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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CEO 최수연 등판한 네이버, 새 메타버스 서비스 ‘아크버스’ 안착 최대 과제
입력 : 2022.01.07 17: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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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12월 40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젊은 네이버’를 만드는 인사를 단행했다. MZ세대인 1981년생을 새 사령탑(CEO·최고경영자)으로 맞아 재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1999년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경영진 개편이다. 젊고 국제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를 발탁해 역동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는 MZ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도 있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축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네이버의 리더십 세대교체와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도 내놨다. 세계적 기업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인 가상세계(제페토)와 거울세계(아크버스)를 동시에 공략해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 개인 간 거래(B2C) 시장 모두를 아우르는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전략이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오른쪽), 김남선 네이버 CFO 내정자
네이버 새 사령탑의 키워드는 ‘젊은 글로벌 전문가’로 요약된다. 벤처기업이었던 네이버를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로 성장시킨 1세대 경영진이 퇴진하고, 글로벌 공략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국제감각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40대 리더를 파격적으로 발탁해 제2의 도약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수연 CEO 내정자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네이버 전신인 NHN에 신입공채로 입사한 인물이다.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연세대 법학전문대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굵직한 M&A(인수·합병)를 담당한 경력도 갖고 있다.
2019년 네이버에 CEO 직속 글로벌사업지원부에서 해외 사업을 지원했고, 2020년 비등기임원인 책임리더로 승진했다. 새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내정된 김남선 투자·글로벌 인수합병전담조직 책임리더는 업계에서 손꼽는 M&A전문가로 통한다. 김 CFO는 서울대 재료공학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시에 본사를 둔 로펌 크라바스 스웨인&무어에서 2년간 재직했다. 이후에는 글로벌 유명 투자은행(IB) 회사인 라자드, 모건스탠리를 거쳐 맥쿼리자산운용에서 근무한 뒤 2020년 네이버에 영입됐다. 그는 네이버 합류 이후 신성장동력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이끌며, 6000억원 규모의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와 국내외 M&A와 주요 기업 지분투자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리더는 네이버의 새 사령탑으로 검색·웹툰·쇼핑·인공지능(AI) 등 네이버의 신사업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소프트뱅크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협업에 활용될 ALIKE 솔루션
2021년 초 성과급 논란에 이어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40대 개발자 사망 사건이 터진 것도 세대교체와 조직개편의 시발점으로 거론된다. 한편 네이버의 급격한 세대교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규제를 비롯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고, 전면적 교체로 내부동요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세대교체 과정과 방향성에 반대하는 인재의 이탈도 막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며 “젊은 리더가 기존 경영진과 얼마나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 설명했다.
▶두 젊은 리더에 놓인 과제…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해외 사업 강화 네이버는 빠르게 내부를 추스르고 새해 사업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과제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해외 사업 강화다.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졌고 산업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미·중 간 패권 경쟁 등 글로벌 환경도 녹록지 않다. 내수 시장만 믿고 있다가는 빠르게 치고 나오는 스타트업이 네이버의 자리를 언제든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팽배하다.
파괴적 혁신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신사업 발굴이 이 GIO를 비롯한 젊은 리더십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다. 네이버는 유럽과 동남아 등을 거점으로 쇼핑·콘텐츠·메타버스·인공지능(AI) 각 분야의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 CFO는 네이버의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을 책임질 적임자라는 평가다.
양팔 로봇 앰비덱스는 물리세계의 매개가 되는 로봇이다.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각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향후 분사까지 염두에 두고 CIC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검색부터 쇼핑, AI, 사용자생산콘텐츠(UGC)까지 총 8개의 CIC가 있다. 기존에 최고경영진으로 집중된 권한을 CIC로 분산하고, CIC 대표의 권한이 커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CIC의 분사가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앞서 네이버웹툰과 네이버파이낸셜은 CIC 체제에서 독립법인으로 나와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도약을 이끈 한성숙 대표는 해외 사업을 챙기는 것으로 역할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이 GIO, 신중호 Z홀딩스 최고제품책임자(CPO) 등과 함께 네이버의 해외 사업 확장에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로 주목받는 네이버제트(제페토)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비롯한 해외 중심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 우군을 만들어 제페토가 세계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네이버 전체 직원 중 해외 사업에 종사하는 직원 비율이 2022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네이버의 해외 사업엔 험로도 예상된다. 아마존이나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뿐만 아니라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규제 타개책으로 해외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네이버는 기존 해외 파트너사들과의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웹툰·커머스 분야에서 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 지분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버스 시장 선점하자” 소뱅과 협력 강화 나선 네이버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도 공개했다. 이미 2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커뮤니티형 플랫폼 ‘제페토’와 디지털트윈, 로봇, 인공지능(AI)이 결합된 기술 플랫폼인 ‘아크버스’를 양 날개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세계적 기업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인 가상세계(제페토)와 거울세계(아크버스)를 동시에 공략해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 개인 간 거래(B2C) 시장 모두를 아우르는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아크버스를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잇는 하이브리드형 메타버스 기술 플랫폼인 ‘아크버스(ARCVERSE)’를 개발해 이를 2021년 말 완공하는 네이버 제2사옥에 우선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아크버스는 네이버가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AI(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기술을 융합해 만든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다.
네이버랩스 석상옥 대표
네이버는 아크버스에서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모빌리티를 비롯해 증강·가상현실(AR·VR), 스마트빌딩과 스마트시티까지 현실 공간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사회에 적용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네이버는 아크버스의 상용화 가능성을 2021년 말 완공되는 신사옥에서 실험한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과 5G를 기반으로 빌딩과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아크(ARC) 시스템이 새로 짓는 제2사옥에 적용된다. 석 대표는 “아크시스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5G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고한 ‘5G 특화망’에 주파수 신청을 이미 완료했다. 최적화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5G 특화망은 제2사옥 로봇 서비스에 활용한다.
아크버스는 현재 네이버가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다른 개념이다. 제페토가 3D(3차원) 아바타를 기반으로 독립된 가상세계에 집중한다면 아크버스는 디지털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새로운 메타버스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아크버스 내에서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가상세계를 창조한다. 그러면 현실세계와 직접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로봇·자율주행·증강현실(AR) 기술 등이 두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5G·AI가 생태계를 실현하고, 클라우드는 가상세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투자금은 글로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신규 사업 투자와 인재 채용에 활용된다. 조만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와 유럽계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에서는 글로벌 엔터사와의 협력이 언급된다. 메타버스 기반 NFT 활성화와 자체 가상화폐 상장 여부도 관심사다. 네이버제트는 ‘바람의나라 연’을 개발한 게임사인 슈퍼캣과 가상 오피스 플랫폼을 서비스하기 위해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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