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역대급 매출 낸 삼성·LG전자 올해는… 반도체·가전 호황 이어져, 원재료·물류비 인상 폭이 변수

    입력 : 2022.02.08 10:32:54

  • 국내 양대 가전·IT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대 최고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숙적이었던 인텔을 넘어서고 1위에 올랐고 LG전자도 생활가전부문 챔피언이었던 미국의 월풀을 넘어섰다. 양사는 이같은 기세를 이어서 올해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간다는 목표다. 증권가 전문가들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기호지세로 달려가는 이들 두 기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목표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흔들림 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취합한 작년 한 해 매출 역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실적의 일등공신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는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설명
    ▶삼성, 인텔 넘고 반도체 실적 1위 삼성전자는 1월 7일 오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76조원, 영업이익은 13조800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2020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3.48%, 영업이익은 52.49% 증가한 것이다. 매출 72조9800억원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기록했던 직전 분기에 비해서 매출은 2.7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2.7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로 “4분기 실적에 1회성 특별격려금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삼성은 2013년 이후 8년 만에 계열사에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 한 해 279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1조5000억원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던 2018년(58조8900억원), 2017년(53조6500억원)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으로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기준 인텔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벌써 인텔의 전성기가 지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TSMC와 엔비디아 등 몇몇 반도체 업체의 시가 총액은 인텔의 3배가 넘는다”며 “삼성이 인텔을 앞지른다면 중대한 지각변동(significant shift)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로 올라서기 2년 전인 1990년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중이 12%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설명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호실적을 이끈 1등 공신은 반도체 부문이 꼽힌다. 비대면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덕분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만 9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졌지만, ‘메모리의 겨울’을 예상했던 시장의 우려와 달리 실제 낙폭은 크지 않으면서 실적을 떠받쳤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된 폴더블폰이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비스포크 가전 등이 선방한 것도 기록적인 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관련 업계는 올해 갤럭시Z 시리즈 판매량이 약 800만 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 올해 실적 전망·목표주가 상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해도 메모리 부문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연간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한 삼성전자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도 올렸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9조4000억원에서 59조6000억원으로 올리며 목표주가를 종전 8만9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의 반등과 중국 시안 봉쇄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따라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의 혼합 평균 판매단가(Blended ASP)의 하락 폭이 당초 예상치보다 적은 한 자릿수대 중반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정보기술(IT) 산업 내에서 두드러진 점은 3분기 말까지 부진했던 PC, 스마트폰의 출하가 시장 우려 대비 크게 양호했다는 점”이라며 “4분기에 증가한 출하량의 실판매를 무리 없이 소화할 경우 반도체 ASP는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작은 낙폭을 기록하고 2분기 이후 유지 또는 상승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Z시리즈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Z시리즈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역사적으로 반도체 주식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배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작년 1분기 말에 하락한 이후 반등과 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강도와 중국의 경기부양 강도 중 어느 쪽이 더 강할 것인지가 글로벌 유동성 및 IT 수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매출액을 작년 기록을 넘은 304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메모리 부문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82조6000억원에서 89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 추정치를 28조원에서 34조1000억원으로 각각 8%, 22% 상향 조정한다”며 “이는 올해 연간 D램 가격 하락 폭을 기존 -11%에서 -5%로, 낸드 가격 하락 폭을 기존 -13%에서 -7%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가전을 대표하는 LG전자도 지난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LG전자가 지난해 연 매출 74조원이 넘는 신기록을 달성하며 미국 경쟁사 월풀을 넘어 새로운 가전 1등으로 도약했다. LG전자가 지난 1월 7일 발표한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연간 매출액은 74조72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반도체가 생산되는 클린룸에서 모니터를 보며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반도체가 생산되는 클린룸에서 모니터를 보며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사업부와 TV사업부가 회사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프리미엄 주력 상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인테리어를 강조한 가전 ‘오브제컬렉션’이 잘 팔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7월 적자 사업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활가전사업부문(H&A본부) 연간 매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군인 LG 오브제컬렉션 흥행이 실적 향상에 주요한 원인이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생활가전 매출액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간 영업이익 2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본부도 올레드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 증가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G 올레드 TV 연간 출하량은 2020년 204만여 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400만 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OLED TV 시장은 2020년 365만 대에서 지난해 650만 대로 커졌고 올해는 800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객들이 LG 올레드 TV를 통해 NFT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LG 올레드 TV를 통해 NFT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LG도 월풀 제치고 정상 올라, OLED TV 올해 800만 대 전망 증권가에선 OLED TV,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의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LG전자가 올해 8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가 올해에도 LG 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한 프리미엄 가전을 필두로 수익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에선 가전부문에서 연간 영업이익으로 2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과 함께 TV부문에서도 OLED TV와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며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OELD TV 판매 증가와 시장 확대로 LG전자의 반사이익 및 추가적인 이익 상향의 가능성을 기대한다”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QD-OLED TV 진출과 중국 TV 업체의 OLED 선택으로 OLED TV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설립 이후 10년 연속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전장사업이 올해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수주하는 등 새해부터 전장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만 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육성해 온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올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설명
    LG전자는 1월 12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세단인 2022년형 EQS 모델에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했다고 밝히면서 하루 5%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애플이 추진 중인 ‘애플카’ 수혜 기대감도 더해졌다. LG전자 전장 부문이 애플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엔 IT·가전 수요 ‘피크아웃’과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둔화 우려에 조정 받았다. LG전자 역시 지난 한 해 주가가 2.82% 하락하며 긴 조정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공급 우려 완화와 함께 비대면 시대 IT 기술 저변 확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신사업 투자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 부문 성장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연결 기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일찍이 점찍은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전장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취임 첫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다.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에서는 지난해 7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1조원 규모 전기차(EV) 파워트레인 합작사(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를 설립했다.

    사진설명
    증권가에서는 VS사업본부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흘러 나온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LG전자 분석리포트에서 LG전자 VS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수급 이슈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로 영업 적자가 지속됐으나 올해는 매출 증가와 함께 하반기에 소폭의 영업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60조원을 상회하며 2023년부터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분석리포트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차질이 점차 해소되고 있고 전기차용 전장부품 매출 증가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 LG전자 VS사업부문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철학은 ‘경계의 초월’에 있다. 조주완 사장은 최근 CES 2022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가정에서의 경험을 모빌리티로 확장하는 것이 바로 LG 싱큐(ThinQ) 생태계의 진정한 핵심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한 ‘LG 옴니팟’은 LG전자 전장사업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콕핏과 인터페이스에 국한하지 않고 생활가전 전반으로 확대, 모빌리티를 생활의 편리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벤츠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 2022년형 EQS의 차량 내부.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벤츠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 2022년형 EQS의 차량 내부.


    조 사장은 “초고속 모바일 통신에 기반한 텔레미터부터 디지털로 통합된 콕핏, 멀티모달 방식의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등 완전히 새로워진 차량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다. 올해도 원자재 값과 물류비 상승 부담이 날아오르는 실적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각국 생산공장 셧다운이나 인력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는데 이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 해운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7일 기준 5109.60을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5100선을 돌파한 것으로, 운임은 9주 연속 올랐다. 2020년 초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가전업체들이 배를 통해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만큼 자연히 투입되는 물류비용도 늘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3분기 집행한 물류비는 약 8440억원으로 평년 4000억원 수준의 2배 이상이다.

    백색가전 주요 원재료인 철강과 구리 등의 가격이 오르고, TV 패널가 역시 전년도보다 올랐다. 앞서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가전 사업 부문 주요 원재료인 TV와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68% 상승했다고 분기보고서에서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29%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간접비 절감,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등의 방법으로 제품 가격 상승 없이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오찬종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