같은 일본 여행 수요의 열기를 담아내기 위해 바쁘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일본의 전통 인기 여행지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랜만에 찾는 일본이기에 과거 익숙했던 여행지들이 먼저 눈에 다가올 듯싶다.
도쿄 도쿄타워 전경 도쿄일본 정부의 공식 여행 사이트인 재팬트래블은 도쿄를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와 문화의 거대 중심지 도쿄는 일본인들과 다양한 지구촌 이웃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차로다. 언론에 주로 비치는 모습은 하라주쿠의 활기 넘치는 패션, 로봇 레스토랑, 메이드 카페, 오타쿠로 불리는 열정적인 팬 문화 등이다. 도쿄는 빠른 속도로 혁신을 진행하는 만큼 역사적인 정원, 신사 및 사원을 통해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일본의 수도에는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이 234곳이나 되며… 도쿄는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과 박물관, 다양한 밤의 유흥가와 첨단 기술의 본고장이다.”
이를 요약하자면 도쿄 여행은 정형화돼 있다기보다, 각자의 선호에 맞는 여행코스로 도쿄를 다르게 느끼고 올 수 있단 뜻이다.
일본의 역사 문화를 엿보고 싶으면 천황의 거처인 고쿄, 산노마루조칸(황실박물관)을 비롯해 도쿄국립박물관, 에도도쿄박물관에 가면 된다.
일본의 옛 정취를 느끼고 싶으면 도쿄 북쪽의 가와고에를 방문하면 좋다. 도쿄 외곽에 위치한 가와고에는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리틀 에도’라고도 불린다.
후지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하코네 국립공원 가와고에 중심에는 에도시대에 목재와 진흙으로 지은 상인의 창고가 모여 있는 구라즈쿠리 거리가 있다.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 같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도키노 카네 종탑으로, 지금도 하루 4번씩 종이 울린다. 오래된 담배 가게 안에 들어가면 구라즈쿠리 박물관이 기다린다. 박물관에는 현지 상인이 사용하는 도구와 기계가 전시돼 있다.
에도성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궁궐 건물과 유명한 고햐쿠 라칸 석조 조각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타인 사원, 혼가와고에역과 가와고에 전통 가옥 거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다이쇼 로망 거리도 둘러볼 만하다.
아사쿠사는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다. 아사쿠사는 에도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 거리로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아사쿠사 센소지 및 가미나리몬이 있다.
오다이바 거리 도쿄타워나 도쿄 스카이트리에 오르면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롯폰기와 아카사카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쿄 최고의 유흥 및 문화생활 중심지다. 밤이 유명하지만 국립미술관, 모리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등이 모여 있어 예술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공간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에 가야 한다.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거리는 도쿄 스트리트패션의 중심지다. 이에 반해 오모테산도는 떠오르는 최신 명품점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도쿄베이에 들어선 인공섬 오다이바는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도쿄를 벗어나지 않고도 바닷가에 휴양을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또 재미난 곳들도 많이 있다. 소니 익스플로러 사이언스, 도쿄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 시오카제 공원, 일본 과학미래관, 해양박물관, 후지 TV 방송국, 파나소닉 센터 등이 있다.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사원 입구 끝으로 도쿄 여행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도쿄로부터 열차로 90분 거리에 있는 하코네 국립공원이다. 하코네는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을 구성하고 있는 4곳 중 하나다. 후지산을 마주하고 있어 경치가 일품이고, 온천으로 유명하다. 100년이 넘는 온천료칸들이 모습을 간직하며 각자의 특색을 곳곳에서 뽐내고 있다. 이에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온천과 분기공(화산 주변 지대에서 증기와 유황 가스를 내뿜는 구멍)으로 인해 “펄펄 끓는 대형 계곡”으로 알려진 오와쿠다니가 유명하다. 로프웨이를 통해 건너가볼 수 있다. 하코네 지질 박물관 내부의 상점에서 파는 검은 계란이 인기 상품이다. 유황 온천물에 삶아서 계란 색깔이 까맣다. 시간이 충분하면 400년 역사의 초가지붕으로 된 아마사케라는 찻집에 들러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오사카성 전경 오사카오사카는 서일본의 최대도시다. 일본 상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오사카가 도쿄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쇼핑 명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많은 동시에 역사적 전통도 간직하고 있어 언제 방문해도 매력적인 도시다.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를 꼽으라면 오사카 성을 빼놓을 수 없다. 오사카의 상징 그 자체다. 이 성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3년의 공사에 걸쳐서 완성한 건축물이다. 천수각에는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고, 최상층에서는 오사카 공원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오사카 성은 계절마다 특색 있는 꽃과 나무들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중 절정은 벚꽃이 만개한 봄이다.
오사카 성을 둘러봤다면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로 향해보자.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상업과 엔터테인먼트로 유명한 오사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에도시대 당시 요정과 유곽이 있던 곳이다.
도톤보리 일대 도톤보리 일대 오사카를 처음 찾는 이들이라면 도톤보리교에 꼭 가야 한다. 이 일대의 중심이다. 과거 물자를 수송하던 400년 된 수로 위에 있는 도톤보리교는 유명한 사진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오사카의 유명한 랜드마크 거대 러너를 만날 수 있다. 도톤보리 주변의 골목과 거리는 이자카야 레스토랑들이 많은데, 특히 게 요리가 유명하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가판대에서도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너무 번잡하다면 호젠지요코초로 가는 것도 좋다. 조용하고 전통적인 식당들이 기다리고 있다.
신사이바시 서쪽에 있는 아메리카 마을은 스트리트패션과 젊음의 문화가 가득한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제품을 사고팔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오렌지 스트리트도 여전히 인기다. 좁은 거리 사이로 감각적인 부티크와 최신 라이프스타일 매장, 커피숍이 뒤섞인 다채로운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사카 구도심인 덴노지와 신세카이 지역도 둘러보면 좋다. 지역 골목을 누비면 100년 전 오사카를 만날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300m 높이의 아베노 하루카스에 오르면 오사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시텐노지 사원도 근처에 있다.
교토 니넨자카 거리 교토천년 이상 일본의 옛 수도였던 교토는 일본의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전통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린다.
교토의 대표 여행지는 청수사란 뜻의 기요미즈데라 사원이다. 기원이 이채롭다. 한 현인이 ‘맑은 물을 따라가라’는 계시를 받고 도착한 오토와 폭포에서 수행 중인 선인을 만나 영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천수관음상으로 조각해 암자에 바치면서 기요미즈데라 사원은 시작됐다.
긴카쿠지(은각사) 사원 전경 사원의 거대한 기둥들이 받친 대형 연단은 일본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었다. 절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경치가 절경이다. 절을 보고 내려오면 산넨자카를 만난다. 교토의 오래된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언덕이다. 비탈길과 전통 일본식 건물과 상점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전통 건조물 보존 지구로 지정돼 있다. 산넨자카와 바로 이어져 있는 니넨자카 역시 일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거리다.
교토시 북쪽 히가시야마에 있는 긴카쿠지(은각사) 사원도 교토 사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15세기 교토의 문화적 부흥기를 불러일으킨 요시사마 쇼군이 지었다. 사원의 정원이 유명하며, 가을단풍이 아름답다. 교토역에서 바로 갈 수 있지만 ‘철학의 길’을 따라 가는 것도 좋다. 철학의 길은 교토대 철학과 교수 니시다 기타로가 매일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긴 곳이라고 하여 이름 붙은 길인데, 교토 최고의 산책로로 일컬어진다. 30분을 걷다 보면 긴가쿠지 사원을 만날 수 있다. 불완전함 속에 존재하는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불교의 와비사비의 개념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기요미즈데라 사원 교토의 서쪽에 자리 잡은 사가노와 아라시야마 지구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8세기 귀족들이 종종 이곳의 논과 대나무 숲을 찾아와 단풍을 즐기거나 뱃놀이를 했다고 한다. 당시 귀족 문화를 보여주는 옛 저택들을 방문할 수 있다. 17세기에 건축된 도게츠교가 있고,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이 유명하다.
교토 도심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거처였던 니조성, 도쿄로 수도를 옮기기 전 천황이 거주했던 교토 고쇼 등도 볼거리다.
도게츠교 교토에는 긴카쿠지 외에 킨카쿠지(금각사), 덴류지, 오토요신사, 난젠지 등 다양한 사원이 있다. 교토에서는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기온의 가부렌조 극장에서 저녁마다 게이샤 견습생의 공연이 펼쳐진다.
교토는 시 경계를 벗어나도 매력적이다. 북쪽에 일본의 3대 절경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아마노하시다테가 대표적이다. 산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미야마는 초가지붕을 덮은 농가가 그대로 보전된 얼마 안 남은 마지막 마을인데, 지금도 실제 거처로 사용되고 있다.
게이샤들이 공연하는 모습 후쿠오카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자 항구도시인 후쿠오카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미식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후쿠오카 전역에서 스시를 비롯한 여러 해산물 요리, 꼬치구이인 야키토리, 일본식 곱창전골인 모츠나베, 돼지뼈 육수로 만든 돈코츠 라멘 등을 즐길 수 있다.
후쿠오카의 먹거리를 즐기려면 일단 나카스로 가보자.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3500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바가 작은 지역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특히 길거리 매점 ‘야타이’가 유명하다. 나카가와강 가장자리를 따라 나카스 남쪽 부근에 모여있는 길거리 매점으로 매일 밤 오후 6시부터 이른 아침까지 영업을 계속한다. 후쿠오카의 밤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다자이후텐만구 신사 입구 나카스를 꼭 밤에만 가라는 법은 없다. 인근에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과 하카타자 극장이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 사원이 있는 하카타는 후쿠오카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돈코츠 라멘으로 유명하다. 후쿠오카시 전역에서도 이 음식을 만나볼 수 있지만, 이곳이 특히 유명하다.
후쿠오카의 작은 베네치아로 불리는 야나가와는 배로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마을이 옛 성을 방어하던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걸어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곳에도 먹어봐야 할 것이 있는데, 이곳의 명물인 ‘우나기 세이로 무시’ 장어찜이다.
다자이후텐만구의 황소동상 후쿠오카의 대표 여행지는 다자이후텐만구다. 다자이후시에 위치한 신사로, 유명 시인이자 철학자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곳이다. 그는 일본에서 학문의 신으로 불린다. 이곳은 매화가 유명한데, 해마다 다른 지역의 꽃보다 먼저 봉오리를 터뜨린다. 이곳 다자이후로 들어서는 길에 ‘우메가에 모찌’라고 하는 떡도 유명하다. 이 떡을 먹으면 병마를 물리치고, 정신도 맑아지며, 시험에 딱하고 붙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텐진 다이묘 거리는 후쿠오카의 핫플레이스로, 예쁜 카페와 매장들이 가득해 후쿠오카의 가로수길이라고 불린다. 골목골목 개성 넘치는 매장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일본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배를 타고 야나가와를 돌아보는 관광객들 홋카이도북해도는 겨울 스포츠의 고장이다. 풍부한 적설량으로 이곳의 대표 도시 삿포로에서는 동계올림픽도 열렸다. 여기에 온천은 덤이다. 규슈의 온천 고장인 벳부·유후인 등도 좋지만 홋카이도의 온천도 매력이 넘친다.
이곳의 온천은 겨울이 제격이다. 파우더 설질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긴 후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천국이 따로 없다. 니세코를 비롯해 홋카이도 북부의 후라노 등 북해도 전역에 뛰어난 설질을 갖춘 스키장이 많다.
훗카이도 온천 삿포로에서 열리는 겨울 눈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도심 한폭판에서 스키와 스노보드의 점프 콘테스트가 열리고, 다양한 얼음조각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북해도를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자연환경 자체가 매력적이다. 북쪽의 후라노를 예로 들어보면 겨울에는 흰 눈으로 뒤덮이지만 봄과 여름에는 산진달래와 라벤더의 보랏빛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다.
오타루 운하 오타루 오르골당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맥주와 라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멘 중 하나인 미소 라멘이 삿포로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삿포로 라멘으로도 불린다. 일본의 대표 맥주 삿포로의 고향도 여기다. 삿포로맥주 박물관이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게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들 수 있다.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지만 이곳의 해산물은 신선도 면에서 으뜸이다. 활화산 분화구에서 계속 연기가 뿜어 나와 지옥계곡으로 불리는 노보리베츠, 오타루 운하와 오타루 오르골당, 삿포로 예술의 숲, 오도리 공원 등이 인기 여행지다.
눈으로 뒤덮인 삿포로 니세코 [문수인 기자]
[사진 일본정부관광국(JNTO), 일본 각 지자체, 하나투어]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