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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4만 명 떠나자 초저녁부터 택시대란… 소비자 부담만 키운 혁신 회피 타다·우버 규제부터 풀어라
입력 : 2022.10.18 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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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모빌리티 정책 변화와 함께 시장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모빌리티 규제 해소를 비롯해 택시비와 택시호출비 인상, 또 킥보드·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의 대중교통 편입 가능성 등 급격한 변화는 시장 플레이어들의 경영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초부터 감지되고 있는 스타트업의 투자 빙하기 속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휴맥스모빌리티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변화에 선제대응하고 있다.
올해 초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속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택시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 이동량이 줄면서 이미 줄어든 택시 수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제는 밤마다 귀가대란, 택시대란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2019년 말 10만2320명에서 올해 5월 말 7만4536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2년 새 법인택시 기사가 2만7784명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만 3만527명에서 2만710명으로 약 1만 명이 줄었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고 막아버린 ‘타다’는 2년 전 운전사 회원 수만 1만2000명에 달했고, 1500대의 렌터카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었다. 도합 4만 명이 시장을 떠나자 국민 이동 불편은 현실화됐다.
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현재 3800원에서 내년에 4800원으로 1000원 오를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시장에 혁신은 사라지고, 모빌리티 스타트업에는 면허와 기여금을 강제하면서 규제만 남았다”며 “택시기사 소득 수준이 선진국의 3분의 1인 2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예컨대 독일 등 선진국처럼 택배나 음식 배달 등을 택시 기사가 겸업으로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었다면 이 같은 교통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택시비·호출비 인상으로 해결 시도 정부는 택시기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가격 인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대란 해결을 위해 심야(오후 10시~익일 오전 2시) 택시호출비를 현행(최대 3000원)보다 2~3배로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상 비용의 대부분인 약 70%를 택시기사에게 주는 가이드라인으로 기사 임금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는 하루 보통 15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 비춰 이 중 저녁·밤 시간에 건당 5000 ~7000원가량의 호출비를 받을 수 있다면 최소 월 100만원 이상의 임금 상승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호출비와 함께 정부 통제하에 낮은 인상률에 묶인 택시비도 선진국처럼 대폭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만약 호출비 인상 중심의 정책이 진행될 경우 법인택시는 호출 플랫폼의 협력업체로 전락하고 플랫폼 간 출혈경쟁의 부작용도 예고되고 있다. 현재도 호출비 3000원을 두고 A플랫폼은 절반가량을 기사에 주고, B플랫폼은 전액 기사에, C플랫폼은 피크타임에는 3000원에 더해 추가로 6000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까지 나오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B·C플랫폼만 받는 현상도 벌써 벌어지고 있다. A·B·C 플랫폼 모두 현재 택시호출 사업이 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빌리티 시장은 악순환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난 7월 기준 택시호출 시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점유율은 ‘카카오T’가 93.8%다. 다만 99% 이상이던 점유율이 다소 떨어진 수치로, 시장에서는 고객 접속 기준으로는 ‘카카오T’가 압도적이지만, 시장에서는 택시호출과 매칭 성사를 기준으로 보면 다른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돈을 더 주는 곳을 선호해서 선별적으로 호출을 수락하는 만큼 향후 카카오T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경쟁사의 점유율은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정책 관련 회의에서 정부가 택시법인에 밤, 피크타임에 택시 공급량 확대를 위해 기사 인원들의 야간조를 짜서 기여해 달라는 내용이 오가고 있다”며 “12월 택시 수요량이 많아질 때까지 택시대란이 해결되지 않으면 새 정부에도 큰 짐이 되기 때문에 정책 변화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초단기 렌트카 도입 등 규제 해제 카드 국토부 안팎에서는 렌터카 업체의 유휴 차량을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가 대여해 운전기사를 모집하고, 출퇴근시간이나 심야시간에 투입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타다·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업체가 ‘초단기 렌터카 시스템’으로 명명한 타다 베이직 서비스와 같은 구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타다의 사례처럼 업역 간 이해관계 때문에 나가지 못한 사안에 대해선 사전에 최대한 소통을 하되, 제도 혁신이나 (택시) 공급이 이해관계로 제약되는 상황을 돌파한다는 원칙”이라면서 규제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황기연 홍익대 교수(전 교통연구원장)는 “공공이 요금을 규제하고 새로운 기사의 진입을 규제하는 식으로 택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이제 한계가 왔다”며 “옛 타다식으로 렌터카나, 우버식으로 민간 차량을 운송 서비스에 포함하는 규제 해제까지도 과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RT는 교통 수요가 있는 지역과 시간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 버스가 10분마다 오는 게 아니라 수요에 따라 간극을 달리하거나 특정 공간 이동수요를 감안해 코스를 바꾸기도 하는 식이다. 택시·버스·기차와 같은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교통수단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혁하는 방식이다.
▶모빌리티 업계 ‘공공데이터’가 혁신 마중물 이와 관련해 2013년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공공데이터 양은 늘어났지만 정작 모빌리티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받기는 여전히 어렵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 A사 관계자는 “개인별 대중교통 승하차나 환승, 택시 빈 차 여부와 같은 정보는 비식별화가 가능한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모빌리티 관련 공공데이터를 제공받더라도 형식은 데이터 무료 제공이지만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유료 판매)하거나 기관별 제공 조건과 제공 내용·형태가 달라 통합 활용이 어려운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은 “택시 운행 데이터는 사실 승객의 것이고, 본인이 돌아다닌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지는 마이데이터의 문제”라면서 “(모빌리티) 데이터를 공개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후발주자 스타트업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야 시장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중심 교통체계 변경과 규제 완화는 도심권의 과밀교통 해소를 비롯해 인구 소멸 지역의 대중교통 활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시골에서는 기존 버스의 비효율로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이동 불편의 목소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카카오T <사진 연합뉴스>
정도영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 상무는 “투자 빙하기가 오면서 펀드와 같은 FI(재무적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줄어들었지만, SI(전략적투자자)들은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도 있다”며 “특히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향후 기회가 되는 분야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시장 통폐합을 위한 투자, 또는 옥석을 가리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카카오모빌리티는 대중교통 솔루션 업체인 ‘스튜디오G(갈릴레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스튜디오G는 대중교통 전문가인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수요응답형(DRT) 교통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DRT 사업 확대에 대한 가능성 등 잠재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향후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DR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를 적극 지원 및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월 14일 광화문 청년재단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대표들을 만나 ‘타다 금지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최근 천사대리운전의 운영사인 엔젤플러스 지분 51%를 확보했다. 엔젤플러스는 법인대리운전 전문업체로 국내 수위권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올 초 킥보드 업체 스윙에 투자하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도 우군을 만들었으며, 이번 엔젤플러스 투자를 통해 차량공유 분야의 카플랫, 피플카, 전기차 충전설비 분야의 휴맥스EV, 주차설비 및 정보 분야 휴맥스팍스, 자동차 유지관리 분야의 카123 등에 이어 대리운전 서비스도 라인업에 확충하게 됐다.
티맵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 고도화 및 탁송, 주간 동행 서비스 등 신규 사업 개발에 나설 예정”으로 “일선 현장 대리운전 기사의 매출 증진 및 비용 감소에도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진영태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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