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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집사들의 아낌없는 ‘플렉스’ 사람도 부러운 반려동물 펫테크
입력 : 2022.04.05 16: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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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가정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사람과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의 시대다. 어디를 가더라도 주인과 함께하는 반려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성장할 여지가 크다. 글로벌 최대 펫케어 시장인 미국의 경우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려동물 가정과 산업의 확장과 함께 관련 스타트업들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가구 수와 지출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펫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2300억달러에서 연평균 6.1%씩 성장해 2027년 35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기술의 혁신이 이러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펫을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펫휴머니제이션 트렌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펫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그냥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에 69.4%에서 2021년에는 74.5%로 5.1%P 늘어났다. 세대별로는 50대에서는 65.3%가 반려동물은 가족이라고 응답하지만, 20대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84%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반려동물 수명의 증가는 노령 반려동물의 비중 증가로 이어져 평생 의료비 역시 늘어난다. 관련하여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과 서비스에 IoT,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결합한 펫테크(Pet+Tech)의 발전은 펫 전용 기기 시장을 개화시키고 있다. 펫테크의 발전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돌봄에 필요한 인적, 심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경제 주체로 부상하는 MZ세대는 펫케어 프리미엄 시장을 개화시키고 펫케어 산업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MZ세대의 인구 비중이 2019년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2030년이면 노동 가능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는 최소한의 비용을 써서 반려동물을 키웠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즐겁게 해주려고 돈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이러한 양상은 사료, 의류, 서비스 등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각 영역에서 프리미엄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츄이’.
대표적으로 펫시팅 중개 업체인 로버(Rover)는 휴대전화기 앱을 통해 반려인들의 요구조건에 맞는 근처의 펫시터를 찾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인들은 앱에 등록된 시터들의 사진, 자기소개 및 서비스 이용자들의 후기 등을 참고하여 원하는 사람을 선택해 산책, 반려인 부재 때 사료 및 배변 패드 관리 등 반려동물 케어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서 중개한다. 왜그!(Wag!)는 반려동물 산책 때 앱을 통해 산책 경로, 배변 위치 및 횟수, 휴식 여부 등 활동 상황을 상세히 알려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휘슬(Whistle)은 반려동물의 위치 및 활동량을 추적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24시간 반려동물의 활동 파악이 가능하게 해준다. GPS 기능을 갖춘 펜던트를 목줄에 부착해 반려동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려인이 미리 설정해 놓은 지역을 벗어나면 앱을 통해 알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움직이는 총시간과 거리 등 활동량에 대한 기록이 가능하고, 과도하게 몸을 긁거나 핥는 행동을 추적해 알레르기·감염과 같은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도 있다.
반려견의 의식주 관리에 더해 감정을 읽어내는 펫테크 기업도 있다. 펫펄스랩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총 110여 종의 반려견의 음성을 AI로 분석하여 90% 이상의 정확도로 행복, 슬픔, 불안, 분노, 안정 등 5가지 상태의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로 CES 2021 혁신상을 받았다. 펫펄스는 딥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며 반려동물의 활동량도 분석한다. 총 이동 거리, 최고속도, 소모 열량 등을 분석, 최근의 활동 패턴과 음성 인식을 통한 감정 상태 등을 종합하여 반려견의 현재 종합적인 컨디션을 파악해 준다.
펫펄스랩.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채팅·화상 등 원격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진료하는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자택과 동물병원 간 거리가 먼 경우가 많고, 방문 진료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원격을 통한 상담과 진료에 대한 수요가 높다. 조기진단 분야에서는 빅데이터, AI, 딥러닝 기술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에게 나타날 수 있는 건강 이상을 예측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티티케어.
이 외에 미국 뉴욕의 스타트업 본드벳(Bond vet)은 오프라인 동물병원을 기반으로 온라인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가족은 약 50달러의 비용으로 20분간 화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뉴욕 내 거주하는 고객들은 처방받은 약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웹을 통해 쉽게 예약하고 방문할 수 있는 오프라인 병원을 함께 운영하여 긴급 상황에서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본드벳은 2021년까지 누적 투자액 1억9500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미국의 퍼지(FUZZY)는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의사와의 원격의료 상담을 제공하고, 수의사 추천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월 25달러의 구독 서비스로 수의사 상담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 상태에 맞는 수의사 추천 제품을 홈페이지 내에서 사들일 수도 있다.반려동물 용품을 구독해 받아볼 수 있는 더식스데이의 ‘월간 펫띵’.
‘티티케어’ 서비스는 휴대전화로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 사진을 찍으면 AI가 해당 부위의 질병 증상 유무를 알려 준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종·나이·몸무게·질병 기록 등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강관리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반려동물 토털 헬스케어 앱 서비스다. 거대자료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티티케어 서비스는 다양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 축적이 중요한 만큼 과기정통부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기존 인공지능 모델 성능을 개선, 반려견의 안검내반 증상과 각막혼탁 증상의 판별 정확도를 높였다.
비스타 워커힐 펫캉스 전용 ‘오 마이 펫’.
박가현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화·세밀화되고 고객가치가 편의성에서 동물복지로 진화함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의 기성 제품에서 로컬 기업 및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제품·서비스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 중”이라며 “펫테크 제품의 경우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제품이 많아 인증 정보의 수집과 취득이 어려우며, 따라서 국별 인증 컨설팅, 인증 비용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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