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서 훨훨 난 유아인 “‘세계 무대엔 유아인이 제격’ 댓글, 너무 기뻤죠”

    입력 : 2022.01.10 15:55:40

  • <지옥>에서 훨훨 난 배우 유아인(36)이 결국 전 세계인을 향해 ‘홈런’을 날렸다. 2021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옥>(감독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옥>은 공개 후 단 3일 동안 43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TOP 10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신드롬을 이어갔다.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돌풍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박정민·김현주·원진아·이레 등 걸출한 배우들이 함께 했는데, 이 <지옥>의 중심에는 신흥종교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이 있다. 그는 <지옥>의 흥행에 대해 “모두가 그렇듯 나 또한 1등을 좋아한다. 이 특별한 신드롬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사진설명
    ▶“폭넓은 반응 이끌어내 뿌듯” “외국 분들의 다양한 평들도 좋았지만, 한 한국 분이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었죠.”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력의 그였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과 칭찬에 기쁘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다”며 “자꾸만 고민이 깊어지긴 하지만 결국엔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극 중 새진리회 의장, 사이비 교주 정진수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충격적이고도 미스터리한 전사를 가진 인물’ 정도의 큰 뿌리를 두고 있을 구체화해 나갔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사이비 교주와는 다른 차별화와 반전을 입히고자 했다”고 캐릭터 설정 과정을 밝혔다.

    “우선 정진수는 기존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차이점이 있어요. 사기꾼 기질이 있지만, 사리사욕이 목적이 아니거든요. 자기 삶 속의 절망을 사람들에게 전이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이 존재하는데, 나름 정교한 논리로 세상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걸 신념으로 펼치는 인물이죠. 붕 떠 있는 듯한, 이 선 굵은 인물은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두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염두에 두고 연기했죠.”

    되돌아보면, 정진수는 유아인에게 ‘숙제’ 그 자체였다.

    “모든 캐릭터가 처음엔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늘 첫 번째 퍼즐을 찾곤 해요. 그러다가 다른 인물과의 호흡이나 캐릭터의 대사,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점점 입체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저에게 정진수는 숙제 그 자체였어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인물에 대한 답을 찾았다기보다 더 큰 숙제가 돼 관객에게 전달되는 캐릭터가 바로 정진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극 중 정진수의 말 한마디에 감화되는 신도들이 많아진 만큼 시청자 사이에도 정진수가 말하는 ‘대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그만큼 그의 견해에 동의하는 시청자도 많았다는 방증일 터.

    이에 대해 유아인은 “대의라기보다는 본인의 신념인데, 자신의 신념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순간, 더 이상 신념이 아닌 게 된 것 같다”며 “논리적이나 한편으론 굉장히 초라하고 연약한 인물 같다”고 평했다.

    고지를 받은 채 20년을 살아온 정진수의 심리를 표현하는 감정은 어땠을까. 유아인은 “죽음을 항상 옆에 뒀기에 나답게 살아봐야지, 그런 태도가 만들어진 것 같다. 외로움과 절망, 고통에 휩싸인 인물은 그 감정에 도취되기 마련인 것 같다. 처음엔 좀 더 초월적인 인물을 상상하고 그걸 구현해보고 싶기도 했으나, 작품에 임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정진수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옥>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연상호 감독에 대해서는 “연구 대상”이라며 연 감독과 함께 한 <지옥>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감독님 최대의 장점으로 제가 느낀 부분은, 작품으로 보자면 아주 오락성이 짙은 작품의 형태감을 가져가면서 그 안에 아주 두텁지 않은 레이어에 메시지와 자신의 의도를 깔아 놓고 있으세요. 그러면서도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굉장히 수위 조절을 잘 하면서 한 작품을 끌고 가는 힘 같은 것을 느꼈죠. 너무 많이 꼬아 놓거나 뭔가를 깊이 숨겨 놓고 모호하게 모든 것들을 처리해버리는 방식의 연출도 있겠지만 연상호 감독님의 연출 방식은 상당히 대중적이고 그렇다고 오락성에만 치중하지도 않는, 오락성을 이용한 어떤 문학적 이야기꾼이라고 할까. 그런 점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고 그게 연 감독이 가지신 최대의 장점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감독과 함께한, 그 누구도 아닌 ‘유아인’인 만큼 정진수를 누구보다 탁월하게 그려낼 수밖에 없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진설명
    시즌2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진수의 부활”이라 답하며 싱긋 웃었다. “<지옥>은 비현실적인 듯 현실적인 이야기예요. 사자로 일컬어지는 알 수 없는 괴존재가 천사의 고지를 통해 사람들을 지옥에 보낸다. 그것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중계된다. 웹툰에서나 나올 법한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죠. 조금만 달리 보면 괴물은 괴물 같은 인간이고 천사는 천사인 척하는 인간과 같아요. 그렇게 바꿔 생각하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죠. 혐오나 광기, 집단의 폭력이 다른 식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현실로 끌고 나오면 비슷한 기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상당히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죠. 두렵고 공포스럽기도 하고요. 이 영원불변의 흥미로운 소재를 지극히 오락적인 그릇 안에 연상호 감독님만의 색깔과 방식으로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이 멋진 작업에 함께해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실제 지옥이 있다고 믿고 있을까. 유아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사후 물리적 공간으로써의 지옥에 대한 믿음은 없어요. 지옥이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고통스러운 상황, 지옥 같은 마음 아닐까요.”

    ‘실제로도 20년 뒤 죽는다는 고지를 받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실제로 20대를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20대 때는)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 30대 중반에 죽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정진수와는 달랐지만 나를 좀 더 과감하게 던지고, 도전하고, 실험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죠. 20대 때는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살았어요. 순간 발산되는 에너지, 힘은 뒤가 없을 것 같은 상태였죠. 정진수를 연기하면서 그 시절이 생각났어요.”

    한때 ‘허세의 아이콘’이던 유아인이지만 그 역시 어느 순간부턴가, 지금은 조금 달라졌음을 시인했다. “허세, 겉멋, 치기라고 스스로 얘기했는데, 그랬던 저 자신이 좋아요.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요. 결국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염치없이 내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가는데, 요즘은 내가 충분히 뜨겁지 않은 건 아닐까, 솔직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떳떳한 인간이 되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살고자 합니다.”

    ‘인간’ 유아인의 변화와 성장을 돌아본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되돌아봤다. “<베테랑> <사도> 등 관객 분들에게 굵직한 선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동시에 그것이 어떤 선입견을 만들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개인적으론 여러 가지 고민과 변신에 대한 갈망을 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지속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오면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랜만에 <지옥>으로 그런 강렬한 에너지를 다시금 보여드릴 수 있게 돼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결국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나름대로는 스스로 성장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었고요.” 10대 후반, 고교 교문 앞에서 캐스팅돼 상경한 뒤 2003년 라면 광고로 카메라 앞에 처음 선 유아인. 2004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서 인상 깊은 마스크와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그는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2011년 영화 <완득이>로 성공가도에 탄력을 붙이더니 2014년 <밀회>, 2015년 <베테랑> <사도> <육룡이 나르샤> 등 출연작마다 흥행시키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사진설명
    ▶출연작마다 흥행…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배우 자신이 속한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데 대한 부담은 없을까.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걸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 않나요. 저는 계속 떨리고 긴장되고 무섭고 공포스러워요. 이길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 자체를 힘으로 치환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습득해가고 있고, 연기 현장에서 작업 현장에서 제 연기를 펼치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있죠. 이겨내려고 하지 않고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다 떨쳐내고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즐기고 무섭고 공포스럽고 이런 것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죠.”

    유아인은 “배우로서 기대감을 드리고 싶고 믿음을 드리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를 깨버리고 싶고 믿음을 깨버리는 표현을 해버리고 싶다”며 “계속 그런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그가 바라는, ‘배우 유아인’은 어떤 모습일까.

    “비교적 젊고 비교적 어린 배우로서, 이런 시각 속에서 여러 시간을 살아 봤는데 기왕이면 그런 말들이 계속 잘 어울리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뭔가 정답을 내놓는 사람이고 완성형의 느낌을 주는 사람 혹은 배우이기보다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계속해서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그런 젊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작품 속 캐릭터로 살아가는 ‘배우’의 삶이 때로는 너무 행복하지만, 때로는 정작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미흡했던 게 아닌가 돌아보게도 된다고. 그는 “배우들이 ‘나를 던진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나라는 것을 작품 속에 던지는 게 아니고 나라는 것을 어딘가에 내팽개쳐 버리고 작품 속에서 다른 것이 되기 위한 삶을 계속 살아가면서 정작 내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고 말했다.

    단지 즐거움과 행복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치열히 자아에 대해 성찰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유아인. “생명력 있게 연기하는 배우로 살고 싶다”는 그의 다음 행보에 대해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를 비롯해, 현재 한창 촬영 중인 <서울대작전>까지. 2022년에 선보일 신작들이 이미 줄을 서 있다. “2022년에 선보일 작품들은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모습 중 가장 유쾌하고 밝은 모습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친근하고, 가장 웃긴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전체적 작품 필모그래피 틀 안에서 그 정도 조율을 하면서 선택한 작품들이죠. 저에게는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넷플릭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