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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은 가입 안 되는 금융앱’ 대형은행들이 선보인 MZ 플랫폼
입력 : 2022.01.06 16: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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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중심이 MZ로 향하고 있다.’
MZ세대의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서의 존재감은 어느 분야에서나 더욱 커지고 있다. MZ세대는 시간이 갈수록 소득의 증대는 물론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의 상속도 본격화되면서 부의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소비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오픈인베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Z세대의 2030년 소득은 2020년 대비 약 5배, 밀레니얼 세대는 2배 급증하여 총소득의 60% 수준을 차지하고, 상속으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은 현재의 5배 이상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주요 소비 계층으로 자리 잡으며 금융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주도할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낙오하지 않기 위해 기존 레거시에서 벗어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커졌다. 금융업이 점차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것을 비롯해 MZ세대로 인한 경영환경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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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한은행은 지난해 ‘헤이영(Hey Young)’ 브랜드를 통해 MZ세대 맞춤형 금융상품 및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헤이영은 다른 사람을 부르는 ‘Hey’와 젊음을 의미하는 ‘Young’ 을 합성해 만들어졌으며 ‘Young’은 ‘시작점’, ‘기준점’을 뜻하는 숫자 ‘0’과 함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헤이영 전용 신상품 및 서비스는 만 18~29세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
‘Hey Young’ 체크카드는 20대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버스·지하철 후불교통카드, 이동통신 자동이체 결제금액을 비롯해 GS25, CGV, 스타벅스, 쿠팡 등에서 결제한 금액에 대해 캐시백을 제공한다. 카드 디자인도 20대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본형과 미니언즈 캐릭터형을 함께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헤이영 브랜드 출시와 함께 모바일뱅킹 ‘쏠(Sol)’에도 20대 고객 전용 플랫폼 ‘Hey Young’ 모드를 선보였다. ‘쏠(Sol) Hey Young’ 모드는 설문조사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해 직관적인 UI로 구성했으며 배색을 포함한 전반적인 화면 배치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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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관계자는 “20대 고객들의 최근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 서비스, 전용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존 S20 브랜드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20대 고객들의 성공적인 금융 라이프를 돕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모바일 플랫폼도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은 넥슨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하 카러플)’에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몰리’가 직접 트랙을 달리는 뛰라이더 카트 ‘몰랑몰랑 몰리’ 레전드 카트 바디를 출시하기도 했다. MZ세대에 친숙한 게임에 캐릭터를 출시해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몰랑몰랑 몰리’를 지난 11월 22일부터 신한 쏠(SOL)에서 사전 오픈하고, 쏠을 통해 ‘몰랑몰랑 몰리’를 수령한 쏠 기존 회원 9만 명에게는 문화상품권 1000원권을, 쏠 신규 회원 1만 명에게는 문화상품권 1만원권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펀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펀드 플랫폼 ‘펀샵(Fun#, Fund Shop)’을 오픈한 데 이어 디지털 자산관리의 영역을 확대해 디지털 펀드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했다. 여기에는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AI 기술력을 적용한 하이로보 적립투자 서비스 ▲GBI(Goal Based Investing, 목적기반투자) 알고리즘을 적용한 버킷리스트 투자 서비스 ▲‘내 맘대로’ 구성하는 DIY 포트폴리오 서비스 등 상품가입 및 투자와 관련한 핵심서비스를 추가했다.
신한은행 20대 전용 플랫폼 ‘헤이영’
하나은행은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통해 모의투자게임 ‘투자의 마블’을 선보이기도 했다. 투자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투자의 마블’은 하나은행이 넷마블과 공동개발한 금융·게임 결합 서비스다. 이를 통해 코스피, S&P 500, 글로벌 채권 등 대표적인 11가지 금융투자상품과 OX금융퀴즈, 랜덤카드, 금융위기, 하나원큐 등으로 구성해 재미있게 다양한 투자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월 1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메인화면을 제공한다. 새로운 메인화면은 MZ세대를 위한 펀 타입과 시니어 세대를 위한 이지 타입이며, 기본 메인화면인 베이직 타입을 포함해서 총 3가지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펀 타입은 개성이 강한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해 나만의 목표를 직접 설정하고 달성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 서비스인 ‘WON챌린지’가 우선 표출된다. WON챌린지와 대표 계좌 배경색 색상 변경 기능을 이용하여 고객이 직접 메인화면을 꾸밀 수 있으며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가 지속 추가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의 새로운 메인화면 제공으로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12월 1일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WON뱅킹 MZ세대·시니어세대 전용 화면
NH농협은행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해 MZ세대에 어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3월 출범을 목표로 핀테크 전문기업 핑거 MCC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게임과 금융을 융합한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독도버스는 메타버스 환경에 구현된 독도를 배경으로 고객이 아바타로 참여해 게임을 하면서 자산을 모으고 이를 투자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단순 게임에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 수익과도 연계시키는 P2E(Play-to-Earn) 구조다.
독도버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디지털 자산 시스템을 도입해 다른 금융권 메타버스와 차별화했다. 고객들은 아바타를 생성한 후 ‘도민권(NFT)’을 발급받아 독도버스 도민으로 등록할 수 있다. 독도버스에서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지으려면 도민권이 있어야 한다. 도민권이 없으면 ‘트래블러(여행자)’ 신분으로 호텔 같은 숙박업소에서 지내야 한다. 농협은행은 도민권 발행 수를 제한해 희소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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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11월 22일 신분증이나 계좌 없이도 ‘포인트’를 이용해 송금 등이 가능한 10대 전용 금융 플랫폼 ‘리브넥스트’를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10대 전용 앱인 카카오뱅크 미니에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밀며 플랫폼 경쟁이 10대로도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리브넥스트는 신분증이 없는 10대(만 14~18세)도 개설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리브포켓’이 제공된다. 본인 인증은 휴대폰을 통해 진행해 직접 개설할 수 있고, 리브포켓에 고유번호가 있어 계좌 없이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리브넥스트를 통해 수수료 없이 송금하거나 입금할 수 있으며 자동입출금기기(ATM)도 이용할 수 있다. 또 간편결제 기능이 탑재돼 KB페이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리브넥스트는 은행 영업점 대신 전국 CU 편의점에서 수수료 없이 리브포켓을 충전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도 차별화된 특징이다. CU 편의점 직원에게 리브넥스트 화면에 띄워진 바코드와 현금을 제시하면 즉시 리브포켓으로 입금된다. 이용한도는 일 30만원, 월 200만원으로 제한된다.
국민은행은 “미래 잠재 성장 고객인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이라며 “독립적인 금융생활이 어려운 미성년 고객의 ‘금융 독립’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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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초·중학교 학생들을 타깃으로 대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키즈뱅크’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교육전문 기업인 대교와 금융을 융합한 플랫폼으로 아이들이 포인트 적금, 용돈 만들기, 올바른 투자 방법 등 경제관념과 학습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자체적인 Z세대 전용 앱 신설은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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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30년 생산연령 인구의 60%를 MZ세대가 차지하는 만큼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는 MZ세대 고객에 달렸다”며 “완전 민영화 성공을 토대로 우리금융만의 새로운 디지털 미래를 만들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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