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세 정상화 방안… ‘똘똘한 한 채 현상’ 계속되나

    입력 : 2022.07.07 10:47:45

  • “똘똘한 한 채 현상 강화냐, 아니면 똘똘한 여러 채의 재유행이냐.”

    윤석열 정부가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를 기조로 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을 내놓자 시장은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건은 1주택자 세금 완화에 집중된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문재인 정부 시대 굳어진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할 것인지 여부다. 문 정부 시절 다주택자를 징벌적 과세로 몰아친 까닭에 비싼 집 한 채로 주택을 몰아가는 현상이 심화되며 ‘똘똘한 한 채’가 시대정신이 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 수에 따라 내야할 세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주택 가액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등 차별화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6월 16일 발표한 새 경제정책방향의 큰 축이 ‘1주택자 보유세 완화’에 집중되면서 여전히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맹위를 떨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반면 윤 정부가 다주택자를 향한 징벌적 세금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향적 정책에 나설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 ‘똘똘한 여러 채’라는 새 트렌드가 대두될 것이란 목소리도 팽팽하다. 여기에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 온기가 사라지면서 상반된 여러 변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놓고 난이도 높은 ‘고차방정식 해 찾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6월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중 부동산 시장의 큰 축은 단연 ‘세 부담 완화’와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다. 일단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확 낮추기로 했다.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 공시가를 적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큰 축은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 산정 과정에서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게다가 올해는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산정에 3억원의 특별공제를 추가로 준다. 이러면 기존에는 11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은 종부세를 내야 했지만 이제는 14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만 이 세금을 낸다. 종부세 바운더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확 준다.

    여기에 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거나 상속주택이나 지방 저가 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 1가구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때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하는 세제 개편도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종부세상 1세대 1주택자로서의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주택자 종부세와 재산세는 기존 대비 대폭 줄어들 공산이 크다”며 “집 여러 채보다는 고가의 주택 한 채를 갖고 가려는 심리는 여전히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임 정부가 세찬 비바람으로 다주택자를 공격해 ‘다주택 외투’를 벗기는 전략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따뜻한 햇볕을 내리쬐게 해 다주택 외투를 벗고 1주택으로 몸을 가볍게 만드는 세련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반기 부동산 관련 대책을 보면 3분기(7~9월)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생애최초주택구매자(생초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주택가격·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원칙대로라면 강남에서 생애 최초로 집을 사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현재 4억원인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올라간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 상한은 40%, 조정대상지역의 LTV 상한은 50%인데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여기에 10~20%포인트의 혜택을 추가로 받아 집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빡빡한 소득 요건도 문턱이 낮아진다. 지금까지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집값이 9억원(조정대상지역은 8억원)을 넘거나 부부합산소득이 1억원을 넘으면 생애 최초 구입자라도 LTV 우대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6억원 한도 내에서 지역, 집값, 소득에 관계없이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저렴한 금리로 인기가 높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신청할 때도 11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라면 지역 상관없이 LTV를 80%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최장 40년인 보금자리론 만기는 8월 중 50년으로 늘어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낮아진다. 이는 34세 이하 또는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적용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만기 50년을 적용하면 부부합산 소득 3000만원인 가구 대출 한도는 만기 40년 적용 대비 2000만원가량 늘고, 원리금 상환액은 월 9만원가량 줄어든다.

    물론 DSR 규제는 적용되지만 DSR 규제가 LTV 완화 효과를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게 보완책도 마련된다. 상환 기간 중 차주의 소득 흐름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3분기 중 DSR 산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장래소득 반영 방식을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개선된 방식은 대출 시점과 만기 시점까지 각 연령 구간별 소득 흐름을 평균 내는 방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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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정책으로 다주택자는 1주택자 혜택을 받기 위해 덜 똘똘한 매물을 정리하고,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오려는 실수요자가 넓어진 대출을 이용해 매물을 받아내는 선순환구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과 맞물려 주택 시장에 부는 냉기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 19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발표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3주 연속 약세였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서울 25개구 가운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 대비 오른 곳은 서초(0.57%), 강남(0.32%) 등에 불과했다. 여기에 용산구, 동작구, 양천구만 상승 움직임을 보였다. 나머지 20개 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 1·2위를 기록한 인천과 경기도도 시세가 하락 중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지난해 ‘내 집 마련 막차 타기’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서울을 벗어나 주택을 샀던 곳이다. 그래서 인천은 24.51%, 경기는 22.54%나 시세가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이 0.33%, 경기가 0.41% 하락 중이다.

    ▶다주택자 선택지 다양해져 현 시점에서는 하반기 주택 시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방향에 따라 매수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악재다.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이자가 부담돼서 매수에 가담하지 않는다면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을 실수요자들이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

    이현철 부동산사이클연구소장은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해도 주택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는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를 활용해 집을 사지 않고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매수세가 확 준다”고 말했다.

    민간 통계에서도 서울 집값이 꺾인 추세가 확연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마이너스(-0.01%)를 기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5월 24일 처음으로 6만 건을 넘긴 뒤 6월 17일 기준 6만4150건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8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팔겠다는 사람보다 적다. 서울 매수심리는 지난해 11월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뒤 31주째 80~90 선에 머무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집을 팔고 싶은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급히 집을 처분하지 않는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 매수자가 힘을 가지고 시세를 깎으려 들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다주택자들은 굳이 집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집값이 향후 반값이 될 것이다’, ‘수도권 집값은 40% 하락이 유력하다’ 등 흉흉한 소문이 시장에 퍼져있지만 ‘집값은 장기 우상향한다’는 일부 다주택자들 신념에는 강한 확신이 있다. 만약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이 가해지는 비정상적 세제 환경이라면 집을 팔 유인이 있겠지만 주택에 매겨지는 세금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돌리겠다는 윤 정부 선언이 있는 이상 다주택자는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세금 부담이 줄어든 다주택자들이 급매 가격에 집을 내놓기보다 세금을 내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똘똘한 한 채로 옮겨갈 현찰이 없기 때문에 일부 주택에만 쏠리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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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집값 하락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똘똘한 여러 채’ 포지션을 옮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값이 크게 고평가됐다며 실거주 1채라도 매각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살던 집을 팔고 전세를 살라는 조언을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데이터상 크게 고평가된 서울·수도권 집은 지금이라도 내놓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집값은 서로 다른 사이클로 순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수도권에서 1주택을 보유하던 가구가 살던 집을 팔아 전세나 월세로 옮기고 아직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지방 지역에서 갭투자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세금을 매기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판단이지만, 주택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이라면 충분히 현실화 가능한 대본이 될 수 있다.

    일부 모험을 즐기는 투자는 본인이 살던 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갭투자로 주택 수를 늘리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직도 시장 전문가 일부는 올해 서울·수도권 집값이 10%가량 상승할 것을 내다보고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은 집값이 대세 하락하는 국면이 아니라 ‘눌림목’에 불과하다”며 “집값이 조정을 받을 때 주택 채수를 하나씩 늘려놓으면 집값이 다시 상승기로 접어들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가 하반기에도 가파를 것으로 보여 지나치게 위험부담이 높은 투자는 지금 할 때가 아니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높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당분간 주택 시장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너무 과감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조언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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